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북극 (권혁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오래가는 북극 (권혁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1.80
Description
남들 다 본 영화를 철 지나 보았다
안 보면 말할 수 없고 보고 나면 말할 게 없어

자주 속았다
-3부 「꽃과 생활」 부분

철 지난 이야기를 끌어다가 현재 의식으로 재구성했다. 자기를 닮은 언어들을 찾아 변명해 주면 덜 속고 덜 속이는 형식을 갖게 될 거라고 시인이 말하는 듯하다.
저자

권혁연

공장노동자,경리,나무공방,학습지교사,물류센터포장,속옷가게점원,꽃집점원,설문조사원,뷔페서빙,농사꾼,비정규직장인,해변노점,도배사,입주청소,장꾼,비정규자영업자로살았다.
유일한정규직은가장긴근무경력을자랑하고싶은전업주부다.
무급에가까웠고장르가많아서지루할틈이없었다.
두아이를낳아인류에기여했다.그리고오늘은시를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손안에달걀
구르면다꽃이다
꽃들이오고있다
나는,봄
아침의기분
주춤주춤나를만들어
오래가는북극
장르
뻔한스토리
콩나물은물만먹고자라도
카페에는올리브빵나무가자란다
내기분은만만
파란단추
오후3시한다발

2부
내가많아서좋아
수용생활
두부밤고양이그리고다정
전갈의밤
03
시인의방
기분이부서질까봐
흰산
흰하루살이
생크림운동장이에요
흐르는사람들

3부
지구바깥으로간행주
십이지
제사
꽃과생활
꽃과생활
꽃과생활
참외꼭지전쟁
품의서
파이팅크리스마스
천연굴

4부
운동장
차를마시는현상
장미여관
꽃과생활
음머는길다
아카시아향기가부르는밤
검은정원
사루비아
무화꽃이피었습니다
다시새

5부
따뜻한입구
이름없는사람들
우쿠가맛있는버섯구름을완성했습니다
신종말론
과줄알바
모자란움직씨의생활동화
광명마을에는바닥별이산다
이이야기는사랑얘기다
무당거미가이사를갔다
페르소나
혀는상상한다

출판사 서평

북극마을한가운데아이스크림집을지을까
산양젖을짜내설탕을뿌려꽝꽝언우유얼음을다듬질해
바람을발라붙이면영원무궁안될까

-1부「오래가는북극」부분

권혁연첫시집『오래가는북극』.

“컵라면으로집을지으면/나보다는오래가지않을까”(1부「오래가는북극」)시인은단단하고무거운북극을컵라면으로치환해가벼운놀이처럼만들어버린다.반대로가벼운일상의반복을무거운질문의철학으로바꾸어놓기도한다.“의심은왜파란움을키울까”(1부「주춤주춤나를만들어」)도마에서떨어져구르는“대파”에게계속질문을던진다.

“요리법은의식의흐름난비빔밥을가장좋아하고”(5부「혀는상상한다」)시인은‘되감기기법’을요리법으로선택해서시간의순서를거꾸로돌리고있다.간혹“비빔밥”처럼섞여있기도하다.“유리다관”에찻물을부어“히비스커스문이열리는시간”(1부「아침의기분」)을불러오겠다고선언한다.

그시간들은“낙타가구미호를낳다가바구미로환생하는뻔한스토리”(1부「뻔한스토리」)에서시작해“빨간다리파란다리하얀팔검정팔다리긴빨강짧은파랑중간노랑줄무늬”(1부「내기분은만만」)로건너뛰다가“배고파우는거같진않았고/죽음처럼낮은노래를자기에게불러주”(2부「수용생활」)려나에게로돌아오는일상이고반복이다.날달걀,싹튼감자,콩나물,두부,행주,이불,마스크,갈비탕집,국숫집,무당거미등대부분일상에서가져온재료들로구성되어있다.

결국은판타지이고“어디서부터였든판타지다.”(5부「모자란움직씨의생활동화」)결국은사랑얘긴데“할아버지아니할머니가되어서도사랑했다”(5부「이이야기는사랑얘기다」)

불안한정서가깊게밴일상속을일관된하나의행위가구멍처럼흐른다.“꽃잎을뒤집어쓰고서로웃다가동그랗게/웃음을가두고입술을조금씩깨물어먹는이불속”(3부「꽃과생활」)에서이불전쟁을하면서,어머니를추억하면서.“기억이없다는얼굴표정에/어머니는꽃을좋아하지않았다”(4부「꽃과생활」)죽음과욕망을동시에떠오르게하는「장미여관」에습관처럼꽃을놓아둔다.

검은피아노배경에열아홉살장미여관이꽃핀다

흰국화를선물하던내사랑의습관이살고있는장미여관

국화한송이곱게싸들고서손흔들어

장미여관이요

-4부「장미여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