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수평선이 있다 (남연우 에세이)

내 안에 수평선이 있다 (남연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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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과거 현재 미래 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의 화살표에 실려 가면서 무수하게 찍힌 한 점 좌표에 담겨 있는 공간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남연우 시인의 첫 에세이집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특유의 시적 창법으로 서정적인 추억을 소환하고 파도치는 해변과 둥근 호수, 산길을 걸으며 순수한 마음만 있으면 읽을 수 있는 불립 문자 자연에 대해 사유한 흔적이 푸른 초대장을 발송하는 힐링 에세이다.

세끼 밥을 차려 먹고도 허전한 심정의 허기를 채우지 못한 내 멋의 빈자리에서 찾으며, 감성이 결여된 지성의 날카로움이 누군가의 상처를 겨눌지도 모르며, 자신을 성찰하는 내면에 놓인 의자는 부재중 남의 자리 엿보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B(birth)와 D(death) 사이 C(choice)를 심층 탐구하며, 평정심을 되찾는 수평선이 끝내 내 안에 있음을 간파하는 철학적 이야기들이 의미 없이 빠르게 나아가는 시간을 멈춰 세우게 만든다. 보도블록 비집고 피어난 샛노란 민들레처럼 행복의 악조건을 투정하는 대신 지금 현재 햇살이 노니는 소박한 행복을 영유(領有)하는 책이다.
저자

남연우

시인.
쪽빛바다와금강송이늘푸른
울진에서태어났어요.
경희대학교졸업하였고요.
2017년〈시와소금〉시등단,
2019년〈시와정신〉에세이등단하였어요.
시집《아름다운간격》,
《세상에서가장빛나는꽃》,
《푸른발부비새발자국》출간하였습니다.

목차

글머리

1보리순흔들며지나가는봄바람
2월은,봄이다
겉멋과속멋
친애하는고흐씨
여름끝에서다
순정(純情)
저녁산책
화성(Mars)대접근
오래된편지
산에살던할머니
오월의바람
이성과감성
소꿉친구
빨간모자를쓴집

2수평선이기우는날에는,바닷가산책
바람부는해안길
은가락지
생체시계
한겨울의산길
여름별
한재바닷가
물빛구두
봄산이부른다
마상청앵도
11월에부치는편지
노란집과오동나무
후포항에따스한불빛이샌다

3사랑하는사람은추울수록따뜻하다
꼬마눈사람
두귀도밥을먹는다
용담꽃한송이
모래성
Z세대부모노릇
천리포수목원
2월에피는꽃
직박구리와이사
큰집
맨발로걷는즐거움
푸른공간으로의초대
그믐달

4달이지고해가뜨는것이마주치는때
귀여운사람
지팡이에게길을묻다
봄날의오브제
시간은공간의지배를받는다
해바라기가가고용담이왔다
해무
태풍전야
낡고오래된아름다움
참깨한알과히말라야산맥
점점작아지는방
일요일에만난그녀
겨울수덕사

5내면에비워둔의자
끌리는목소리
아궁이불앞에서
미래에서온그녀
B와D사이
가장깊은겨울에이르러
길을허무는사람들
미의조건
집착
의자전성시대
해와달이만나는때
아버지
겸손에대하여
겨울에서봄으로

출판사 서평

p13
어느겨울아침강남대로를걷고있었다.맞은편에서땅의냉기를온몸으로끌어안으며포복하는장애인이달팽이처럼다가오고있었다.멋진옷으로몸을감싼출근길직장인들이빠른걸음으로그의곁을지나횡단보도신호등을기다렸다.시간당최저임금도못버는그의소쿠리는구멍사이로찬바람만샜다.강남스타일은비정했다.이럴때동정심이작동했다면그들의차림새는훨씬멋져보였을것이다.
_「겉멋과속멋」

p21
밀물과썰물에모습을달리하는벨록암초가어쩌면내마음속에잠겨있을지도모른다.암초에걸려부서진수많은유리파편들이일그러진자화상을비추고있는지도….외부상황과조건에맞물려울고웃는나의암초위로등대를세우는토목공사를미루고있진않았던가.
_「여름끝에서다」

p23
순정은눈동자에찍힌그리움의첫발자국이다.산성도염기성도아닌,리트머스시험지의화학적반응이전의감성이다.순정그것은삼월초순봄눈과도같아서잡으려는순간녹아버린다.그것은흠뻑적시고서금세그치고마는소나기.초저녁여름하늘에나타났다사라지는무지개.순정이욕망을잉태하는순간더이상순정이아니다.
_「순정」

p50
감성은위대한자연이격에맞는인간에게주는축복이다.감성을부여받은인간은천부적인재능을타고났다.세상이알아주건외면하건그스스로압도적인행복감을느끼며살아간다.이것은물질로대체되거나타인이줄수있는성질의것이아니다.보다완벽한사랑이다.고밀도이성을갖춘이는지적이다.만약그의이성이감성에게자리를양보하지않는이기적인이성이라면그지성은세련미는있어도정감이결여된날카로움이호시탐탐상처를겨눌지도모른다.
_「이성과감성」

p151
수평선은끝이아니었다.바다를거쳐더먼세상으로나아가는출입문이자비상구였다.해와달이떠오르는수평선을내마음속에간직할수있다면흔들리지않는평정심(平靜心)또한밝게빛난다.그것은투명하고도파란길이다.자신을속이지않고도아름답게살아갈수있는구도의길이다.
_「푸른공간으로의초대」


p171
기억을간직한공간은허무하기짝이없는시간에아로새긴DNA를해독한다.그공간이아름다운추억을소환한다면시간은얼마든지밀고당겨지배할수있다.시간우위에선공간이귀기울인청각을향해두런두런말을건다.파르테논신전이서있는아테네언덕의시간은언제나기원전이다.
_「시간은공간의지배를받는다」

p173
선택은언제나AorB.현재내곁에있는그사람이최선이다.내인연을찾아가는그길,그만큼의아픈눈물이필요했을뿐이다.멋진풍경도,인연도지나가는그순간가장아름다운것이다.붙잡겠다고멈추는순간찬란한빛을잃고만다.
_「해바라기가가고용담이왔다」

p210
빈수레가요란한입들을바라본다.쐐기를박은‘말가시’들이동굴에서기어나와혓바닥에탑재되는순간타인을겨누며발사된다.거친말들은특유의부정적에너지를동반한다.파괴적음파에실려픽픽날아가는독화살들은결국말주인인자신에게되돌아온다.구강의온기습기를머금은말은고유한QR코드가찍혀있어서자기인증을하는본연의위치로귀결된다.
_「미래에서온그녀」

p229
한번만바라봐도잊히지않는얼굴,그얼굴이매력적이다.잘생기고못생기고는중요치않다.잘생긴비슷비슷한얼굴은돌아서면떠오르지않는비극이다.거친풍파를헤쳐살아오면서웃음을잃지않는,나물파는할머니의주름진얼굴이꽃피는봄날최고의상찬이다.
_「미의조건」

p236
사람의내면에도빈의자가놓여있다.쓸쓸한바람이불어와낙엽이앉고가는그의자는주인을기다린다.끊임없이분열하는주체와객체의힘겨루기를관망하면서다치지않기를,선한영향력을끼치기를,자신의자리를굳건히지키기를고대한다.혹멀쩡한자신의의자를두고서남의자리부러워하느라헤매지않았던가.
_「의자전성시대」

p249
외모재산지식재능등등자신의어떤우월성을이용하여다른사람을얕보거나무시하거나공격성을띠는태도는얼마나우매한인간임을스스로입증하는처절함인가.우리는누구나깨물면아픈볼살같은약간의아집(我執)이붙어있다.자신의우월성에기인한아집이있고,열등성에기인한아집이있다.
_「겸손에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