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하나의 침에 모든 것이 녹아 있단다. 선조들의 수많은 지식과 경험과 심지어 죽음까지도 말이다. 그것을 모두 담아 침을 놓아야 한다.
순간, 아버지가 내 몸에 놓았던 장침의 감각이 살아났다. 그것은 무거운 닻이 되어 몸속 깊은 곳에 아직 박혀 있었다. 닻줄을 끊어버리면, 나는 거친 물결 속에서 그대로 표류할 것 같았다.
나는 거울을 보았다. 그 속에 비친 눈동자는 아버지의 것을 빼다박은 듯 흐려져 있었다. 급히 침통을 챙겼다. 마음속으로 풍에 대한 의술을 정리해 보았다. 아버지의 무도(舞蹈)와 같던 침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수편선 위로 빛을 뿜어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해변을 가로질렀다. 소나무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바다만큼이나 깊은 뿌리가 내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할아범은 입술을 꼬며 나를 반길 것이다. 노인에게 한국의, 중국의, 세계의 역사가 담긴 침을 놓아야 한다. 혼신을 쏟아부어서, 과감하게.
- 고동현의 소설 〈침〉에서
순간, 아버지가 내 몸에 놓았던 장침의 감각이 살아났다. 그것은 무거운 닻이 되어 몸속 깊은 곳에 아직 박혀 있었다. 닻줄을 끊어버리면, 나는 거친 물결 속에서 그대로 표류할 것 같았다.
나는 거울을 보았다. 그 속에 비친 눈동자는 아버지의 것을 빼다박은 듯 흐려져 있었다. 급히 침통을 챙겼다. 마음속으로 풍에 대한 의술을 정리해 보았다. 아버지의 무도(舞蹈)와 같던 침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수편선 위로 빛을 뿜어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해변을 가로질렀다. 소나무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바다만큼이나 깊은 뿌리가 내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할아범은 입술을 꼬며 나를 반길 것이다. 노인에게 한국의, 중국의, 세계의 역사가 담긴 침을 놓아야 한다. 혼신을 쏟아부어서, 과감하게.
- 고동현의 소설 〈침〉에서
아름다운 작가 (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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