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의 후예 (양장본 Hardcover)

친일의 후예 (양장본 Hardcover)

$13.60
Description
보릿고개가 늘상이던 50-6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산업화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 낸 작가(본문의 표현대로라면, 어느새 지치고 노쇠한 몸뚱이가 사용 기한이 지난 비품처럼 한구석에 치워진)가 한적한 소읍으로 물러나, 안식과 무위의 일상을 살면서 아무도 들어 주지 않으려 할 늙은이의 얘기를 담담하게 적어 낸다.
책은 작가가 중2 중퇴의 학력으로 세상을 헤쳐 나간 청년기의 시련과 낭만과 사랑을 그린 1부, 국가 간 문화의 다양성과 인식의 차이 및 폭력, 갑질, 약속 등 삶의 주요 테마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밝힌 2부, 낙향 후 여주에서의 일상을 기록한 3부, 노화와 노인에 관한 이슈를 다룬 4부로 구성된다. 특히, 작가는 표제의 글에서 수년 전부터 크게 불거지기 시작한 한일 간 과거사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 정서적 갈등을 바라보는 작가 나름의 시각을 제시한다.

나는 친일파의 자식이다. 너무나 뻔한 사실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친일행위자였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실이 너무나 엄연하여 부인할 엄두를 못 내게 됐다.
이런 사실은 최근 몇 년 동안 미디어와 신문·책 등을 통해 듣고 읽은 내용들을 종합하여 나 혼자 내린 결론이고, 현재까지 아무도 아버지가 친일파라고 말하거나 문제 삼은 적도 없고,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스스로 당신이 친일행위를 했다고 말한 적도 없으며, 내 지인 중 그 누구도 나를 친일파의 자식이라고 농담으로라도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아버지는 비록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단이나 친일인명사전에 오르지 않았고 별다른 처벌이나 비난을 받지도 않았지만, 내가 스스로 아버지가 친일파였고, 또 친일행위를 자행했다고 판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버지의 친일행위가 이루어진 장소가 국내가 아니어서 알려지지 않았고, 중요 인물도 아니었으며 아버지와 비슷한 친일행위자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처벌이나 기록을 피할 수 있었을 뿐이지, 내가 이해하는 정의상의 친일행위자 범위에는 분명 포함되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아버지가 친일행위자였고 나도 일본을 가깝게 느끼며 살았다는 사실 자체는 조건 없이 인정하지만, 이 사실에 특별한 죄의식은 없는 것 같다. 아버지가 당신의 친일행위를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것은, 살아 계신다면 아버지의 몫이고 아버지가 결정할 문제이다.
우리는 지금 지구촌에 살고 있다. 친일과 친중, 친미와 친러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백그라운드와 국제적 지향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용인하며 이 나라에서 어울려 지내야 우리가 이 시대를 제대로 사는 거 아닐까?

「친일의 후예」에서 발췌
저자

송철범

1952년안동출생,여주거주.
WesternIllinoisUniv.대학원에서경영학(MBA)을공부했고,
한양대학교대학원박사과정(인사·조직전공)을수료했다.
2년간의지방공무원근무후㈜KT에공채1기로입사,
비즈니스전략담당(상무)을마지막으로자원퇴사했다.
이후10여년간창업기업경영,경영컨설팅,대학및기업강의
등의다양한분야에종사했고,60세를맞아완전히은퇴했다.
현재는책읽고,음악듣고,술먹고,산책하며산다.

2020년격월간수필전문지『에세이스트』등단
저서:『액션러닝코치입문』

목차

1부
그의그녀가나의그녀였다
헤밍웨이할아버지
BB구락부
춥고배고프고
뒤끝의추억
원죄
학력에피소드
똑똑해지기위하여
초심(初心)지키기

2부
친일의후예
충격
하노이방담(放談)
노병의분노
갑질에대하여
폭력의기억
미생지신(尾生之信)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꼰대를어찌할꼬?
거지부처

3부
낙향방담(落鄕放談)
그녀가인사를했다
인덕션프라이팬
어머니의유산
우연한구명(救命)
착하고멋있게

4부
경로유감
건강장수와독서
‘고맙다’,‘미안하다’
노인과휴대폰
노인의개인차
노인의기억
백세노인
죽음연습

출판사 서평

“그날그자리에서나는그를내할아버지로삼기로작정했다.”

우연히국어선생님집에놀러갔다가발견한헤밍웨이의저서『노인과바다』는저자송철범에게지대한영향을끼친다.강인하고도따뜻한표정을지닌헤밍웨이의인생사는당시어리고비관적인문제아에게처음으로제시된표지판이나다름없었다.그어떤곳에서도안정감을느끼지못했던어린소년은그날로부터헤밍웨이의발자취를쫓게된다.

헤밍웨이의‘hard-boiled’한문체를동경하던그는사전을대조하면서까지원서를읽어나갔으나공부를제대로하지않았기에헤밍웨이의문체를온전히느낄수없었다.그래서두꺼운입문용영어참고서시작으로갖가지영어교재,대학참고서등영어공부에몰두하게되었고,결국은다시헤밍웨이의책앞으로돌아오게된다.

화려한수사가없는간명한문체.그는이긴여정을지나서야그토록찾던‘Hard-boiled’한문체와대면하게되었다.문장에부차적인성분을덧대지않아도상황을정확히묘사하고이야기를전달하는것.그는이것을완벽히자신의힘으로받아들이게된다.

「BB구락부」에서그힘은더잘드러난다.클럽의이름이‘BB구락부’가되기까지의과정을깔끔하고군더더기없는문장으로서술하고있다.‘자조적이고빈정거리는’듯한느낌에클럽명을사랑했으나,‘다른사람들에의해형용되는것이아무래도유쾌하지않았’다는점에서클럽명이변경되는것등,그는당시의상황에느꼈던감정이나생각을정확하게꼬집어묘사한다.그리고이생각들이모여‘송철범’이라는인물을입체적인하나의캐릭터로만들어낸다.
그는지극히솔직하다.이솔직함으로차분히그리고단계적으로설득하는힘을지녔다.‘친일의후예’로서살아온저자의진솔한이야기는이제시작된다.

“우리가스스로를비꼬는것은나름예술가로서의에스프리이고낭만이라치부할수있지만,남들마저그렇게부르는것은뭔가속내를들킨것같아민망하고거북했다.그래서살짝비튼것이‘BB구락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