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마주보고하는대화는쑥스러울수도있지만앞을바라보며나누는대화는왠지편해서속마음을털어놓게된다.일부러대화의자리를마련하지않아도되니얼마나좋은가.그래서그시간들이나에게정말소중하다.아이들이언젠가독립하게되면이런대화를나누기가쉽지않다는걸알기때문에더욱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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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엄마의운전면허도전기는아빠가엄마의시험응시원서를감추는것으로허무하게끝이났다.전래동화‘선녀와나뭇꾼’처럼가슴절절한사랑이야기로들릴지모르겠으나,엄마에게는두고두고아빠를원망하는일이되었다.실제로엄마는당시일주일이다되도록아빠랑말은커녕눈빛한번마주치지않았었다.선녀가날개옷을입고다시하늘을날아떠나갔던것처럼,엄마도원서를찾아운전면허를땄다면어땠을까?엄마가원할때원하는곳으로자유롭게다닐수있었겠지?지금내가그러하듯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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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타고오신할머니에게그동전의무게가얼마나무거웠을까?그런건생각하지도않고나는맘에들어하지않았던지갑안의동전을기쁘게쓰고다녔다.할머니는손녀에게무엇이라도해주고싶었던것일까?못했던것들을한다는것만으로내마음은가득했다.할머니의마음까지생각할수없었다.어른이된지금할머니의따뜻했던낡은작은동전지갑이그립다.
---p.84
이시간이오길얼마나기다렸던가.가족들이모두잠든12시에서2시까지,거실은온전히내것이된다.이시간을즐기기시작한건,첫째아이가태어나고백일이지날무렵부터다.
---p.104
그러나언젠가는‘몸짓으로’라고불러달라고할날이올것이다.그날은내가엄마로서자식으로부터독립하는날이될것이다.자식이부모한테독립해야하듯부모도자식으로부터독립해야한다.세아이를키우면서참으로버겁다고느낀적이많았고지금은조금나아졌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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