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전·허생전·호질 외(큰글자책)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양반전·허생전·호질 외(큰글자책)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39.00
Description
“읽으면서 웃었다. 덮고 나서야 알았다. 내 얘기였다는 걸.”
연암의 소설은 풍자로 시작해 인간의 민낯으로 끝난다

★ 교과서 속 고전이 아니라, 지금의 인간과 사회를 해부하는 연암 소설 10편 완역
★ 풍속화·궁중기록화·민화·현대 일러스트 29점 컬러 수록
★ 아들 박종채의 기록과 상세 각주로 작품 너머 ‘인간 박지원’까지 입체적으로 복원

교과서 속 연암은 대개 ‘실학자이자 풍자 소설가’라는 단정한 설명으로 지나간다. 그러나 실제의 박지원은 훨씬 더 생생하고, 훨씬 더 위험하고, 훨씬 더 오늘에 가까운 작가다. 그는 18세기 조선을 쓴 것이 아니라, 체면과 허세, 공허한 권위와 행동 없는 지식인을 집요하게 해부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고전으로 남지 않고, 지금도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양반전」에서 한 부자는 양반 신분을 사놓고, 그 실체를 알고는 겁을 먹고 달아난다. 「호질」에서는 도덕군자인 척하던 유학자가 호랑이 앞에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허생전」에서는 세상을 뒤흔들 만한 통찰을 가진 인물이 끝내 구조 전체를 바꾸지 못한 채 돌아선다. 이야기의 배경은 조선이지만, 읽다 보면 자꾸 지금의 장면이 겹쳐진다. 실력보다 간판이 먼저 통하고, 책임보다 명분이 앞서며, 허울이 알맹이인 양 유통되는 사회. 양반제도는 사라졌지만, 양반의 얼굴은 형태만 바꾼 채 아직도 살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250년 전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지금 우리의 현실을 정면으로 읽게 만든다.


양반제도는 사라졌지만, 양반의 얼굴은 아직 남아 있다
18세기 조선을 넘어 오늘의 인간과 사회를 해부하는 연암 소설 결정판

현대지성 클래식 『양반전·허생전·호질 외』는 바로 그 현재성을 가장 입체적으로 되살린 판본이다. 학계가 공인한 박지원 소설 10편을 한 권에 담고, 텍스트만으로는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조선 후기의 세계를 29점의 컬러 이미지로 눈앞에 끌어온다. 풍속화·궁중기록화·민화·현대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독자는 텍스트를 따라가는 데서 멈추지 않고 18세기 조선의 장면 속으로 직접 들어가게 된다. 어린이용 컬러판과 어른용 텍스트북 사이에서, 250년 전의 조선 시대를 오롯이 느껴보고 싶은 어른 독자들을 위한 최초의 컬러 정본이다.
또 다른 강점은 작품 바깥의 박지원까지 함께 읽게 한다는 데 있다. 기존에 한데 묶여 있던 작가의 자서를 각 작품 앞에 되돌려 배치하고, 말미에는 아들 박종채의 기록을 실었다. 덕분에 독자는 이야기 한 편과 함께 박지원이 왜 이런 인물을 불러냈는지, 무엇에 분노했고 무엇을 부끄러워했는지, 어떤 삶을 살아 이런 문장을 쓰게 되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이 책은 작품만 모아놓은 선집이 아니라, 문장 뒤에 숨어 있던 ‘인간 박지원’까지 다시 불러내는 글이기도 하다.
낯선 시대를 끝까지 따라가게 하는 장치도 촘촘하다. 연암의 문장은 날카롭고 빠르지만, 배경지식이 없으면 그 속도가 자주 끊긴다. 이 책은 풍속과 제도, 인물과 표현의 맥락을 짚는 418개의 각주를 통해 그 단절을 메운다. 덕분에 독자는 연암의 비웃음과 통찰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학생 시절 제목만 외웠던 독자에게는 다시 읽는 즐거움을, 한국 고전을 처음 제대로 읽는 독자에게는 가장 친절하면서도 깊이 있는 입문서 역할을 한다.
정조가 문체반정까지 단행하며 경계했던 연암 박지원의 문장, 조선의 체면과 위선을 웃음으로 해부한 그 문장들을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한번 읽어보자.
저자

박지원

(朴趾源,1737-1805년)
호는연암(燕巖).한국문학사에서가장독창적인문체로시대를앞서간작가이자,조선후기실학사상의거두이다.
한양노론의명문가자제로태어나,양반사회한복판에서현실과동떨어진양반계급의위선과허위를통렬히비판했다.청년시절부터정파갈등에시달리며불면증과우울증을앓던그를살린것은,권력도약도아닌저잣거리의생명력넘치는이야기였다.형식에맞춘문장으로고고한이상을읊조리던시대에,연암은사회의그늘에서살아가는이웃들과어울리며인간세상을깊숙이탐구했다.이러한경험은그가선보인독보적인소설의씨앗이되었다.
연암은박제가,이덕무등과함께변화를주장하는북학파를이끌었으나,절친한벗이희천이왕실의불합리한결정으로참혹한죽음을당하자큰충격을받고은거했다.
야인의삶을택했지만그의문장은세상을더욱강렬히뒤흔들었다.청나라사신단에동행하며새로운시각을담은기행문『열하일기』는집필도중필사본으로퍼져나가며젊은지식인들을사로잡았다.정조임금이문체와사고방식을물들인주범으로‘연암체’를지목하고문체반정을단행할만큼,그의목소리는온나라에쟁쟁히울려퍼졌다.
훗날생활고와정조의부름으로관직에나아간뒤에도연암은평온한삶에안주하지않았다.백성의삶을이롭게할방안을궁리하고,사비로굶주린이들을돌보며자신의사상을몸소실천하는청빈한삶을살았다.
연암의문장이250년이지난오늘까지살아남은까닭은분명하다.그가비웃은것은지나간조선의한계층이아니라,시대가바뀌어도좀처럼사라지지않는인간의허세와위선,그리고현실을외면하는지식의공허함이었기때문이다.그래서그의소설은고전으로머물지않는다.읽는순간,우리는18세기조선을지나끝내지금우리의얼굴과마주하게된다.

목차

양반전
민옹전
광문자전
예덕선생전
마장전
우상전
김신선전
「방경각외전」에수록된소설중원문이유실된작품2편의자서
허생전
호질
열녀함양박씨전

해설|이명현
박지원연보

출판사 서평

250년전연암이비웃은얼굴,
오늘도낯설지않다

우리는「양반전」,「허생전」,「호질」이라는제목을안다.
하지만연암의소설은제목만알고지나치기에는너무생생하다.
양반신분을사놓고그실체를알고는겁을먹고달아나는부자,도덕군자인척하다가호랑이앞에서구차한변명을늘어놓는유학자,세상을읽는눈은탁월하지만끝내구조전체를바꾸지못하는지식인.
이인물들은조선후기의낯선등장인물이아니라,오늘의회의실에서도,조직안에서도,어쩌면우리자신의마음속에서도찾을수있다.타이틀은탐내지만그무게는지기싫어하는사람,정의를말하지만자기욕망앞에서는누구보다초라해지는사람,세상을꿰뚫어볼만큼똑똑하지만끝내현실은바꾸지못하는사람.
연암의소설이250년이지난지금도힘을잃지않는이유는분명하다.그가꿰뚫어본것은조선이라는시대가아니라,시대가바뀌어도좀처럼달라지지않는인간의허위와욕망이었기때문이다.
=

연암이벗겨낸것은양반이아니라
인간의허위였다

정민교수는연암의문장을두고“한군데못질한흔적이없는데도꽉짜여져빈틈이없다.그의글은난공불락의성채다”라고평했다.
「양반전」은그칼날이가장또렷하게드러나는작품이다.빚을갚기위해양반신분을파는가난한양반,그리고그것을사들인뒤증서속‘양반의삶’을읽다가질겁하고물러서는부자.이짧은이야기속에서연암은신분제자체를비판하는데그치지않는다.권위가어떻게만들어지고,어떻게소비되며,사람들은왜그허울에기꺼이매달리는지를정밀하게해부한다.양반제도는사라졌지만,양반의얼굴은형태만바꾼채여전히살아있다.
「허생전」은다른방향에서같은질문을던진다.허생은무능한인물이아니다.그는단돈만냥으로시장을흔들고,국가경제의허점을간파할만큼뛰어난통찰을지녔다.그런데도그의능력은끝내세상을바꾸지못하고허공으로흩어진다.연암은아무리뛰어난개인이라도썩은구조앞에서는무력해질수있다는것,그리고그구조를지탱하는것이결국명분과체면,권위의허상이라는점까지함께드러낸다.
「호질」에서는그체면이가장극적으로무너진다.도덕을입에달고살던유학자가사실은욕망과위선으로가득찬인간이었음이드러나고,그는호랑이앞에서속절없이무너진다.우습다.그런데그웃음은오래가지않는다.그장면이지나치게낯익기때문이다.연암은이작품에서조선을풍자하는척하면서,사실은인간전체를겨냥한다.
세작품는길지않다.하지만짧다고가볍지는않다.타이틀하나에사람이왜쉽게흔들리는지,이름뿐인권위가왜실력보다먼저먹히는지,허위라는걸알면서도사회는왜그가면을계속떠받드는지,연암은몇장안되는이야기속에서그민낯을순식간에들춰낸다.책을덮고나면문득남얘기가아니었다는걸알게된다.체면과허위가한겹씩벗겨지고나서야,한사람의진짜알맹이가무엇인지묻게되기때문이다.연암의소설은바로그질문을독자마음속에오래남긴다.


문장은차갑게,삶은뜨겁게
연암의문장을만든것은연암의삶이었다

박지원이라는이름은익숙하다.실학자,천재문인,북학파의수장.그러나그몇단어만으로는지금까지도독자를멈칫하게만드는그의예리한문장이어디에서나왔는지설명되지않는다.연암은한양노론명문가의자제로태어났지만지배층이당연하게여기는질서를끝까지의심한사람이었다.그시선은사회가비천하게여기는똥거름장수를‘선생’이라부르고,양반이라는이름뒤에숨은허세와욕망을끝까지파헤치게했다.
청나라사신단에동행한후쓴『열하일기』는집필단계부터필사본으로퍼져나가며조선지식사회를뒤흔들었다.몰락한명나라에대한의리에기대어현실을외면하던시대에,연암은청의발전을인정하며받아들여야할것은받아들여야한다고주장했다.정조가그의문체를지목해문체반정을단행한것도그문장이시대의질서를흔드는힘을지녔기때문이다.
연암의문장을더깊이이해하려면작품바깥의삶도함께들여다봐야한다.그의차가운문장뒤에는뜨거운삶이있었다.그는세상의모순을익숙한풍경으로받아들이지않았다.정조의부름으로늦은나이에관직에나아가자신이주장한실사구시와이용후생의뜻을실천하려했다.굶주리는백성을사비로구제했고,아내와사별한뒤에는손수반찬을만들어자식들을먹였으며,삶을마무리할시점에는장례를검소하게치르라당부했다.조선도양반계급도아닌인간자체를꿰뚫은그의문장은관념에서나온것이아니었다.현실과맞부딪치며살아낸사람이기에인간과사회의민낯을이토록정확히그려낼수있었다.


웃음으로시작해우리의민낯과대면하다
연암을다시읽게만드는결정판

현대지성클래식은현실을꿰뚫는연암소설의힘을가장입체적으로복원하고,연암을새롭게읽는방식을제안한다.무엇보다연암이전에는어디서도본적없었던독보적인소설의근원이된그의삶까지파악할수있도록구성에공을들였다.기존에한자리에묶어수록했던작가의서문을각작품앞에배치하고,말미에는아들박종채가기록한박지원의모습을함께실었다.소설을읽어나가다보면연암이어떤문제의식을지니고살았는지,왜이런문장을썼는지그배경까지자연스럽게이해하게된다.
또한낯선시대의장벽앞에서독자의호흡이끊기지않도록풍속과제도,인물과표현의맥락을짚는418개의각주를촘촘히달았다.또한풍속화·궁중기록화·민화,연암이직접그린그림과현대일러스트까지담은29점의이미지는문장으로만머물던조선후기의풍경을눈앞에서생생하게되살린다.
웃으며읽기시작한연암의문장은어느순간우리를멈춰세운다.그가해부한것은250년전조선의낡은제도가아니라오늘도여전히작동하는인간의습성이기때문이다.그는간판이권력이되고,허세가권위를대신하는순간을정확히포착했다.그래서연암의소설은과거에머물지않는다.그가그려낸인간과사회의구조는지금도새로운양반의얼굴속에서반복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