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배경과
현실의서울이포개지는순간
『운수좋은날』의김첨지는혜화에서인력거를끌었고『소설가구보씨의일일』의구보는청계천변을휘적휘적걸어다녔다.종로에서면‘이길을이상시인도걸었겠구나’란생각이들고,기차에서막내린일곱살박완서가두리번거렸을서울역의풍경이눈앞에그려진다.
이책의가장큰매력은소설속배경과현실의서울을겹쳐보여준다는점이다.박제되어있던근대문학이생명력을얻고교과서밖으로걸어나오는순간이다.
1930년대윤동주가거닐던명동과오늘날쇼핑백을들고바삐오가는사람들의명동,김첨지가하루벌이를위해인력거를오르내리던성북동언덕과이제는배달오토바이들이달리는언덕.인간삶에대한열망과에너지는조금도변하지않았음을이책은넌지시일러준다.
우리가미처몰랐던
서울의이름과공간에숨겨진뜻밖의이야기
『이토록문학적인서울산책』에선말로만배웠던일제강점기가서울곳곳의흔적으로살아있음도깨닫게된다.
1995년,불과30여년전까지만해도광화문뒤편에는조선총독부건물이박물관이라는이름으로우뚝서있었다.일제가경복궁동쪽으로치워버렸던광화문이제모습으로돌아온것은2010년에이르러서의일이다.시청잔디광장앞고풍스러운자태를뽐내는서울도서관역시식민지청사로쓰이던건물이다.
광복이후,서울의길이름에는고통스러웠던시대의잔재를씻어내려는민족의염원이담겼다.중국인들이모여살던구리개고개는중국이가장두려워했던고구려명장을지문덕의이름을따‘을지로’로지었고,일본인들이장악하여활보하던본정(혼마치)일대는일본이가장두려워했던이순신장군의시호를빌려‘충무로’로지었다.통쾌한역사적복수극이다.
늘상지나치는도로변건물들도이야기를품고있다.종로의농협은행건물은과거독립운동가들이여운형선생휘하에서신문을찍어내던붉은심장과도같은곳이며,광화문인근‘이마(利馬)빌딩’은정도전이말을기르던마구간자리였다는데서그이름이유래했다.
이처럼서울은오백년의조선왕조와뼈아픈일제강점기,그리고광복의환희가콘크리트아래겹겹이살아숨쉬는거대한역사박물관이다.
20년연륜의전문가가엄선한
완벽한‘답사가이드’
지리와풍수,공간에해박한저자가국어교과서에실린명작들의배경을직접찾아갈수있도록추천코스를구성하고,도판과사진200여점을곁들였다.책을덮는순간방구석을벗어나운동화를신고서울을걷고싶어진다.
익숙한남대문시장,광흥창,망원등의숨은유래부터진흙땅이던명동과을지로의과거,한양의성지인남산이일본신사(조선신궁)로뒤바뀐충격적역사,청년윤동주가시집을사모으던헌책방의위치까지.근현대서울의생생한비화들이가족에게,친구에게어서들려주고싶은이야깃거리가된다.
이번주말,빽빽한빌딩숲대신백년전소설속주인공들과나란히발밑의‘문학속서울’을산책해보는것은어떨까.서울은그대로인데,서울을보는눈이달라진다.
책속으로
구글지도로김첨지가다닌길을측정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김첨지의집이있던동소문에서창경원까지약1.5킬로미터,창경원에서동광학교까지약1.7킬로미터,동광학교에서서울역까지약6킬로미터,그리고서울역에서인사동까지약2.5킬로미터정도였습니다.각요금이30전,50전,1원50전,60전이니이동거리뿐만아니라눈,비같은기상상황에따라책정되었음을알수있습니다.물론현재지도상의거리이므로당시의도로상황을고려해야겠지만,김첨지가얼마나고단한하루를보냈는지충분히알수있네요.
---「남대문정거장,인력거꾼들이줄선풍경」중에서
여러분은‘싱아’라는풀을보거나맛본적이있나요?싱아는주로아시아등온대지방의산기슭에흔히자라는식물로,줄기를꺾어서겉껍질을벗겨내고씹으면신맛이난다고합니다.저는싱아를본적이없어서95세이신어머니께여쭤봤어요.어머니는싱아를기억하셨고,맛이너무셔서‘싱아’라부를정도로신맛이정신을번쩍들게한대요.눈살이절로찌푸려질정도라고합니다.
인왕산은바위산이라싱아가자라지못했나봐요.그래서주인공은고향박적골에지천으로널려있던싱아를그리워합니다.주인공이척박한인왕산에서찾아헤맨것은단순히싱아라는풀한포기라기보다는고향박적골의자연과나날들이었을것입니다.
---「싱아는무슨맛이났을까?」중에서
이소설을읽으며첫머리의“서울명동진고개”라고쓴부분이유독눈에띄었습니다.일제가붙인수도의공식명칭이‘경성’인데,굳이순우리말인‘서울’을썼다는점에는무언가의미가있으리라는생각이들었기때문입니다.일제는대한제국때지어진이름‘한성부’를‘경성부’로바꿔부르고,지위를경기도의행정구역중하나로격하시켰습니다.‘경성’은그만큼식민지의서글픔을떠올리게하는이름인것입니다.
---「진고개,서커스단의위치는명동과충무로사이」중에서
여담이지만,아이러니를이야기할때저는수많은천주교인을박해했던흥선대원군이떠오르곤합니다.하지만놀랍게도그의부인은뮈텔주교로부터세례를받았고,후손인의친왕과왕비역시천주교신자였습니다.심지어의친왕비의영결식은명동성당에서노기남대주교에의해거행되었습니다.
이모든것이아이러니가아니라면무엇이겠습니까?우리네인생에도이처럼뜻밖의아이러니가존재하곤합니다.현진건작가는시대와환경을넘어보편적인인간삶의폐부를찌른것일지모릅니다.
---「운수좋은날,추천답사코스」중에서
광화문바로앞육조거리는조선시대나라를이끌던핵심관청들인의정부와육조,사헌부등이줄지어서있던거리였습니다.하지만일제강점기에접어들며조선총독부건물의건축자재를나르기위한화물용철로가놓였습니다.
주인공은이광화문육조거리를바라보고‘무덤’이라며부르짖습니다.왕조가무너지고총독부가세워지던그시절,광장은가망이없는듯보였으니까요.그러나백년이지난뒤의광화문광장은촛불이타오르고시위와열망이모이는공간,축제의공간으로바뀌고있습니다.암울했던‘무덤’을지나다시생명이움트는‘부활’의시간이찾아온것입니다.
---「육조대로,고위관청이즐비했던광화문광장」중에서
추천평
이순자작가는너무나도훌륭한서울의기록을남겼다.
현진건과박완서와방정환과윤동주와박태원의소설가구보씨와염상섭이어깨를스칠수도있었던그공간과동선을소상하고도문학적으로그려주었다.
어머니가어머니의손을잡고경성역에내려보았던그구름다리로시작되는서울살이의동선을따라가다보면,20년경력의관광해설사의그내공이놀라워절로존경심이우러난다.
이책을들고서울을순례하다보면서울을더깊이사랑하게되고자랑스럽게생각하게되리라.
이토록문학적인보물을품고있는서울,그역사와문학의힘을느끼게해준다.
-호원숙(박완서작가의맏딸,<엄마박완서의부엌><엄마박완서의옷장>저자)
한세기전경성과오늘의서울이나란히겹친다.
인력거를모는김첨지도,종로를산책하는구보씨도,어린박완서도,청춘의윤동주도같은서울위를지난다.여섯작가와문학이겹쳐진백년의시간을골목하나하나까지촘촘히되짚는다.
이책은걷는사람만이쓸수있는최고의서울안내서이자우리문학의안내서다.
-김서울(<아주사적인궁궐산책><유물즈>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