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흐르고 사람은 깊어가고

사랑은 흐르고 사람은 깊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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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채운 시인이 상처 입은 현대인에게 전하는 건네는 깊고 고요한 위로이다. 디지털 코드화된 세상 속에서 누락된 소수점 아래의 감정들과, 낮은 곳에서 이름 없이 버텨온 존재들의 흔적을 섬세한 필치로 기록했다.
이 시집은 불안하고 거친 시대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 안에는 여전히 서로를 향해 흐르는 감정이 남아 있음을 알게 해준다. 갈등이 일상처럼 들리는 요즘, 결국 사람을 지켜 주는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

박채운

목차

서시 · 05

1부: 존재하고, 버텨 내는 일
1. 0과 1 사이 · 14
2. 숨지 않고 피어나는 일 · 16
3. 로그아웃 없는 밤 · 18
4. 사랑은 흐르고 사람은 깊어간다 · 20
5. 숨 · 22
6. 금이 간 별자리 · 24
7. 우리의 사계 · 26
8. 재 속의 꿀 · 30
9. 우편함 · 32
10. 별의 행진곡 · 36
11. 작고 따뜻한 에러 · 38
12. 파형의 잠언 · 42
13. 세상의 가장 낮은 층에서 · 44
14. 집의 기억 · 46
15. 잊혀진 지도 · 48
16. 말이 지워진 바다 · 52
17. 쫓겨나지 않기로 한 몸 · 54
18. 숨겨진 붉음 · 56
19. 빛과 그림자의 대화 · 58
20. 단맛 · 60
21. 꽃잎이 마르는 방향으로 · 62
22. 무명초 · 64
23. 기다림이 사는 법 · 68
24. 발보다 먼저 · 70
25. 압록강을 건넌 그림자들은 어디에 눕는가 · 72
26. 그런 삶 · 74
27. 음계 · 76
28. 달무리 · 80
29. 비상계단에 머문 날들 · 82

2부: 세상의 처음이자 마지막 위로
30. 새벽 · 86
31. 골목을 데우다 · 88
32. 손수건 · 92
33. 달의 뒷면에서 · 94
34. 상사화 · 96
35. 기도 · 100
36. 얼어붙은 강 · 102
37. 미래에게 남긴 편지 · 106
38. 자연의 말 · 112
39. 고래 낙하 · 114
40. 기다림 · 117
41. 꿈의 전시장 · 118
42. 연결된 고독 · 122
43. 해안선의 편지 · 124
44. 곶감 · 126
45. 유성우 · 130
46. 파도는 어제의 바다를 기억하지 못한다 · 132
47. 우크라이나의 여름밤 · 136
48. 증발하는 초상 · 139
49. 울지 않기 위해 배운 표정 · 140
50. 조금 어긋난 채로 · 142
51. 청량리역 후문, 새벽 2시 · 144
52. 시간의 구두 장수 · 146
53. 염낭거미 · 148
54. 별자리 · 150
55. 연등의 밤 · 152
56. 택시 · 154
57. 정원을 품고 사는 사람 · 156
58. 온도는 아직 남아 있다 · 158
59. 소나기를 모른 척하지 않고 · 160
60. 내일을 미리 데워 보는 밤 · 162

해설 · 164

출판사 서평

박채운 시인의 첫 시집 『사랑은 흐르고 사람은 깊어가고』는 화려한 수사보다 침묵의 무게에 집중하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 2025년 등단 이후 주목받아온 저자는 슬라브 문학을 전공한 이력답게,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소외된 삶을 다루면서도 결코 감정을 과잉하여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늘 화려한 중심부가 아닌, 이름 없는 들꽃이나 폐가의 우편함, 철거 직전의 벽면 같은 '세상의 가장 낮은 층'을 향해 있다.

시집의 1부 '존재하고, 버텨 내는 일'에서는 디지털화된 현대 사회의 0과 1 사이에서 누락된 인간적 가치를 탐구한다. 시인은 효율성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로그아웃 없는 밤'을 보내는 청춘들의 고독과, 자본의 논리에 밀려 지워져 가는 공간들을 따뜻한 응시로 기록한다. 특히 표제작인 「사랑은 흐르고 사람은 깊어간다」는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 투영하며, 관계를 통해 깊어지는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2부 '세상의 처음이자 마지막 위로'는 일상적 풍경 속에 숨겨진 숭고한 가치들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의 부엌 불빛, 골목길 떡볶이 가게의 온기 등 소박한 소재들은 타인에 대한 연대와 위로의 메시지로 치환된다. 박채운의 언어는 '비껴가야 무사히 닿는 진심'처럼 조심스럽고 곡선적이다. 그는 독자에게 정답을 강요하는 대신, 시어 사이의 빈칸을 통해 스스로 머물고 사유할 시간을 마련해 준다.

결국 이 시집은 '무명초'처럼 이름 없이 버티는 모든 존재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든 생명에게는 "이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시인의 윤리적 태도는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잊혀 가는 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는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독자 또한 자신만의 '깊어지는 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