노자를 만나라

노자를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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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옛날 아주 먼 옛날, 많은 사람이 노자를 만났다. 그들은 그가 남긴 책 한 권을 읽고 나름대로 그것을 풀어 썼다.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것이 ‘王弼本’과 ‘河上公本’이다. 그 뒷사람들은 이것들을 읽고 또다시 풀어 썼다. 그의 뜻과 상관없이 문장뿐만 아니라 글자까지 하나씩 하나씩 분해하고 분석했다. 그런 뒤 거기에 자기의 생각을 집어넣어 높고 멀리 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은 도덕경을 어려운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어 놓고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쳐다보며 말한다.
“노자는 멀리 있고 도덕경은 어렵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해 도덕경에는 쉬운 것도 없고 어려운 것도 없다. 그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덜지도 말고 더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느끼면 그만이다. 어쩌면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읽는 사람의 느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그의 뜻인지도 모른다.

도덕경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내 젊은 날 조용히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네던 그 노자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가 눈물을 흘리면 같이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터트리면 같이 웃음을 터트리고,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쏟아 내면 같이 분노를 쏟아 내고······, 그러다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내 생각을 그에게 말하고 싶다. 만남이 끝나면 그가 한 말들을 책으로 엮어 아는 사람들에게 한 권씩 나누어 주고 싶다. 그렇게 하기 전에 몇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고 다짐한다.
첫째, 노자는 노자로. 도덕경은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서 풀어서는 안 된다. 그가 남긴 책은 그것뿐이고 그의 생각도 모두 그 속에 담겨 있으므로 노자는 노자로 풀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그의 참뜻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스스로 노자가 된 사람들의 말과 책에 얽매이지 않고 빈 마음으로 ‘통행본’ 속의 노자를 만날 것이다.
둘째, 내 생각은 말하지 않는다. 좋은 주석서는 주석이 적게 달려도 원문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물론 풀이하는 사람이 자기의 생각을 제멋대로 집어넣지 않고 원문을 있는 그대로 풀어야 한다. 그다음의 일은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따라서 나는 원문만 정성을 다해 풀이하고 스스로 노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한자는 바르게 풀이한다. 도덕경에는 어려운 한자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문장에 맞도록 풀려고 하면 풀이하기 어려운 글자가 아주 많다. 글자의 뜻을 바르게 풀지 않으면 문장도 바르게 풀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한자를 문장에 알맞게 풀이하여 뜻만 바로 알면 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노자의 삶과 도덕경의 여러 가지 판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밝힐 만큼 밝혔으므로 굳이 그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의 철학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으련다. 뭐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도 없지만 주제넘게 말해 봐야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책 속의 말들을 되풀이할 뿐이고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도리어 그의 뜻을 그르칠 수 있다.
저자

노자

저자:노자
기원전6세기경중국춘추시대의사상가이자『도덕경』의저자로,도가(道家)사상의창시자로알려져있다.본명은이이(李耳)로,주나라왕실의장서관리로일하다가세속의혼란을피해낙양을떠나며한관리의청에따라자신의사상을기록한것이『도덕경』이라전해진다.그의사상은‘도(道)’와‘무위(無爲)’를근본으로하여자연과더불어사는삶,인위(人爲)를버리고본연의질서에따르는태도를강조한다.노자는공자와더불어동양사상사의양대축으로평가된다.

역자:김기수
하늘내려내려푸른바다와하나되는곳
붉은해솟아솟아아침을여는곳
그곳에잠시머물고있다.

2017년소설‘님을위한행진곡’을썼고
2018년‘법구경’을옮겼으며
2019년‘마음의산책채근담’을펴냈고
2020년소설‘피아니스트’를썼다.

목차

도덕경속으로

1장말로할수있는도는참도가아니고
2장모두가좋다고하는것은좋은것이아니고
3장뛰어난사람을높이받들지아니하여
4장도는텅비어있으나모두를보살피고
5장천지는친함이없어만물을내버려두고
6장만물을기르는신은영원하니
7장하늘은아득하고땅은오래고오래다
8장가장좋은삶은물처럼살아가는것이다
9장갖고도더가지려는짓은그만두느니만못하고
10장마음을다스려하나되게하여
11장바큇살서른개가한바퀴통에모이니
12장여러가지고운빛은사람의눈을멀게하고
13장욕된일을소중히하기를놀란말처럼하고
14장보아도보이지않는것을夷라고하고
15장먼옛날도를따르며살아간사람들은
16장한없이비우고고요함을더하여
17장최상의군주는백성들이그를알뿐이고
18장대도가무너지면인과의가생겨나고
19장성인을멀리하고지혜를버리면
20장배우려고하지않으면근심이사라진다
21장크나큰덕은오직도를따를뿐이다
22장그릇된것은바르게되고굽은것은곧아지고
23장지나간말은들을수없으니
24장발돋움한사람은오래서있을수없고
25장섞이고섞여이루어진것이있으니
26장무거운것은가벼운것을떠받쳐주고
27장행동을바르게하면흠을남기지않고
28장강한것을알고약한것을따르면
29장천하를얻기위해애쓴사람들이있었으나
30장도를지키면서군주를도와주는사람은
31장좋은병기라는것은상서롭지못한물건이니
32장도는언제나아무런이름도붙일수없고
33장남을아는사람은지혜가있으나
34장대도는널리퍼져나가온곳에이른다
35장도를지키고천하로나아가면
36장줄어들게하려면반드시먼저늘어나게하고
37장도는늘하는것이없는듯하나
38장큰덕은덕으로여기지않으므로덕이있고
39장먼옛날하나를얻은것들이있었으니
40장만물이되돌아가는것은
41장덕을쌓은사람이도를들으면힘써행하고
42장도는하나를낳고하나는둘을낳고
43장천하에서더없이부드러운것이
44장명예와내몸중에무엇이더소중하고
45장잘만든것은흠이있는듯하나
46장천하에도가있으면달리던말이거름을나르고
47장집밖으로나가지않고도천하를알수있고
48장뭔가를배우면날마다얻는것이있으나
49장성인은마음을한결같이가지지않고
50장만물은생겨나서반드시죽기마련이나
51장도는모든것을낳고덕은모든것을기르니
52장천하의모든것은생겨난곳이있으니
53장나에게조금이라도아는것이있다면
54장도를바르게깨달으면흔들리지않고
55장덕을많이쌓은사람은갓난아이와같다
56장도를아는사람은도를말하지않고
57장나라를다스릴때는순리를따라다스려야하고
58장다스림이서툴면백성은순박해지고
59장사람을다스리고하늘을섬기는일은
60장큰나라를다스리는일은
61장대국은흘러가는물이모이는곳처럼
62장도는만물이깊숙이안기는곳이니
63장아무것도하지않는듯이해나가야하고
64장안정되어있을땐쉽게지킬수있고
65장먼옛날도를잘지키며세상을다스린사람들은
66장강과바다가온갖골짜기중에서빼어난것은
67장이세상모든사람이내가말하는도에대하여
68장뛰어난병사는힘을드러내지않고
69장군사를움직일때전해내려오는말이있다
70장내말은너무나알기쉽고따르기도쉽지만
71장모른다는것을아는것이가장좋고
72장백성이권위를두려워하지않아야하니
73장용감하면무언가를죽일수있고
74장백성들이죽는것을두려워하지않으면
75장백성들이굶주림에시달리는것은
76장사람이태어날땐여리고약하지만
77장하늘의도는활을매는것과같은가
78장천하에물보다부드럽고약한것이없으나
79장큰원한은풀어도반드시남는다
80장나라는작게하고백성은적게해야한다
81장믿어야할말은거슬리는곳이있고

도덕경을나서며

출판사 서평

『도덕경』81장을원문·번역·해설로다시읽는노자철학의정수
있음과없음의경계에서,‘그저있는그대로’의삶을배우다

『老子를만나라』는수천년을건너온『도덕경』의언어를오늘의감각으로되살린해설서이다.옮긴이김기수는“도덕경은쉬운것도,어려운것도아니다.다만있는그대로느끼면된다”는믿음으로각장의원문을쉽게풀이하고자세한해설을곁들였다.

머리말「도덕경속으로」에서밝혔듯이그는노자를만난개인적체험으로부터출발한다.젊은시절스쳐갔던‘그의목소리’를다시찾아나서는과정은곧독자가도를향해나아가는길과맞닿는다.“도는텅비어있으나모두를보살피고언제나차고넘치지않는다.”이러한문장속에서그는노자의사상을철저히‘삶의언어’로풀어낸다.

이책은노자의말들이어떻게스스로빛을내는지를보여준다.원문과해설이긴밀히맞물려있어한문에익숙하지않은독자도자연스럽게그뜻을마음으로느낄수있다.또한옮긴이는도덕경을‘살아가는길’로제시한다.물처럼낮은곳으로흐르며모든것을이롭게하는태도야말로그가말하는‘도가있는삶’이다.

『老子를만나라』의한구절한구절을따라읽다보면어느새독자는노자의시선으로세상을바라보게된다.말로다할수없는도를언어로길어올린이책은조용하지만강한울림으로독자들의마음속을파고들어오래도록철학적위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