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나가면서

지구를 지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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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에 태어난 행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종교적 가치관에 기대지 않고는 생에 대한 의미를 찾기도 힘들다. 삶 앞에서 영혼이 수천 길 절망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도 있고 부도 난 어음처럼 고통을 견디는 것만이 전부일 때도 있다. 마음이 분해되는 것 같은 시련 앞에서는 꿈도 없는 영면에 들고 싶은 바람이 생기기도 한다. 까닭 모르게 와서 왜 사는지도 모르게 살다가 아무것도 모른 채 사라지는 인생. 어떤 이는 꽃 피는 시절에, 어떤 이는 숲을 헤집으며, 어떤 이는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육신을 벗었다. 때로는 꿈길에서 온다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지지난 한여름에는 젊은 친지가 유골이 담긴 항아리 하나 남기고 땡볕을 피하듯 떠나갔다.

- 「지구를 지나가면서」에서
저자

김혜강

1988년부산MBC신인상수필당선과2019년지용신인문학상시당선으로등단하였으며천강문학상수필우수상을수상하였다.저서로수필집『자전거를기다리다』,『격』,『맨발의춤』과시집『어머니의마을에는눈이내린다』,『포스트신데렐라』,운동에세이『운동망설이지말고당장하라』가있다.

목차

작가의말

1부
지구를지나가면서
지구를지나가면서
안개
숲에들다
외딴행성같은
성당가는길
강의속삭임
후박나무를보았습니까
공존을생각하다
카오스와코스모스
주변과중심

2부
다음역은봄입니다
다음역은봄입니다
마당넓은집의경사
멸종위기종인간
삼십리꽃길따라
기적
기적의씨앗
변주,바다에의한
아담과이브
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
너무많은행복

3부
종소리
종소리
불멸
등잔밑
마침내평등
비는어둠을타고
멀미
바쁜사람들
사과의속사정
이규정선생님을기리며
봄이오고있습니다

4부
아모르파티
지나갈것은지나간다
여름날소나기처럼
우산과우산
아모르파티
가을의기도
책들
시월소묘
우리는곧외딴바다로간다
여왕벌
다시봄을기다리며

출판사 서평

삶은축복으로시작되지만,그축복이곧위안이되지는않는다.생명체가존재하는드문행성에태어났다는경이와그럼에도버거운삶사이에서저자는질문을던진다.우리는왜사는가,무엇으로견디는가,그리고끝내어디로향하는가.

종교적위안에기대지않고삶의의미를붙들려는시도는가혹하다.영혼이절망의낭떠러지로곤두박질치는순간들,고통을견디는것외에는아무것도할수없는시간들,마음이산산이부서지는시련앞에서차라리영면을꿈꾸는나약한바람까지.저자는인간이애써외면해온감정의가장깊은층을정직하게응시한다.

‘부도난어음처럼’이라는비유에서드러나듯이삶의고통을냉정하게인식하면서도,그것을포기나체념으로밀어넣지않는다.오히려각기다른방식으로삶을떠난이들의모습을통해그고유한흔적을조용히복원해낸다.이해하기도,설명하기도힘들지만우리는각자의방식으로이생을통과하고있다.그리고그통과의기록이야말로,이미충분히의미있다는조용한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