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도서관 (이덕대 에세이 2집)

내 마음속 도서관 (이덕대 에세이 2집)

$16.99
Description
5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선생님은 학교 도서관을 맡겼다.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많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세상으로 나왔지만 어느 순간 책과 멀어졌다. 마음은 항상 책을 요구했지만 몸에는 굳이 책이 소용되지 않았다. 책과 멀어지면서 자신과도 멀어졌다.
일은 몸을 짓눌렀고 마음속 도서관도 피폐해졌다. 아프고 힘들었다.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어느 날 입고 싶은 옷 한 벌이 생겼다. 마음속 도서관을 다시 열었다. 사소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들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하면서 작게나마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가족, 친구, 이웃들의 이야기이자 주목받지 못하는 일상의 기록이다. 시골을 떠나 도시의 어느 골목길에 스며들어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벗들을 소환하는 글이다. 뒤란 돌아 옆집 대밭에 후드득 빗방울 돋는 날 문득 한 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 펼쳐 보고 싶은 책이다.
저자

이덕대

경남사천시출신이며공군사관학교를졸업후공군대령으로예편했다.한국항공우주산업(주)에서국산항공기통합체계지원(IPS:IntegratedProductSupport)분야개발책임자로참여하였고,항공기조종및정비교육자료개발업체인한길씨앤씨(주)에서상임고문으로재직하였으며이런개발지식을바탕으로여러대학및연구기관에서다년간강의를하였다.지금은김포에서열심히작품활동중이다.
2017년김포문학수필부문신인상을수상하였으며2021년3월에한국수필신인작가상으로등단한후한국수필가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2023년첫에세이집《감나무가지에걸린달빛으로자라기》를출간하였고한국수필에서같은이름의수필이2023년“좋은수필10”에선정되었다.
2024년에는〈한통속감자꽃〉이인터넷문예신문시인투데이에서주관하는제24회작품상을수상하였다.

저자는본에세이집서문에서도밝혔듯이오늘도잊히고사라지는것들을소환하고일상의사소한일들을정리하여마음속도서관장서함에정리하는마음으로글을쓴다.어떤삶도살아있는누구의일상도소중하지않은것이없다.
현재의거울인역사는국가만이아닌개개인의일상기록이더명징하게보여줄지도모른다는소명의식을가지고있다.

목차

서문

Ⅰ봄
1.달력유감
2.세월의강을따라소환되는단상(斷想)들
3.고향의움쑥한봉지
4.남녘에서온김치
5.달래예찬
6.꽃대궐
7.봄손님과주인
8.매실차
9.벚꽃이별
10.고추모종심기

Ⅱ여름
11.함박꽃
12.우물이사라졌다
13.라면을끓이며
14.제라늄화분옮기기
15.공짜복숭아한상자
16.호박잎쌈
17.배롱나무꽃추억
18.밭은죄가없다
19.얼떨결에산빵
20.골목길

Ⅲ가을
21.누나가보낸고구마
22.꿈꾸는농막
23.붕어빵과호박식혜
24.부전시장에서온뜻밖의선물
25.선풍기재포장
26.까치밥
27.전원고향악(故鄕樂)
28.연(鳶)
29.신기료장수

Ⅳ겨울
30.활수와판수
31.인공지능(AI)이가지고올섬뜩한미래
32.작은누나
33.5촉전구
34.다시시작되는삶
35.고무신
36.석양을등지고앉은친구
37.큰누나
38.멈추어선시계

Ⅴ다시봄
39.마당이있는풍경
40.내마음속도서관
41.벽장안책들
42.헛간
43.빈집유감
44.할머니의마당질
45.남녘바닷가에서만난삶들
46.숲이있는풍경

출판사 서평

도서관이여러곳에만들어지고책이넘쳐난다고지식이많아지고사유가깊어진것같지는않다.오히려그반대인것은아닐까.
인간의삶을따뜻하게보듬는것은지혜와감성이다.이런지혜와감성을바탕으로헤아릴수없을정도의고뇌를거쳐만들어지는것이수필이다.
저자는항공기를개발하는회사에근무하면서아침에눈만뜨면하늘부터쳐다보는삶을살았다.간절하고절박한마음으로매일매일날씨가좋기를기도했다.
항공기개발이성공하려면계획된시험비행을안전하게마무리하여야했고무사히비행을마치기위해서는그무엇보다날씨가도와주어야했기때문이다.

그러나이제는기상과동시에마음을졸이며하늘을쳐다보지않아도된다.직업전선을떠나면서더이상하늘을쳐다볼이유가없어졌기때문이다.
하지만그래도그는가끔하늘을보면서산다.하늘에는사람들에게필요한많은것들이있다.해와달과별,바람과구름,비와눈이있다.무엇보다도무지개가걸리는하늘에서삶의희망을볼수있다고믿는다.
도시는병들고아프다.오월의밤하늘은원래한여름밤의빛나는은하수를준비하느라맑아지고높아지는법이다.세상이바뀌었다.대기오염과미세먼지들로해서하늘은뿌옇고탁하다.
아침에일어나서산책길을걸어도신록에서뿜어져나오는청량감을느낄수가없다.이런날은고향근처푸른산자락의맑은아침바람을그리워한다.

-

기다림과애태움을통해만들어진그리움은만남과동시에그리워한만큼의행복감을남기지만한편으로그리움이상의아픔과슬픔을안기고사라진다.
그쯤에서야그리움은과거의기억에의한미래의바람이긴하지만그자체가현재의행복이란것을비로소깨닫는다.
벚꽃이피면서건조한도시의풍경이마치만춘(晩春)의고향산야처럼풍성하면서도화려하게변신하더니벚꽃이지면서다시황막(荒漠)하고쓸쓸함으로돌아섰다.
순식간에사라진벚꽃자리는이미피고졌어야할목련에명자나무며때늦은개나리가메꾼다.
예년같으면먼저피었을꽃들이순서를바꾸어뒤늦게피는이유를알수는없지만그래도아직봄이곁에남아있는듯해서기특하기까지하다.
벚꽃의화려한만개를기다렸던그그리움이너무도빨리없어지는것은기약없이또내년봄을기다려야하는애태움이자아픔이기때문이다.
-「벚꽃이별」중에서

특별하지않지만최선을다해생명을이어가는화분을보며여러생각이일어난다.사람이자연을이용해야할대상으로생각하고살아온것은언제쯤부터일까.
자연과유리(遊離)되어인공만의세상에사는삶이만들어진것은오래되지않았을것이다.근대화시기를지나오직인간의손으로만들어진밀폐된공간에서산다는것은사실은불가능한일일지도모른다.
어떤형태로든자연속에서자연과더불어숨쉬고관계하며일상을이어간다.하지만때로는마음그자체는사면팔방이견고한콘크리트벽체에갇혀자연과온전히단절된세상을사는기분을느낄때가많다.

-「제라늄화분옮기기」중에서

겨울이깊어지면서고향의숲은적막하다.마을사람들은도시로떠났고더이상아이들의웃음소리를들을수가없다.
사람들은사라졌지만숲은여전히햇살과달빛을붙들며많은생명을키워낸다.나무뿌리아래는매미유충이땅을뚫고나오는그날을기다리며수액을빨고이름모를풀벌레알들은옹이구멍을집삼아추위를피하고있을것이다.
차가운겨울바람속에서흔들리며강건해진작은가지들은빛나는봄을꿈꾸며지금도마른떨켜에쉼없이생명수를나르고있으리니.

-「잊지못할고향숲의풍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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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것은익숙하나고루(孤陋)하고새로운것은신선(新鮮)하나두렵다.어우러짐과홀로있음의균형이세상에요구되는인성과품성을만들어낸다.
과거와미래가현재를통제하는것은고루와신선이단지시간의장난에불과하기때문이다.어른이된이후에야시간이고루를밀어내고고독도미래를위해필요하다는것을안다.
고독은자신속으로들어가는일이다.기대고건네는것에서멀어지는것은두려운일이나성장에는어울림보다혼자인시간,깊은사유가훨씬더필요하다.
자연속에서자연과벗하며만들어진감성은외향적감각으로깊이가없고지식의바다를헤엄치며만들어진감성은지혜가덧들어내면적감각으로삶의순리를깨닫게한다.

고뇌와성찰을통해나온저자의글들은서정과서사가어우러진한국수필문학의전형이다.수필은사실을바탕으로창의적상상이읽는재미를주어야한다.
도심의어느골목에서고향을그리워하는사람들이한번쯤읽었으면하는에세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