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ㆍ코타르증후군ㆍ조현병ㆍ이인증ㆍ자폐스펙트럼장애ㆍ유체이탈…
8편의이야기로들여다본이상하고놀라운‘자아’의세계
★“올리버색스를좋아하는사람이라면,아난타스와미의이책에도푹빠질것이다.”
_《라이브러리저널》
이책에는인간의‘자아’와‘자기감’이지닌놀라운힘과그림자를보여주는최신신경과학계의발견이집대성되어있다.아직자아를둘러싼신경과학적원리는풀리지않는수수께끼다.한국어판부제에쓰인‘자아의그림자’란정면으로볼수는없지만매순간존재를드러내는,‘자아’의오묘하고불가사의한특성을나타낸다.우리는언제나자아의뒷모습만을좇을뿐이다.
아난타스와미는보통사람들이겪는일상과는전혀다른,상상할수없는방식으로자아를경험하는사람들을만난다.8편의이야기는같은질문을향한다.우리에게너무도익숙한‘자아’가사라지면어떤일을겪게될까?내가누구인지말할수있는능력,내몸과행동이나로부터비롯된다는개념,심지어는내정신이내몸을벗어날수없다는당연한사실조차불확실해진다.
코타르증후군을앓는사람은자신이죽었다고살아있는입으로말하며,자폐스펙트럼장애환자는자신과타인의경계를이해하지못한다.알츠하이머병에걸린노인은기억을천천히잃어간다.신체통합성장애를가진남자는자기다리를스스로자르고싶어하며,건물에서뛰어내린조현병환자는다른누군가가죽으라고명령했다고생각하며,이인증을겪은여자는현실을꿈속처럼느꼈다.유체이탈을경험한남자는운전을하다가도로위에서있는스스로를보았고,황홀경발작을겪는사람은자아가사라지고세계와하나가되는경험을했다.이들에대한정신의학,뇌과학,신경과학자들의연구를통해우리는자아가뇌와우리의몸으로부터분리될수없다는사실을깨닫는다.동시에‘나(자아)란진정무엇인가?’에대한답은점점복잡해져간다.
아난타스와미는흔하기도하고기이하기도한정신병리들과그것을앓는사람들의이야기를하나하나둘러본다.책장을넘길수록자아와연결된몸,정신,기억,의식은더욱흩어진다.자아의꺼풀을들추는면밀한인터뷰를읽다보면우리가‘내가누구인지’생각하는방식이송두리째바뀔것이다.이책에등장하는사람들은우리가흔히‘나자신’이나‘내것이라고여기는것’일부나전부를잃었다.누군가는다리를잘라야만했고,누군가는감정이나일생의이야기를잃었다.가장소중한‘나’를잃은이들의이야기는가장선명하게‘자아’의존재를드러낸다.
‘나’는무엇이며어디에있는가?무엇이‘나’를비로소나답게만드는가?
과학과철학의경계에서,어쩌면오늘날가장중요한질문에답하다
자아라는난제에대한과학의도전은우리를더먼곳으로이끈다.
알츠하이머병에관한연구덕분에과거를기억할때사용하는뇌부위가미래를사고할때에도쓰인다는사실을발견하고,기억이서사적자아를만드는과정을명확하게밝혔다.한편사회적의제로떠오른조현병을자아의관점에서연구함으로써,이질환을더욱섬세하게이해하며새로운치료적접근법을발견한다.유체이탈이라는섬뜩한경험을탐구하며우리는뇌가일종의‘예측기계’로서실제지각과예측된신호간의오차를통해‘몸’과‘나’를인식한다는사실을밝혀냈다.
이제‘자아’는두꺼운철학책속추상적인숙제를넘어서,우리의뇌와몸,마음,정신과불가분한구체적인실체로서가까워졌다.그렇다면여기서한발더나아가묻지않을수없다.자아가우리를이루는모든것과연결된다면,독립적인‘자아’라는것이실제로존재하기는하는가?우리가그토록찾기위해분투하는,‘진정한나’란있는가?
진화적으로‘자아’는인간의인지와경험을효율적으로통합하고생존력을키우기위해등장한기능이다.시간이흐르며‘자아’는때로인간을인간으로만드는모든아름다움을,때로지나친오만과‘나’에대한집착그리고파괴적인결말을불러왔다.오늘날번뇌와욕심을덜어내는‘무아’,나를잊음으로써오히려나에게집중하는‘몰입’이나‘마음챙김’모두‘자아’의논의와연결된다.AI의등장으로‘자아’는인간이라는특별함혹은보편성을찾는이들사이에서더욱중요한논점이되었다.이제과학자들은‘자아는존재하지않는다’는명제에대체로동의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끊이지않는‘자아’에관한논쟁은,역설적으로‘자아’가기능적으로우리삶에얼마나중요한지보여준다.별말썽없이몸안에머물며자아와친밀하게연결되어있었다면,아마우리가가진것들의가치를느끼지못할것이다.하지만자아는우리가한사람의인간이라는감각,나를나로만드는감각에서필수적이다.자아는인간다운삶,행복의조건을결정한다.
자아를찾는여정속에서아닐아난타스와미의대답은일관적이다.다양한정신병리의‘현상학’(과연‘나’를잃어버린사람들은이세상과자기자신에대해서어떻게느끼고무엇을경험하는가)을비롯해심리학과신경과학의연구결과들을한데모아가면,우리는어느새‘자아는어디에도존재하지않으면서동시에모든곳에존재한다’는결론에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