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현대지성 클래식 48

이방인 - 현대지성 클래식 48

$8.05
Description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는 독자들에게
마르지 않는 성찰의 재료가 되어준 소설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컬러 일러스트 11점 수록

1942년 독일 점령하에 놓인 잿빛 파리에서 눈부신 알제리의 태양이 지배하는 소설 『이방인』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반향을 일으켜, ‘이방인’ 같은 존재였던 카뮈를 일약 문단의 총아로 만들어주었다. 『이방인』은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저항하면서 단일한 해석을 거부하는 까닭에, 출간 이후 줄곧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방인』은 주인공 뫼르소의 엄마가 죽었다는 전보로 시작된다. 뫼로소는 전보를 받고 마렝고의 양로원으로 간다. 무심한 그의 태도에 양로원 사람들은 놀란다. 이튿날 그는 해변에서 옛 사무실 동료 마리를 만나고, 함께 코미디 영화를 보고 해수욕을 즐긴다. 어느 날, 이웃 레몽을 우연히 만나 그의 아랍인 애인을 벌주려는 음모에 끌려들어간다. 얼마 후 레몽 친구의 초대로 놀러간 해변에서 아랍인 일행과 싸움이 벌어진다. 싸움은 끝났으나 강렬한 햇빛을 피해 혼자 그늘진 샘을 찾아갔던 뫼르소는 그곳에서 싸움이 붙었던 아랍인을 마주하고, 팽팽한 대치 속 뜨거운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긴다.
현대지성 클래식 48번째 책 『이방인』은 수십 년간 강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온 유기환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카뮈의 문체를 되살리는 일과 주인공 뫼르소의 성격을 원전 그대로 드러내는 일에 힘썼다. 간결하고 일상적인 카뮈 특유의 문체를 유지하면서도, 읽는 사람마다 그 의미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이방인』의 특징을 밝히 드러냈다. 주인공이 실존적으로 경험했던 이방감을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 접속사 하나하나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역자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렇듯 원전에 가장 가깝게 되살려낸 번역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카뮈의 문체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탁월한 상상력으로 글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컬러 일러스트가 독자의 몰입을 한층 돕는다.

저자

알베르카뮈

그모든것에항거하며인간의부조리와자유로운인생을깊이고민한작가이자철학자.1913년프랑스식민지였던알제리몽드비에서가난한노동자의둘째아들로태어났다.알사스출신의농업노동자였던아버지가1차세계대전중전사하고,청각장애인어머니와할머니와함께가난속에서자란카뮈는유년시절의기억과가난,알제리의빛나는자연과알제서민가의일상은카뮈작품의뿌리에내밀하게엉기어있다....

목차

번역초판본을위한옮긴이의말
번역개정판을위한옮긴이의말
『이방인』의미국판서문

제1부
제2부

『작가수첩』에나오는『이방인』관련노트
해제|유기환
알베르카뮈연보

출판사 서평

여전히부조리와인간소외로가득한현대사회,
소설『이방인』이우리에게던지는끝없는물음표

1942년출간된부조리소설『이방인』은프랑스를넘어전세계청년들의필독서로자리매김해왔다.하지만이러한대중성과짧은분량,간결한문체에도불구하고『이방인』은읽기쉬운소설이아니다.어떻게하면『이방인』을제대로읽고,카뮈가『이방인』을통해우리에게던지는물음과울림을발견해낼수있을까?
『이방인』은독자들의마음속에떠오르는질문에어느것하나시원하게대답해주지않는다.부조리란무엇일까?누가이방인일까?소설『이방인』은단일한의미로만해석되지않는다.수사학적으로절제된문체와연결사의생략은문장과문장사이인과관계를희박하게하고,독자들의해석부담을키운다.사르트르는이런이방인의서술을마치‘유리칸막이’같다고말하기도했다.『이방인』은주인공뫼르소의시선으로이끌어가는1인칭소설이지만치우치지않는객관성을유지하며,독자로하여금여러갈래의해석이가능하게한다.
『이방인』을읽는독자는누구나마르지않는성찰과탐구로빠져들수있다.이방인은답하는소설이아니라질문하는소설이다.독자는뫼르소가겪은일련의사건을통해그동안옳다고믿어왔던관습과세계가정말로그러한지돌아볼기회를얻는다.‘파리에서의삶이알제리에서의삶보다훌륭한것인가?’,‘어머니의장례식에울지않는사람은살인자와다름없는가?’…
소설『이방인』은이해해달라고말하지않는다.대신,의심해달라고말한다.늘익숙하고안정된세계가돌연나의고향,나의왕국이아니라는느낌,이느낌을얻는자가바로카뮈가말하는‘부조리인간’,즉‘부조리를인식하는인간’일것이다.

익숙하고관습적인세계를의심하던닮은듯다른두‘아웃사이더’,
알베르카뮈와뫼르소를통해읽는『이방인』

소설『이방인』을제대로읽기위해서는카뮈가어떤인물인지를먼저이해할필요가있다.카뮈는그자체가알제리태생의프랑스인,즉‘피에누아르(piednoir)’로서운명적으로알제리에서나프랑스에서나뿌리없는이방인이었다.학교에서는빈민이어서이방인이었고,집에서는지식인이어서이방인이었다.
카뮈는프랑스와프랑스의지배하에있는알제리사이에낀애매한인물이다.이런이중의정체성에도불구하고지중해는그에게영원한마음의고향이었다.그는알제의바다와태양에서행복을느꼈고,죽은후에도그곳에묻히길원했다.이런카뮈에게부조리란숙명과도같은것이었다.부조리감정은온갖애매한것으로물든세계와인간사이의대립과분리,그로인한충돌에서태동하기때문이다.소설『이방인』,에세이『시시포스신화』,희곡『칼리굴라』에이런카뮈의부조리인식이잘드러난다.
뫼르소는어떨까?육체와감각에충실한주인공뫼르소는장구한기독교역사를가진프랑스독자들의눈에패륜아에가까운이방인으로보였다.어머니를양로원에보냈고,어머니의시신을보려하지도않았고,어머니의시신앞에서커피를마시고담배를피우고잠을잤고,장례식이튿날해변에서만난여자와코미디영화를보고섹스를즐겼고,동네건달을친구로사귀고수상한치정사건의증인역할을수락한뫼르소를우리는어떻게이해할수있을까?
뫼르소는기존사회가규정하는대로행동하지않았기때문에사형당한다.카뮈는『이방인』을이렇게해설한바있다.“우리사회에서모름지기어머니의장례식에서울지않는사람은사형선고를받을위험이있다.”독자는어떠한가?『이방인』의사법적기준으로보자면,우리또한사회적의례를무시하고진실한감정을가감없이밖으로드러내면언제든지사법적유죄를선고받을가능성이있다.부조리를인식하고반항하는누구나‘이방인’이될위험이있다.

현대적이고세련된문체를살린가장카뮈다운번역과
탁월한상상력으로재해석한일러스트로만나는최고의『이방인』번역본

현대지성클래식48번째책『이방인』은수십년간강단에서학생들과함께이책을읽어온유기환교수의번역으로출간되었다.이책은무엇보다도카뮈의문체를되살리는일과주인공뫼르소의성격을원전그대로드러내는일에힘썼다.간결하고일상적인카뮈특유의문체를유지하면서도,한가지해석으로만읽히지않는『이방인』의특징을살리고자애썼다.주인공이실존적으로경험했던이방감을그대로살려내기위해접속사하나하나까지치열하게고민한역자의흔적이가득하다.이렇듯원전에가장가깝게되살려낸번역으로노벨문학상수상작가인카뮈의문체를보다생생하게느낄수있다.
또한,현대지성클래식『이방인』은다양한관점과깊이를더하는부록으로독자의이해를돕고있다.먼저,카뮈가직접쓴미국판서문과『이방인』출간직전작성한노트를옮겨실었다.이노트는학문적신뢰도가가장높은판본으로평가되는갈리마르출판사의『플레이아드총서』판본에수록된것으로카뮈가『이방인』에대해가졌던가장원초적인생각을가감없이표출한육성이다.또한,옮긴이의말과더불어심도있는해제를통해독자들이더욱다양한시각으로『이방인』을바라보도록돕는다.마지막으로일러스트레이터윤예지의탁월한상상력과독창적인시선으로재해석한컬러일러스트11점으로소장가치를더했다.

책속에서

물론내용의심화에몰두하는작가의작품을번역하는일도힘겹지만,문체의조탁에전념하는작가의작품을번역할때는번역무용론까지떠오를정도로고통스럽다.사르트르,바르트,블랑쇼등동시대를풍미한프랑스지식인들이공히『이방인』의문체를상찬하고있다는사실은카뮈가거기에얼마나심혈을기울였는가를짐작하게해준다.적어도『이방인』의경우,문체를온전히옮기려고애쓰지않는번역은그것이아무리잘읽힐지라도최선의번역이라고할수없다.이런맥락에서『이방인』번역의성패를가르는관건은두가지로보인다.하나는작가의스타일,즉카뮈의문체를되살리는것이고,다른하나는주인공의스타일,즉뫼르소의성격을되살리는것이다.-p.9

오늘,엄마가죽었다.어쩌면어제,잘모르겠다.양로원으로부터전보한통을받았다.“모친사망.내일장례식.근조.”그것만으로는아무것도알수없다.아마어제였으리라._p.25

하늘은벌써태양으로가득차있었다.태양이대지를짓누르기시작했고,열기가빠르게올라왔다.나는왜우리가출발하기전에그토록오래기다렸는지모른다.어두운상복을입은탓에나는더웠다.모자를쓰고있던키작은노인이다시모자를벗었다.내가약간몸을틀어노인을보았을때,원장이내게노인에대해서이야기했다.그는저녁이면엄마와페레씨가간호사를동반한채마을까지산책하곤했었다고말했다.나는주위의벌판을바라보았다.하늘에맞닿은언덕까지줄지어늘어선사이프러스나무들,적갈색과초록색의대지,드문드문흩어져있으나윤곽이뚜렷한집들을보았을때,나는엄마를이해할수있었다.이고장에서저녁이란우수에찬휴식과도같았으리라.오늘은풍경을일렁이게하는끓어넘치는태양이이고장을비인간적이고위압적인것으로만들고있었다.-p.39

잠시후영감의발걸음소리가들렸고,그가내방문을두드렸다.내가문을열었을때,그는들어오지않고문턱에서서말했다.“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내가들어오라고권했지만,그는들어오려고하지않았다.그는자기구두끝만바라보며딱지투성이인두손을부들부들떨고있었다.나를마주하지도않은채,그는내게물었다.“그사람들이나한테서개를빼앗지는않겠지요,그렇지요,뫼르소씨.나한테개를돌려주겠지요.그렇지않으면내가어떻게되겠소?”나는그에게동물보호소가주인이찾아갈수있도록개를사흘동안돌본다는사실,그런다음개를적당히좋을대로처분한다는사실을일러주었다.그는말없이나를바라보았다.뒤이어내게말했다.“잘있어요.”그가자기방문을닫는소리가들렸고,방안을왔다갔다하는소리가들렸다.그의침대가삐걱거렸다.그리고벽을통해들려오는작고기이한소리로나는그가울고있다는것을알았다.그때왜엄마생각이났는지모른다.그러나나는이튿날아침일찍일어나야했다.나는배가고프지않았고,저녁식사를거른채잠자리에들었다.-p.69

나를보자마자그는몸을약간일으켰고,주머니에손을넣었다.나도자연스럽게웃옷속에있는레몽의권총을움켜쥐었다.그러고서그가다시뒤로누웠지만,주머니에서손을빼지는않았다.나는그에게서꽤멀리,10미터가량떨어져있었다.간간이,반쯤감은두눈꺼풀사이로새어나오는그의시선이느껴졌다.그러나대개는불타는대기속에서그의이미지가춤을추었다.파도소리가정오보다훨씬더나른했고,훨씬더잠잠했다.똑같은모래위의똑같은태양,똑같은햇빛이지금여기까지이어지고있었다.한낮이운행을멈추고,끓는금속의바다에닻을내린지벌써두시
간이지났다.수평선위로조그마한증기선하나가지나갔고,나는아랍인에게서눈을떼지않았기에그증기선이눈가의검은얼룩처럼느껴졌다.-p.91

내가돌아서기만하면모든것이끝날터였다.그러나태양으로진동하는바닷가전체가내뒤로밀려들었다.나는샘을향해몇걸음옮겼다.아랍인은움직이지않았다.어쨌든그는여전히꽤멀리떨어져있었다.그의얼굴에드리워진그늘탓인지,그가웃고있는것처럼보였다.나는기다렸다.불타는태양이두뺨을엄습했고,땀방울이눈썹위에맺히는것이느껴졌다.엄마의장례식날과똑같은태양이었다,그때처럼특히이마가아팠고,이마의모든핏줄이살갗밑에서한꺼번에뛰었다.더이상불타는열기를참을수없었기때문에,나는한걸음앞으로나아갔다.나는그것이어리석은짓이며,한걸음움직인다고해서태양을떨쳐버릴수없음을잘알고있었다.그렇지만나는한걸음,단지한걸음앞으로나아갔다._p.92

내변호인이더이상참지못하고두팔을높이쳐들며,소매가내려오면서풀먹인셔츠의주름이드러날정도로두팔을높이쳐들며소리를질렀다.“도대체피고인은어머니를매장했기때문에기소된겁니까,사람을죽였기때문에기소된겁니까?”방청객들이웃었다.그러나검사가다시일어났고,법복을고쳐입으며존경하는변호인만큼순진하지않은사람이라면누구나이두사실사이에존재하는심오하고,비장하고,본질적인관계를느낄수밖에없으리라고단언했다.“그렇습니다.”하고그가힘주어외쳤다.“저는이사람이범죄자의가슴으로어머니를매장했기때문에유죄를주장하는바입니다.”-p.136

당신은몹시도확신에차있어,안그래?하지만당신의확신은여자머리카락한올만한가치도없어.당신은죽은사람처럼살아가고있으니,살아있다는것조차확신하지못해.나,나야겉보기에는두손이텅빈것같지.그렇지만내게는나에대한확신,모든것에대한확신,당신보다더깊은확신,내삶과다가올그죽음에대한확신이있어.그래,난가진게이것밖에없어.하지만적어도나는이진리를굳게붙들고있어,이진리가나를굳게붙들고있는만큼말이야.나는전에도옳았고,지금도옳고,언제나옳을거야.나는이런식으로살았지만,저런식으로살수도있었겠지.나는이런일을했고,저런일을하지않았어.나는이런짓을저지른반면,저런짓을저지르지는않았어.그래서어떻다는거야?마치나는늘그순간을,내가정당화될그이른새벽을기다리며살아온것만같아.아무것도,아무것도중요하지않아,그리고나는그이유를잘알고있어.당신또한그이유를잘알고있어.내가살아온이부조리한생애전체에걸쳐,내미래의심연으로부터,한줄기어두운바람이아직도래하지않은세월을거쳐나를향해올라오고있고,바로그바람이지나가면서,내가지금살고있는정히현실적이지도않은세월속에서사람들이내게제안한모든것을아무런차이가없는것으로만들고있어.다른사람들의죽음,어머니에대한사랑이뭐가중요해,당신의하느님,사람들이선택하는삶,사람들이선택하는운명이뭐가중요해,오직하나의운명이나를,또한나와함께당신처럼내형제를자처하는수많은특권자를선택하게되어있으니말이야.이제이해가돼,이해가되느냐고?-p.166

아무도,아무도엄마로인해눈물을흘릴권리가없었다.그리고나또한모든것을다시살아볼준비가되었음을느꼈다.마치그커다란분노가내게서고뇌를씻어주고희망을비워준듯,신호와별들이가득한밤의어둠앞에서나는처음으로세계의다정한무관심에가슴을열었다.세계가그토록나와닮았고그토록형제같으매나는전에도행복했고,지금도행복하다고느꼈다.모든것이완결되도록,내가외로움을덜느끼도록,내게남은일은처형일에모쪼록많은구경꾼이와서증오의함성으로나를맞이해주기를소망하는것뿐이었다.-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