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는 늘 바람이 분다

골목에는 늘 바람이 분다

$13.00
Description
골목은 시대를 달리하며 우리의 삶을 보듬어 왔습니다. 자그마한 씨앗이 하나둘 모여들어 수풀을 형성하듯, 고만고만한 이들이 그럼에도 살아 보자고 어쩌다가 생긴 골목. 그 좁은 골목에 있던 작은 집, 단칸방조차 적다고 할 수 없는 가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문 밖 좁다란 길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작고 어린 그 가슴에는 부푼 꿈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좁은 골목의 다양한 삶을, 수많은 사연을,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다가오는 그 울림을 수필, 시, 소설 형식으로 서사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

강순조

골목에서나고자라지금은아파트에살고있습니다.
호기심이많은어린시절을골목에서보냈기때문인지세월이많이흘러주름이,흰머리가늘어가지만,그리고그골목도재개발로오래전에사라졌지만,그골목이가끔생각날때가있습니다.아마도제삶의한부분이기에그골목을무의식적으로제가아련하게찾아가기도하고,그골목이연민으로저에게찾아오기도하는것같습니다.
마음저변에스며있는감상이이러하게일때면글을쓰기도하는데,그영향으로쓴책이『감성X』,『메시지X』,『전지적규리시점영어동사』,『본능X』,『원시에서길을찾다』입니다.

목차

골목으로들어가며,되돌아가며

굽이굽이
바람은그냥불지않는다
공기놀이

내리김쌈
아빠뒷담화
가족
그골목,그봄
나하나태어났을뿐인데
나는0.0000000001429가아닌
내MBTI는
담쟁이의외침,다짐
나만의꿈이있다
바닷가에서
왜가리의기다림
그림이궁금해
나는마늘이싫은데
달빛선인장
비오는날운동장풍경
시험본날에
숙제하기싫은데
무지개안에있는나
국수먹는풍경
나는나를칭찬해
보인다
요즘도서관
시장은골목이다
평범한날에
누군가는
그네도시소도없는놀이터가있다
5학년6반에있던평강공주는지금어디에
가을
한방울이바다가되려면
낙엽은자유다
연탄인나,난억울하다
한쌍의검둥오리
그골목,그겨울

출판사 서평

이책의저자는골목에서나고자랐다.저자가성장기를보냈다는골목은재개발이라는바람에밀려이미오래전에사라졌지만,그리고세월도제법흘렀지만,어릴적을생각할때면자연스레그배경이되는골목.아무생각없이그냥가만히있어도어린날의삶,그자체이기도했던골목.저자는순수한어린그눈에비치고,여린그마음에새겨진그때그골목의삶,그애환을반추하며그때마다글을썼다.나이가지긋해진이때,지금에서야깨달은골목이전하는울림을온전하게전달하고자서사있게글을써이책에담았다.골목에서뛰어노는아이들의모습을생생하게표현하고자아래와같이수필,시,소설형식으로서사있게썼다.

그런대로겨울맞이를한거같은데,막상겨울이오면골목은춥다.연탄불이꺼져서춥고,연탄이떨어져서춥고,묵직한솜이불을덮어도그보다싸늘한웃풍이무겁게짓눌러춥고,난로를방안에설치했어도연탄가스를마시고쓰러져서춥고,김장김치는아직좀있지만그김치와어울리는찬거리가없어춥고,자식들한테두툼한파카하나사주지못하는그놈의형편때문에도춥다.이래저래겨울은춥다.다른어떤곳보다골목은더춥다.이번겨울도골목한테눈보라를몰아치며거칠게군다.골목사람들을,그마음을무척이나쓸쓸하게한다.지나칠정도로쌀쌀맞게군다.그러니그몸과맘어디한군데춥지않은데가없다.어제보다오늘이더춥다.그저춥기만하다.우리앞에따뜻한봄이,행복한봄날이있을까의심이들정도다.

연탄인나,난결백하다

까마득한억겁의세월을까만땅속에서그저까맣게있었는데
어쩌다가땅속보다더어두컴컴한달동네,말도많고탈도많은
이골목까지날끌고왔는가!

냉기가득한구들장을,씻을물을뜨끈하게데우려고?
허기진식구들을위해밥을짓고국을끓이려고?
꼬맹이들에게달고나를만들어스윗하게주려고?
해저물녘고구마,밤,쥐포를바삭구워출출한배채우려고?

이놈의몹쓸인간들!
내몸에구멍을숭숭뚫어놓고
날카로운집게로내얼굴을쿡쿡찔러대면서
요구하는건참으로많도다.

아무튼사정이딱해보여밤낮없이타올랐을뿐인데
쉬지않고온몸을하얗게불살랐을뿐인데

나때문에사람이죽었다니
자다가일가족이모두죽어나갔다니
겨울이면내가사람을여럿죽인다고하니
어처구니없는,미치고환장할노릇이다.

내가뭘잘못했다고,난그저그대들이바라는일을했을뿐인데
나는결코살인마가아닌데,난그저그대들한테베풀었을뿐인데

가까이서보아하니가난이죈데
아무리봐도가난이범인인데

곧죽으면눈길위에그대들미끄러지지말라고
산산이부서져처참히뿌려질나이긴하지만
그래도억울한건억울한거다.

그놈의가난이웬순데나한테왜?나보고어쩌라고!

시원한동치미한사발벌컥벌컥들이켜면이기분이풀리려나
아무튼난억울하다.
하얀지금처럼나는결백하다.
나는결백그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