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문학정치

5월의 문학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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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두운 시대의 작가들’을 되살리다!
5·18은 1979년 유신 체제가 붕괴된 후 권력을 폭력적으로 장악한 신군부에 대한 국민 차원의 저항으로 1980년 5월 이후 광주 지역의 문인들은 군사 정부의 폭력과 그로 인한 인권 침해를 문학이나 예술 활동 등을 통해 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 문학은 공권력의 강압에 의해 침묵했던 언론을 대신해 대항 기억의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 소설가들은 군사 정권의 감시와 탄압이 엄중한 시대에 5·18의 희생과 의미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선, ‘어두운 시대의 작가들’로 불러 마땅할 것이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글로벌 캠퍼스에서 인문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자신의 박사 논문에 기반해 5·18 소설의 정치적 성격을 조명하는 책을 펴냈다. 저자는 지난 40여 년간 5월 문학에 대한 연구가 서사의 의미에 방점을 두어 죄의식, 부끄러움, 트라우마와 치유, 민중성 등 몇 개의 범주 내에 머물러 왔음을 반성하면서 이들 작가들은 총 대신 펜을 통한 저항을 선택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이 책에서 자크 랑시에르의 문학정치 이론에 기대어 5월 소설의 정치적 성격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

양진영

서강대학교국문학박사
미국롱아일랜드대학석사졸업
전한국연구재단학술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캠퍼스)등에출강해문학비평,인문학,철학이론을강의중이다.중앙일보신인문학상평론부문에당선돼평론가로활동중이며경상일보신춘문예(시),무등일보신춘문예(소설),김만중문학상,목포문학상등10여개의문학상을수상했다.5·18등항쟁문학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해「부마항쟁의문학적재현방식의다변화연구」,「5·18소설의정치미학연구」,「한강소설에나타난애도와원한연구」등다수의학술논문을게재했다.최근저서로『5월의문학정치(2023)』,『미국대학에세이쓰기(2023)』,『양진영수상소설집(2018)』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1부5월문학은기억투쟁이다

2부랑시에르와문학의정치
1.미학적정치성은무엇인가
2.집단기억으로서의5월문학
3.치안(police)과미학적정치
4.재현적글쓰기와미학적글쓰기
5.기억의재현불가능성과재현가능성

3부5월문학의미학적정치성
1.박탈당한자들이드러낸말과사물의과잉-임철우의『봄날』
(1)룸펜프롤레타리아와데모스(demos)
(2)헐벗은존재들과가시적인것들
2.하위주체가구현한주체공동체-홍희담의「깃발」
(1)민중중심적사유
(2)잔여적존재들과해방된군중
3.허구(fiction)의글쓰기-최윤의「저기소리없이한점꽃잎이지고」
(1)부채의식이나타낸문체의절대화
(2)그럴듯함과사물을보는절대적방식
4.애도의기억과미학적재현가능성-한강의『소년이온다』
(1)유령화자에의한감성의분할
(2)재현불능과재현가능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5월문학은기억투쟁이다!

1980년5월25일제3차궐기대회에서광주항쟁시민군의「우리는왜총을들수밖에없었는가」라는선언문을통해“그대답은너무나간단합니다.너무나무자비한만행을더이상보고있을수만없어서너도나도총을들고나섰던것입니다.”라고항변한다.저자는5월문학은이런기억을재현한,문학적기억투쟁에다름아니며5·18의글쓰기는작가의의도와무관하게문학투쟁의효과를산출해왔다고본다.이책에따르면임철우의『봄날』등다수의5월소설은하위계층을초점자나초점화대상으로내세워그들의말과사물을가시화시키고있는데,이것은문학을통한사회참여적행위즉,문학의기억투쟁(thestruggleforthememory)에다름아니다.저자는이런방식의기억투쟁을‘문학이스스로행하는정치행위’라고정의내린다.

문학투쟁과문학정치

저자는이책에서사용되는‘문학투쟁’이라는개념이자크랑시에르(JacquesRancière)의‘문학정치’이론에서기원됐음을밝히고있다.랑시에르는문학이행하는정치를‘텍스트에표명된의미’에서찾지않고‘세계에개입하는방식’에서찾는다.이런시각에근거해저자는작가의정치참여와무관하게문학이하위계층을가시화시킴으로써산출되는사회참여적효과를‘문학투쟁’혹은‘문학의정치적투쟁’으로정의한다.이에따라이책에서는5·18을배경으로하는5월문학작품들을랑시에르의문학정치개념을경유해미학적정치성으로구명하는방법론을채택하고있다.그동안문학의정치성에대한연구는작가의정치적활동이나텍스트에표명된정치적주장을통해판가름돼왔다.그러나랑시에르에게문학의정치는작가의정치가아니며‘문학이정치행위를그자체로행하는것’이다.이런랑시에르의문학정치론을경유해5월문학텍스트를분석함으로써이책은문학과정치의상호작용및문학의정치성을논의할수있는새로운안목과방법을제시하고있다.

5월문학을재해석하다!

저자는이연구를통해그동안5월문학을역사적상처와죄의식의표명에치중한,소시민적서사물로보았던견해를새롭게조망하고있다.80년대이후다수의논문과평론이임철우『봄날』,최윤「저기소리없이한점꽃잎이지고」등5·18의대표작을사회참여적인민족·민중문학에기여하지못하고개인적,관념적차원에머무르는비정치적텍스트로평가해왔다.그러나이들소설은랑시에르적사유로보면미학적정치성을내포하는정치적텍스트로독해가가능해5월문학연구에새로운관점을제공할수있을것이다.저자는이런연구결과가근대이후지금까지지속된참여문학과순수문학논쟁등예술과정치를둘러싼이항대립적구도에균열을낼수있음을강조한다.랑시에르의문학정치론은문학에표명된언어의지시성과작가의주장을통해정치성을판단해왔던관행과달리문학이그스스로정치성을수행함을함축한다.따라서저자의연구는예술의자율성과예술의타율성같은대립적인개념을넘어한국의근현대문학을재해석하는데에유용한전거가될것이다.

5·18은인류애적사건으로승화돼야한다!

제2차세계대전당시5·18과유사한학살을경험한유대인지식인들은피해자(유대인):가해자(독일인)의구도를벗어나파시즘의만행을인류애적문제로확대해왔다.대표적으로에리히프롬은『사랑의기술』에서타민족에대한형제애와모성애를,한나아렌트는『전체주의의기원』에서박애주의를,엠마뉘엘레비나스는『전체성과무한』에서타자에대한무한한포용을주장했고,이를통해서유대인학살을소재로하는홀로코스트문학작품들은유대인문학이라는지역성과변방성을벗어나인류전체의문학으로승화됐다.저자는5월문학의경우도정치적성격에대한분석과재평가작업을통해홀로코스트문학과같은인류전체의사건과문학으로확산이가능하다고주장한다.이런측면에서이책은지난40여년간피해자(광주시민):가해자(군사정권)의구도안에서연구돼온5·18의외연을문학텍스트에대한재해석을통해인류애:파시즘의차원으로확대하려고한다.그동안5월문학뿐만아니라5·18에관련된정치학,사회학분야의연구도학살책임자의규명과처벌,피해시민들에대한보상과사회적치유등에주력해온양상이다.저자는이책이이런구도를넘어5·18의의미를세계사적으로확대하는데기여할것임을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