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니아: 유럽의 뿌리

게르마니아: 유럽의 뿌리

$11.50
Description
로마가 ‘야만’이라 부른 숲에서
다음 유럽이 자라고 있었다

★ 로마 제국도 끝내 굴복시키지 못한 북방 세계의 기록
★ 지도·명화·해설·120개 각주로 되살아난 문제적 고전, 『게르마니아』
게르마니인들은 중요한 일을 광장에 모여 함께 결정했다. 청년은 공동체 앞에서 방패와 창을 받아야 비로소 어른으로 인정받았다. 손님이 찾아오면 아는 사람이든 낯선 사람이든 문전에서 돌려보내지 않았다. 왕은 있었지만 절대권력을 휘두르지 못했고, 장군의 권위는 명령보다 앞장서 싸우는 용기에서 나왔다. 거칠고 투박한 삶이었지만, 그 안에는 로마가 쉽게 무너뜨릴 수 없었던 결속과 질서가 있었다.
놀라운 점은, 로마 제국이 ‘야만’이라 부르던 이 북방 세계가 훗날 유럽 역사의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끈질긴 토론 끝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 문화, 가족 사이의 강한 유대, 자유롭지만 책임을 중시하는 공동체 의식은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 유럽 사회의 정신적 원형으로 이어졌다. 『게르마니아: 유럽의 뿌리』는 단순한 이민족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 유럽을 만든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추적하는 책이다.
타키투스의 관심은 단지 낯선 풍습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왜 거대한 로마 제국이 이 북방 민족을 끝내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했는지, 그 힘의 원천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치와 권력욕에 잠식된 제국과 거칠지만 단단한 공동체를 유지하던 숲의 사람들. 타키투스는 이 강렬한 대비를 통해 로마 제국의 균열과 쇠퇴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20세기 나치 독일은 『게르마니아』를 위험하게 오독했다. 타키투스가 기록한 게르마니족의 기원과 풍속은 ‘순수 혈통’과 ‘북방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념의 재료로 변질되었다. 한 권의 고전이 시대와 권력에 따라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게르마니아』는 그 섬뜩한 사례까지 함께 보여준다.
현대지성 클래식 『게르마니아: 유럽의 뿌리』는 이 짧지만 문제적인 고전을 오늘의 독자가 가장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대 게르마니아 지도로 낯선 지명과 부족의 위치를 한눈에 보여주고, 명화와 해설로 북방 세계의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낸다. 120개의 상세한 각주는 부족명, 지명, 풍습, 로마사의 맥락을 촘촘하게 짚어주며, 해설은 타키투스의 문제의식과 이 책이 후대에 남긴 빛과 그림자를 함께 안내한다.
저자

타키투스

Tacitus,56-120?

로마제국의한복판에서제국의불안과균열을가장먼저읽어낸역사가이다.평민기사계급으로태어나수사학교육을받았고,이후원로원의원과법무관,집정관,아시아속주총독에이르기까지로마권력의중심을차례로통과했다.회의가열리는원로원,판결이내려지는법정,제국행정이실제로움직이는현장까지그는국가가운영되는핵심장면들을내부자의눈으로지켜본사람이었다.그래서그의글에는바깥에서짐작한제국이아니라,안에서직접겪고관찰한로마의실상이담겨있다.
그의시선을결정적으로벼린것은도미티아누스황제치하의공포정치였다.법과제도가흔들리고자유로운말과판단이위축되는광경을가까이서지켜보며,그는제국을무너뜨리는것이외부의적만이아니라내부의타락과무감각임을절감했다.『게르마니아:유럽의뿌리』는바로그문제의식에서나온책이다.그는북방세계를기록하면서,로마가잃어가고있던삶의질서와공동체의힘을함께비추었다.
이책에서그의시선은한층더선명해진다.그는로마가끝내정복하지못한북방세계를기록하지만,그낯선풍경은결국다시로마를비춘다.단출한음식,꾸밈없는복장,공동으로중대사를결정하는관습,가족과부족을지탱하는강한결속력은화려하지만안으로부터느슨해진제국의삶과날카로운대조를이룬다.그래서『게르마니아』는단순한이민족보고서로읽히지않는다.로마바깥의세계를통해,로마가무엇을잃어가고있었는지보여준다.

목차

지도와그림으로미리읽는『게르마니아』007

제1부야만이라불린문명
게르마니족의기원과사회적관습
1장게르마니아의지리적경계|2장게르마니족의기원과이름
3장헤르쿨레스와울릭세스에관한전설|4장게르마니족의혈통과외모
5장게르마니아의지형적특성과자원|6장게르마니족의무기와전술
7장신분체계와가족제도|8장여성의사회적지위|9장종교의식
10장점술법|11장각종공무처리법|12장형벌제도
13장청년의성장과무기소지|14장수행원제도
15장평시생활상과선물|16장마을과주거형태|17장의복과장신구
18장결혼제도|19장간통죄처벌법|20장자녀양육과상속법
21장우호관계의대물림과손님환대|22장하루일과와연회
23장식사와음주습관|24장오락과즐길거리|25장노예와해방노예
26장고리대금업과토지분배|27장장례절차와문화

제2부칼로도지우지못한이름들
주요게르마니부족의지리와개별적특징
28장게르마니족과갈리족|29장바타비족과마티아키족
30장카티족의영토와특성|31장카티족의특이한관습
32장우시피족과텐크테리족|33장브룩테리족|34장더북쪽에사는부족들
35장카우키족|36장케루스키족|37장킴브리족|38장수에비족
39장셈노네스족|40장랑고바르디족과그밖의다른부족들
41장헤르문두리족|42장마르코마니족과콰디족|43장동쪽의수에비족들
44장수이오네스족|45장아이스티이족|46장동쪽경계밖의부족들

해설|박문재139
타키투스연보164

출판사 서평

※이런독자에게필요한책!

▶유럽문명의기원이궁금한독자
오늘날유럽의정치문화,공동체의식,민족정체성은어디에서출발했을까?

▶로마제국의흥망성쇠에관심있는독자
그토록강한제국은어떻게안에서부터흔들렸는가?

▶북유럽신화·바이킹·게르만문화에끌리는독자
오딘과토르의신화이전,실제북방세계의삶과풍속은어떠한가?

▶‘히틀러가왜이책에집착했는지’궁금한독자
고전이어떻게이념의도구가되고,왜비판적으로읽어야하는지알고싶은독자


로마북쪽숲에는
이상한사람들이살고있었다

로마의북쪽,레누스강(라인강)과다누비우스강(다뉴브)너머에는로마인들이쉽게이해할수없는세계가있었다.그곳사람들은도시의대리석광장이아니라숲과늪,강과들판사이에흩어져살았다.화려한신전보다신성한숲을두려워했고,법정의긴변론보다창과방패앞에서명예를확인했다.로마인은그들을‘야만’이라불렀다.그러나타키투스가기록한그야만의세계는단순히거칠고미개한곳이아니었다.이상하고낯설지만,묘하게질서있고강인한세계였다.
게르마니인들은중요한일을무장한채논의했다.왕은있었지만마음대로명령할수없었고,장군의권위는지위가아니라전열맨앞에서보여주는용기에서나왔다.젊은이는공동체앞에서방패와창을받아야비로소어른으로인정받았다.그것은단순한무기수여가아니라,한사람이부족의책임있는구성원으로태어나는통과의례였다.
그들의점술도독특했다.새의울음소리와나는모양을살피는것은다른고대민족들과비슷했지만,게르마니인들은특히흰말의움직임에서신의뜻을읽었다.그말들은신성한숲에서공적으로길러졌고,농사나운반같은일에는쓰이지않았다.전쟁과정치,공동체의중대한선택앞에서그들은말의울음과걸음,숨결까지예언처럼받아들였다.
손님을맞는방식은더욱놀랍다.게르마니인들은찾아온사람을문전에서돌려보내는일을불경하게여겼다.집에음식이떨어지면주인은손님을데리고다른집으로갔다.초대받았는지는중요하지않았다.낯선사람도환대받아야했고,문을두드린사람은공동체전체가맞이해야할손님이었다.사유재산과경계가분명한로마인의눈에이런풍습은낯설었지만,그안에는강한공동체윤리가살아있었다.
결혼풍습도로마와달랐다.타키투스는게르마니인들의결혼제도를매우인상깊게기록한다.남성이여성에게지참금을가져가고,여성의가족과친족이그것을확인했다.결혼은단순한사적결합이아니라가족과공동체앞에서이루어지는엄숙한약속이었다.그들은일부일처제를중시했고,가정의결속과자녀양육을가볍게여기지않았다.
토지를대하는방식도달랐다.게르마니인들은고리대금업을통해이자를얻는관행을거의알지못했다.땅은개인이끝없이소유하고축적하는대상이라기보다,공동체가나누어쓰는삶의기반에가까웠다.로마가부와소유,도시와사치의세계였다면,게르마니아는아직공동점유와순환,단순한생활의감각이남아있는세계였다.

현대유럽은
이숲에서시작되었다

타키투스가기록한게르마니족은훗날중세와근대유럽을형성하는여러민족과문화권의출발점이되었다.로마가‘변방’이라부르던숲은이후유럽역사의중심축이되었고,야만이라멸시했던사람들은새로운시대의주역이되었다.
특히이책은현대유럽사회를떠받치는정신적원형을놀라울만큼선명하게보여준다.토론과합의를중시하는정치문화,강한가족적결속,명예와책임을중시하는가치관은이후중세기사문화와근대국민국가형성과정에도깊은영향을미쳤다.
아마로마인들은게르마니아가훗날유럽의뿌리가되리라고상상하지못했을것이다.그러나역사의분기점은종종거대한제국의중심이아니라변방에서시작된다.로마는무너졌지만,게르마니아의숲에서태어난질서와문화는이후유럽세계의토대가되었다.

히틀러는왜
이짧은고전에집착했는가

『게르마니아』는고전의힘뿐아니라고전의위험까지보여주는책이다.이짧은기록은20세기에가장어두운방식으로다시읽혔다.나치독일은타키투스가기록한게르마니족의기원과풍속에서‘순수게르만혈통’과‘북방민족의우월성’을끌어냈고,이책을인종주의이데올로기의근거처럼이용했다.
물론타키투스가쓴것은나치의신화가아니었다.그는로마인의시선으로북방세계를관찰했고,그과정에서로마제국의타락과불안을함께비추었다.그러나오래살아남은책은언제나한가지방식으로만읽히지않는다.시대는고전을다시부르고,권력은고전을자기입맛대로해석하며,때로는한권의책을위험한신화로바꾸어놓는다.
바로이점에서『게르마니아』는지금다시읽을가치가있다.이책은유럽의기원을보여주는기록이면서,동시에고전을어떻게읽어야하는지묻는사례다.오래된문장을그대로숭배하는것이아니라,그것이쓰인맥락과후대에오독된역사를함께살펴야한다는사실을일깨운다.
현대지성클래식『게르마니아:유럽의뿌리』는현대독자들이이문제적고전을입체적으로읽을수있도록구성했다.고대게르마니아지도로낯선지명과부족의위치를한눈에보여주고,명화와해설로북방세계의풍경을생생하게펼쳐낸다.120개의각주는부족명과풍습,로마사의배경을촘촘하게짚어주며,해설은타키투스의집필의도와이책이후대에남긴빛과그림자를균형있게안내한다.
『게르마니아』는짧다.그러나그안에는유럽의기원,로마제국의불안,공동체의힘,문명과야만의경계,고전오독의위험까지압축되어있다.이책을읽는일은2,000년전북방의숲으로들어가는일이자,우리가고전을어떻게읽어야하는지스스로에게묻는일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