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

비탈길

$17.00
Description
유리거울 같은 검은 바닷물을 딛고 발가벗은 홍 마담이 춤을 추고 있다. 어느새 수정이도 춤을 추고 있었다. 또 어찌 된 일인지 춤을 추던 여인들은 사라지고 희수가 홀로 남아 춤을 추고 있다. 희수는 번쩍 눈을 떴다. 사방이 고요했다. 불현듯 지난밤 진혼굿 하듯 몸을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던 홍보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저리를 치며 일어난 희수는 커튼을 걷었다. 한낮인데 곧 눈이 쏟아질 듯 회색 천지의 세상은 어둠침침했다. 마치 스크루지가 나오는 성극을 하려고 준비 중인 무대 같았다.
저자

변종옥

나는
삼년째라인댄스를배운다
이제겨우어리바리시늉을한다
한달쯤된신입생
내손을잡고흔들었다
‘나는집이때문에위로가돼’
기분이묘했다
내서투름이위로가되었다니
이또한보시아닌가

목차

책머리에

모자가바람에
호야
쵸코
메리
너,임신했니?
떡볶이소동
산청가는길
블루베리
비탈길

작품해설:웃어,활짝웃으란말이야

출판사 서평

분분히떠다니는낱말들이뭉쳐지질않는다.

손녀와손자가3킬로,2.5킬로,가뿐한아기였을때,어찌나예쁘던지아기들을도맡아돌봤다.우리얘기들은잠투정이심했다.밤마다아기를안고아범과전깃불에잠들지못하는도시를돌며아기를달랬다.‘잠들었다’싶으면,살금살금현관문을여는순간‘와아앙’하며발버둥을쳤다.십여년을아기를안고동동구르며올빼미처럼밤잠을설쳤었다.이제큰애는대학생,작은애는중학생이되었다.내가손쓸일이줄어들었다.나는습관이되어밤에는말똥말똥하고,낮에쪽잠을잔다.밤잠없는것은소설쓰기에는좋은조건이다.그동안시간이없어서소설을못쓰는줄알았는데,아뿔싸!머릿속이텅빈듯글한줄떠오르질않는다.아!나는이제소설은못쓰겠구나.하는상실감에빠져들었다.



사람옆에사람이필요하다.노인에게는더욱사람이필요하다.그러나노인은여러가지사정으로홀로되는경우가많다.외로운노인은어쩔수없이무표정이되어간다.노인은일자리에나와서서로얼굴을마주보며웃는다.“어떻게지냈어?”상냥하고사근사근한김여사인사에“어서일나오고싶어서날새기만기다렸지.”박여사얼굴에웃음기가번졌다.

노인들은커피자판기앞에서서로돈을내겠다고옥신각신하다“나이순으로하자.”라며차례를정했다.커피한잔들고구석으로몰려가주저리주저리넋두리를늘어놓았다.질곡의세월을살아온노인의넋두리는소설보다더소설같다.

-「책머리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