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두고 간 차표 한 장 (사흘 만에 지은 집, 평생에 품은 기억)

호랑이가 두고 간 차표 한 장 (사흘 만에 지은 집, 평생에 품은 기억)

$17.00
Description
나는 기차역에서
사람들에게 표를 나누어 주던 역무원이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 표를 손에 쥐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아홉 살의 내가 살던 호랑이 발자국이 찍힌 오두막 앞에 도착한다.
저자

김정미

하늘과맞닿은해발750미터산골,사흘만에지은진흙오두막에서유년시절을보냈다.
엄마가손수지어준교복을입고20리산길을걸어학교에다녔다.그길을버티게한것은언제나곁에있던엄마였다.
졸업후교단에섰다가,이후역무원으로수많은사람들의여행길곁에있었다.
퇴직후지금은청풍명월의고장제천에서벌꿀지기로살아가고있다.
서울에사는손녀들과가끔만나함께하는시간이노년의가장큰행복이다.
이책은긴세월을돌아,아홉살산골아이였던나에게보내는뒤늦은답장이다.
손녀들과함께한십년의이야기는『할매,별이따라와요』로곧출간될예정이다.

목차

머리글:아홉살의기차표

제1정거장:쉰살터울산골엄마
우리엄마는처음부터늙어있었다!
엄마의기도와눈물소나기
엄마의쩔렁쩔렁자장가
몽당부지깽이와내이름
엄마의무게
엄마의손수건
고향의봄
엄마의하얀손가락
운동회와보자기도시락
쥐꼬리를잡은우리엄마
엄마의빈자루와구수한떡

제2정거장:사흘만에지은우리집
진흙으로만든우리집
호랑이와숟가락
마당에핀봄울타리
싸리대문과설탕봉지
지붕위의돌멩이
천장위의친구들
한뼘밭
전깃불이들어온날

제3정거장:산골아이와종소리
혹인줄알았던나
아홉살종지기
설탕보다달콤한종지기월급
마지막꼬마종지기
선녀야,놀자!
엄마하고만든꽃밭
돌사탕과만화책
분홍색립스틱도장
아카시아파마
열두번이사가는밥상
옥수수밭의금가루
찬장속의노란유혹
초록댓잎과빨간잠바
하얀날개를달고다녀온세상
흙벽에붙여둔소중한반쪽껌

제4정거장:엄마손꼭잡고
달님에게들키다!
가마솥에녹아버린우유
공비의밥상
국수꼬랑지
달콤하고미안한엿
댓돌위의운동화
두둑해진엄마주머니
뒷도는거꾸로신은신발
라디오속사람들
산너머작은샘터
산속에서들려온엄마목소리
석유닳는다,불꺼라!
엄마는나를두고가지않아
엄마의민간요법
우체부아저씨가오는길
이모오시는날
모독실이

제5정거장:고무신과책보
교과서받던날
공책만한하늘
전화심부름
대답없는이름
난로위의도시락
손들수없는조사
볼록한편지봉투
엄마가얻어온가방
까마귀친구가울뻔한날
저축안하는저축부장
째깍째깍
나뭇잎이손바닥만해지면

제6정거장:스무리통학길
엄마표교복을입고
통학버스보다먼저
세번째재의뱀
외낭골친구

제7정거장:기차가지나는구름마을
검은마을의아이들
우리마을공터
‘뻥’소리와함께시작된명절
통리역옥수수장사
소풍날나타난아이스케키아저씨
영화배우가파는껌

맺음글:마지막역에서,정미가드리는선물

출판사 서평

750m오지산골에서쉰살어머니와살던9살아이의이야기

엄마얼굴은주름이가득하고,머리칼은희끗희끗하고,허리는조금구부정하다.친구들엄마는머리를곱슬곱슬하게하고예쁜구두를신는데,우리엄마는한복에하얀고무신만신는다.나랑쉰살이나차이가난다.
-〈우리엄마는처음부터늙어있었다!〉중에서

며칠뒤,교회에서우리집을지어주기로했다.
“엄마,우리도이제우리집이생긴대요.”
엄마는웃으셨다.사흘째,정집사님이찾아오셨다.
“사모님,집다됐습니다.내일이사하시면됩니다.”
우리는동시에되물었다.
“사흘밖에안지났는데요?”
다음날아침,짐보따리하나씩들고교인들을따라깊은산속으로걸었다.
-〈진흙으로만든우리집〉중에서

아침,엄마가급히부르셨다.
“정미야!이것좀봐라!”
눈을비비며마당으로나갔다.새하얀눈밭위에내손바닥만한구멍이푹파여있었다.옆에는날카로운발톱자국도선명했다.
“이거…호랑이발자국일지도모르겠다.”
-〈호랑이와숟가락〉중에서

“우리정미가종치는법을배웠습니다.제가옆에서돕겠습니다.”
나는깜짝놀라엄마를쳐다봤다.
“그럼권사님과정미에게우리교회종을부탁하지요.”
목사님이웃으며말씀하셨다.그때내나이는아홉살이었다.
-〈아홉살종지기〉중에서

그날밤,호롱불아래에서엄마는바늘과실을들고말없이교복을만드셨다.밤이깊어도눕지않으셨다.
며칠뒤,교복이완성됐다.거울앞에서서입어보았다.한복지로만든교복은새한복처럼빳빳했다.
첫등교날,엄마표교복을입고스무리산길을걸었다.
-〈엄마표교복을입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