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참전 이야기)

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참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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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겨울, 인민군에게 온통 포위된 설산 한가운데서 홀로 다음 작전을 생각해야 했다. 이제부터는 죽어도 혼자 죽고, 살아도 혼자 살아남는 처지였다. 만약 여기서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와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졌다. 하지만 포위망을 돌파하려면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새하얀 설산에 몸을 위장하기 위해, 흰색 내의를 제외한 모든 군복은 맹추위 속에도 과감히 벗어 던지기로 했다. 상의를 벗어 놓고 하의를 벗으려는데 발목에 매어 놓은 끈이 꽁꽁 얼어붙어 풀어지지 않았다. 총 개머리판으로 몇 번이나 발목 끈을 내리쳐 보아도 소용없어 어쩔 수 없이 하의만 그대로 입기로 하였다. 두툼한 겨울 장갑도 총의 방아쇠와 노리쇠를 신속하게 당기는 데 좋지 않아 벗어 던졌다. 철모 역시 신분의 혼동을 주고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 벗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신상정보가 기록된 학생증이었다. 내가 북에서부터 남쪽으로 어렵게 내려온 이유, 자유주의 세상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줄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조차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애물단지일 뿐이었다.

- 본문 내용
저자

한희나

1930년함경북도출생으로,흥남공업대학교전기과에1학년까지재학하였다.화목한가정에서엔지니어의꿈을품고학업에매진하다가대학1학년마지막기말고사날에6.25전쟁이발발하였다.이에자유주의국가에서학업을이어가기위해가족과생이별하고국군에자원입대하였다.수도사단기갑연대직속인수색중대에배치받아생사를넘나드는많은전투를하였다.휴전성사이후,연고하나없는남한에정착해현재는든든한반려자와함께살고있다.아들과손녀의열렬한지지속에수년에걸쳐기록해온전쟁수기를세상에내놓는다.

목차

지은이의말
엮은이의말
40년전의나를만나다

1부기약없는이별
1.6·25전쟁발발
2.모든것이달라지다
3.가족을떠나자유의남쪽땅으로

2부국군용사가되어전쟁속으로
1.대한민국국군이되다
2.북쪽으로진격하라
3.죽음을각오하면죽지않는다
4.속사리와하진부리일대에서위기를맞다
5.첫번째고지점령
6.두번째고지점령
7.포위망을벗어나안전한곳으로
8.연대장의즉결처분명령을받은무전병
9.설악산전투와신흥사주둔
10.인민군병사의목숨을살려주다
11.향로봉전투
12.최후3인의고지사수
13.억새들속에서기다리던것은

3부인민군생활과탈출
1.해방전사교육
2.인민군부대에배치를받다
3.기회가오다
4.탈출을감행하다

4부전쟁포로생활,그리고마침내자유
1.부산거제리포로수용소
2.반공포로식당생활
3.판문점에서자유의몸이되다

새로운시작

출판사 서평

전쟁은참혹하고무자비하다.으레전쟁은죄없는누군가를희생시키고,희생당한사람은점차기억에서잊힐뿐이다.하지만인류는어리석게도전쟁을반복한다.우리는피비린내나는전장에서목숨을바친이들이지켜낸자유와평화를누리고산다.그럼에도그끔찍한기억은점점흐려지고차츰잊힌다.이땅에서벌어진비극이안타깝게도우리의기억에서멀리도망가고있다.세계인들이한국전쟁이라고부르는6·25전쟁을미국에서는‘잊힌전쟁(TheForgottenWar)’이라고부른다.이책은잊힌전쟁과영웅들을생생하게증언한다.

열심히공부하던꿈많은대학1학년,6·25전쟁의발발은저자가누리던삶을송두리째앗아갔다.한치앞도내다볼수없는급박한전시상황에서,저자는매순간새로운운명을선택해야했다.북한에서태어나유복하게자랐지만,부모형제와고향을등지고국군으로참전하여고향을향해총부리를겨누어야하는기구한운명에처했다.자유주의사회를갈망했고,엔지니어의꿈을위해학업을이어가기위해서였다.국군으로참전하여전투에서죽을고비를넘기며수많은공을세웠다.하지만도중에안타깝게도인민군에게포로로잡힌다.북한출신의국군이라는것에총살될위기에처한다.하지만가까스로위기를면하고종국에는인민군신분이되어총을들게된다.자유를찾아먼길을떠났던목숨건여정은이대로좌초되는것인가.새로운운명을위한저자의고뇌와선택은책을통해확인할수있다.

책은6·25전쟁을잊고살아온사람들에게마치전장에서실제로총을들고싸우는것처럼팽팽한긴장감을느끼게한다.저자는험악한백두대간산악지대에서의전투로극한상황을자주마주한다.한순간도방심할수없는수색대원의특별임무,혹한의추위와극심한굶주림,피로와공포의교차속에빗발치듯날아드는총탄을피하며싸워야하는용사들의생생한모습과서늘한참상을들려준다.이땅의자유와평화를위해산화하여이름모를계곡과산자락에묻힌호국영령들을떠올리게한다.

남한과북한에씌워진이념은변함없이세월만무심하게흘렀다.우리는참혹한전쟁이남긴폐허의구렁텅이위에자유민주주의의기틀을다지고경제대국으로성장했다.하지만,잊어서는안될,결코잊혀서는안될전쟁과영웅들이있다.조국을위해목숨바쳐희생한영웅들의위대한헌신에존경과감사를드린다.이책을통해‘역사를잊은민족은미래가없다’라는말을다시금마음에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