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서랍은 무엇을 넣으라고 정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보다 작기만 하다면 낡은 오카리나부터 해변의 조개껍데기까지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무지 내용물을 예상할 수 없고, 그 안에는 오직 나만이 내력을 아는 은밀한 기억의 지층이 쌓입니다. 이 지층은 닫혀 있다고 해서 굳어버리는 화석이 아닙니다. 서랍이 열릴 때마다 기억들은 깊은 곳까지 헤집어지고 뒤섞이며, 그 속에서 작은 바다가 되어 쉼 없이 출렁입니다. 그리고 그 파도에 휩쓸려 잊고 있었던 것들이 불쑥 떠오르기도 합니다. 닫힌 서랍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파도 소리. 생의 다채롭고 역동적인 기록들을 이제 세상 밖으로 꺼내 놓습니다.
서랍에선 파도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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