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스러운 심장

익살스러운 심장

$12.75
Description
그다음, 심장!
꿀렁꿀렁 가슴을 흔들어대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저 심장!
총체적으로 보자면 이 단편들에서는 진정 리얼리티가 구제되고 있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저급한 믿음의 거부로부터, 시종일관 폭력과 위반을 통해 리얼리티 혹은 실재가 완전히 낯설게 제시되는 것. 「살인자의 입」에서 「거대한 바퀴」에 이르는 동안 한국 문학이 전혀 엿보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적 지평이 열리고 또한 성취된다. 이 책은 일종의 폭력적 기록인데, 그 폭력은 서사 자체에도, 서사적 현실에도, 서사의 외부에도, 나아가 문학 일반에도 두루 가해지고 있다. 이 폭력들이 한국 문학의 유일한 활기이자 예술과 삶의 강렬한 도약임을 애써 믿고 싶지 않은 자들에게는 일독을 권하지 않는다.
저자

김환

2016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단편「폭발」이당선되며문단에나왔다.압바스키아로스타미와오즈야스지로의영화,프랜시스베이컨의회화,자코메티의조각,베토벤과말러와스트라빈스키와쇼스타코비치의음악,그리고카프카의글에영향받았다.

목차

살인자의입
고백
극장
봄의열기
영웅의생애
분출하는물
익살스러운심장
거대한바퀴

발문-오토바이|김환

출판사 서평

회화에관해보자르에서배울것은아무것도없다는프랜시스베이컨의말따위는들어본적이없거나알바아니라는듯,오늘날문단의요구와표준은명징하고명료해보인다.예컨대문예의창작을대학교에서돈주고배워이제겨우중학생수준의문장력은면한위인들을잘도골라내는놀랍고도거대한재생산의드라마야제법구경하는재미씩은난다.그렇게작가랍시고문단에나온자들이남다른대중성을과시하며쌓은경력이,보다덜뛰어난젊은이들의모범이되고전범이되어그들로하여금또대학교를향해경쟁적으로달려가게만드는이통속의카르텔은진정웃음을유발하고야마는것이다.대중과의결탁,무능과무지의컬래버레이션으로작가들이얻어낸것은유명세,우상의신화,사이비지성인을위해비워둔의자들말고도찾아보면많을것이다.여기까지는그래도봐줄만하다.참아주기힘든것은그들의문학자체와그수준이며이것이오로지문단의배타적인표준으로등록되어있는저열한현실이다.난폭함과부조리를제시하며미래에서너무빨리현재에당도한서사,대중의눈을대수롭지않게묵살하고마치고흐의별처럼빛나는괴물의눈을부릅뜬소설은한줄도알아보지못하는작자들의표준이문제다.카프카나도스토예프스키가살아돌아와글을내놓아도비표준이므로등단할기회조차주지않을저의기양양한문단표준이문제다.자이제,그렇다면어떠한가?여기,『익살스러운심장』을쓴작가의다음과같은문장들은과연어떠한가?

“물론입니다!위대한문학의언어들은나에게이미지의끝없는원천이됩니다.아시는바와같이문학의언어는모두가모순적이고암시적인개념을지닌단어들의연쇄가아닙니까?그것들을분석하고분해하는일을나는무척이나좋아하고,그과정에서자발적이면서동시에수동적으로생겨나는이미지들의흐름을따라가는작업을매순간즐깁니다.언어와이미지는실재자체보다더강력하고강렬하게실재를환기시키지요.문제가되는것,그리고사물의본질에근접하게하는것은언제나왜곡이에요.위대한문학과예술은삶과현존을증대시키는데,그것은시종일관활기찬폭력을행사함으로써삶과현존을야생의그것으로다시제시하며그렇게합니다.”
(「영웅의생애」중일부)

빅토리아폭포가떠올랐다.허리를숙인채쏟아져내리는폭포에아버지가머리를감고있었다.폭포수가수돗물이됐든아버지가거인이됐든,내가말한것이이런것이다.이러면상황이골치아프고복잡해진다.지목하는손가락이폭포를끌어다놓는방식,빅토리아보다더거세고난폭하게시간을쏟아내는이개입,이난입은내게서모든선택과처신의기회를앗아간다.머리를감길수도,안감길수도없는난처한국면.이쪽에도,그리고저쪽에도빅토리아가쏟아지는난맥상.이쪽에서는아버지가머리를감고있고,저쪽에서는아버지와나의시간이폭포만큼무겁다.
(「분출하는물」중일부)

우주의모든원리가운데예외없이참이라고알려진것은생명이유일한데,아,유일한저생명은진정참인데,유일하게알려진것에관해서아무것도알려진바가없다는사실이두려움을불러일으킨다.명백하게그것은있지만,오직있다는것만알려져있다.종교와종교학도생명에관해쥐고있는앎은없다.그저두려움을이기려는방편으로죽음이후나삶에빗대어설계해놓았을따름이다.죽은자들의공동체가어디외딴곳에따로있다는발상은적어도저생명에대한앎과두려움이전의것임을알기에,딱하다.눈앞의진실을묵인하거나회피하는방식으로삶이구성되어있다는생각은지금,내눈에보이는저것을더욱섬뜩한실재로적시한다.알려지지않은것,말해지지않는것에관해알리고자,말하고자할때,그것이의과학에서종교학에이르는범주에포섭도포획도되지않는다면어떻게해야할까?
(「익살스러운심장」중일부)

누운채뼈의형상이된아버지는사실뼈의형상이아니었던적이없었다.인간의형상혹은형태란뼈가이루어내는것이다.불의도움으로죽음이드디어드러내는것이야말로인간의형상이다.저뼈는내내아버지를아버지로살게한,말그대로삶의골격이다.저것은이미있었던형상이며,남는것은최후에도삶의형식이다.결국그것이라면,뼈로서삶이란대체무엇일까?바로이것이었노라고죽음이제시하는,죽어서야까발려졌지만언제나이러했노라고우리앞에나타난저골격에다,삶의비의는도대체스스로를무엇이라고강변하고있는것일까?그리고나는지금뼈앞에서어떻게살아야할지를생각하고있는것일까?
(「거대한바퀴」중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