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는 곳에서 한 생이 버티고 있다 (김희숙 시집)

겨울이 지나는 곳에서 한 생이 버티고 있다 (김희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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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사선(死線)을 넘어온 북한이탈주민 김희숙 시인의 치열한 실존적 기록을 담은 시집이다. 시인에게 ‘겨울’은 단순히 추운 계절이 아니라 가족과 이별해야 했던 시린 땅의 기억이자, 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거대한 운명의 시작점을 상징한다. 사과꽃 하얗게 날리던 고향 북청의 풍경과 대비되는 핏빛 흥남항의 기억, 그리고 자유를 향해 달리던 절박한 순간들이 시편 곳곳에 아프게 박혀 있다.

이 시집은 그리움을 아픔으로, 그 아픔을 다시 시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 준다. 만질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두고 온 아들을 향한 절규는 시인의 심장에 ‘사랑 못’이 되어 깊이 박혀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비록 타향에서 뿌리를 잃은 이방인으로 살아가지만, 매서운 바람을 견디는 것은 언 땅 아래 박힌 뿌리와의 약속 때문이라는 시인의 고백은 존재의 강인함을 증명한다.

단순한 개인의 수기나 감정 표현을 넘어 평화 통일의 시대를 염원하는 숭고한 외침을 담고 있다. 시인은 치열한 통증을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역동적인 생명력’으로 봄을 맞이하며, 자신이 살고 남을 살리는 시의 힘을 믿는다. 상실한 고향과 멈춰 버린 시간을 시로써 쪼개고 있는 이 작업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는 다정한 위로가 되고 우리 사회에는 문화 통합과 평화를 향한 소중한 울림이 될 것이다.
저자

김희숙

함경남도북청군출신
2010년한국입국
2026년신춘문예(문학시선,국민권익신문)신인상으로등단
2026년신춘문예(아태문화)디카시최우수상수상
한국디카시협회평택디카시지회창작분과위원장
행복여정문학임원
“우리함께고향가자”탈북민비영리단체대표
임봄의시쓰기CEO문학교실에서『겨울,꽃피다』
『바람처럼시가왔다』공동시집참여로
문학활동시작

목차

시집을열며
시인의말

1부사과꽃떨어지던날
길을떠나며
두만강에서
사과꽃떨어지던날
빈집
고향에는칠보산이있다
흥남항
환청
이별하는두만강
자작나무
그렇고그런날들
두만강진혼곡
파도가불러요
홀로아리랑
이별
귀뚜라미가울때
하늘의유목
자유를말하다
먼길

2부엄마는왜울까
갈매기
사랑못
엄마는왜울까
뻐꾸기가울던날
아버지의봄
어머니의호미
달빛에
날개가있다면
고해
벼이삭줍는여인
꿈이비에젖으면
아버지
그모퉁이담벼락
외로움은
빈의자
아들아!더늦기전에내마음조각으로돌아오너라
엄마가가시던날
자화상1
자화상2
자화상3
그길이끝자락이었소
백화의시간
바퀴
갈림길

3부어떤기다림
가시
사모
고래이야기
봄의방정식
달의전설
사랑에세이
기다림이약속에반비례할때
매미
밥상이부르는노래
붉은장미곱게엮어드리옵니다
내탓이오
어떤기다림
홀씨의부탁
등불
그때쯤이면
양파의생
무서리에꽃망울

4부겨울나무
어둠의소리
살다보면
내가나에게
겨울나무
둥글둥글세상바라기
여생
도라산역
뾰족하고비뚤어진말
괜찮다
여백
연륜에대하여
안부
정체성과어색함
바코드의성가
터널의법칙
열려라참깨
비상
입춘

[해설]얼어붙은마음을녹여낸삶의고백

출판사 서평

-사선을넘어온북한이탈주민김희숙시인의치열한실존과그리움의기록
-겨울의끝에서봄을기다리며,버티는생이건네는가장뜨거운위로『겨울이지나는곳에서한생이버티고있다』

그리움은때로살점이떨어져나가는듯한통증이다.좋은땅출판사에서펴낸『겨울이지나는곳에서한생이버티고있다』는그통증을시라는언어로치환하여삶을지탱해온한여성의절박한고백이다.저자김희숙은함경남도북청출신으로,고향에두고온가족과아들을향한멈출수없는그리움을한자한자시속에새겨넣었다.

이시집의시어들은관념적이지않고지극히구체적이며생생하다.생사를넘나드는죽음의문턱을지나온시인에게시는곧생존의수단이자자아를지키는최후의보루였다.「어떤기다림」이나「입춘」등의작품에서보이듯,시인은돌아갈수없는고향의시간을현재로불러와‘시간을쪼개는’행위를통해자신과고향이여전히연결되어있음을확인한다.이러한사유의깊이는독자로하여금분단의비극이개인의삶을어떻게관통하고있는지를처절하게체감하게한다.

추천사에서언급된것처럼,시인에게는기다리는것과버티는것외에할수있는일이아무것도없었을지모른다.하지만그‘버팀’은단순한수동적인내가아니라,온감각이깨어나는심리적부활에가깝다.매화꽃가지들이달을마주하며외치는봄의입성곡처럼,시인은고통의긴터널을지나온끝에비로소만나는역동적인생명력을노래한다.

결국『겨울이지나는곳에서한생이버티고있다』는우리모두에게주어진‘생(生)’의무게를다시금돌아보게한다.이념의장벽을넘어인간본연의정서인사랑과그리움을일깨우는시인의외침은평화와통합을향한따뜻한이정표가된다.추운겨울을지나고있는모든이들에게,언땅아래서싹을틔우기위해분투하는시인의문장들이가장든든한온기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