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의 시간, 나의 시간

노모의 시간, 나의 시간

$15.00
Description
초고령사회와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살아가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돌봄의 고단함을 극복하고 인간 존엄의 회복과 실질적인 삶의 지혜를 제시하는 에세이집 『노모의 시간, 나의 시간』(좋은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해군 장교 출신의 배상대 작가가 아흔다섯 치매 노모를 직접 집에서 봉양하며 써 내려간 생생한 일상 기록으로, 단순한 간병 일기나 감성적인 수필을 넘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의 회귀, 존엄한 노후, 그리고 생의 본질을 구조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저자는 치매와 돌봄을 단순한 비극이나 개인의 희생으로 보지 않고, 인간이 유아기의 순수로 회귀하는 자연스러운 섭리이자 삶의 가장 숭고한 보시(布施)와 자비의 실천으로 정의한다. 45년이라는 길고 긴 시공간의 단절을 넘어 고향 고령으로 돌아온 예순다섯의 아들이 전업주부를 자처하며 아침 기상 수발, 식사와 약 복용, 주간보호센터 등원, 낙상 방지 스트레칭 등 노모의 하루를 정교한 의식처럼 가꿔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다소 감추어지기 쉽고 자괴감을 줄 수 있는 배설 수발이나 청력 악화, 굽은 손가락을 펴는 순간 등 사소하지만 눈물겨운 현장의 에피소드들을 따뜻하고 진솔한 문체로 풀어낸다.

특히 저자는 혼자만의 고립된 간병에 빠지지 않고, 고령군 치매안심센터와 같은 지역사회 보건·복지 체계와의 연대를 통해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노모가 주간보호센터에 등원한 후 반려견 '대박이'와 지산동고분군을 산책하고 독서와 글쓰기로 삶을 발효시키는 저자 자신의 사유와 일상을 통해, 돌봄이 타인을 위한 희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고 성숙시키는 계기가 됨을 보여준다.

이 책이 역설하는 핵심은 부모의 존엄을 지키고 삶을 보살피는 행위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최고의 안전장치이자 가장 눈부신 행복이라는 점이다. 기술이나 제도의 한계 속에서도 끊임없는 학습과 성찰, 사랑과 세심한 관심으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부모의 노후를 고민하는 모든 자녀와 늙어 가는 우리 모두에게 후회 없는 사랑과 삶을 향한 명확하고 단단한 이정표를 제공할 것이다.
저자

배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