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 말과 침묵

[POD] 말과 침묵

$19.00
Type: 인문
SKU: 9791141077822
Description
언어는 원초적으로 패배의 운명을 지고 태어난다. 진실은 늘 말과 글의 경계 너머에 있다. 언어는 진리의 언저리를 안타깝게 맴돌 뿐이다. 한 조각 진실을 담고 있을 때조차도 언어는 역부족이다. 하물며 진실의 그림자조차 담지 못한 언어는 얼마나 많던가. 말은 진실에 닿지 못하고, 글은 삶을 감당하지 못한다. 말이 세상을 속이고, 글이 사람을 홀린다. 말은 소음으로 퍼지고, 글은 공해로 쌓인다.

어쩌다 보니 말과 글을 다루며 살았다. 기사를 쓰고, 논평을 하고, 칼럼을 담당했다. 신문 방송에 내놓은 글은 대체로 생명이 짧다. 당대의 소란과 소음이 소거되고 나면 공허한 울림만 남는다.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글은 드물다. 빛바랜 칼럼은 공감도 공명도 낳기 어렵다.

돌이켜보니 감사한 날들이었다. 부족한 안목으로 5년 동안 고정 칼럼을 맡았다.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기도와 묵상의 마음을 담았다. 그 칼럼의 문패가 「말과 침묵」이었다. 넘치는 기회를 준 가톨릭평화신문에 감사드린다. 비루한 원고를 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책으로 엮는다. 여전히 다스리지 못한 허세와 욕심의 소산 같아 부끄럽다.

글의 주제에 따라 1, 2, 3부로 묶었으나 그 경계가 분명하지는 않다. 1부는 대림과 성탄, 사순, 위령 등 전례 주기에 따른 묵상의 글이다. 2부는 신앙과 영성의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다룬 글을 모았다. 3부는 세상사에 대한 오지랖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과 논란을 다루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톨릭의 시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말의 고향은 침묵이다. 글의 소임은 진리와 진실이다. 본향으로 회귀하지 못한 언어는 세상에 잔해를 남긴다. 그래서 말은 필시 구업(口業)이고, 글은 ‘글빚’으로 남는다. 삭여낼 업과 감당해야 할 빚을 저울질하며 다시 침묵을 향해 돌아앉는다.
저자

김소일

글김소일
가톨릭매체에서종교와신앙에관한글을쓰며30여년일했다.지은책으로『사막으로간대주교』,『말과침묵』,『인제를걷다』,엮은책으로『일어나비추어라』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4

첫째묶음_새해는오지않는다8
새해는오지않는다/말과침묵사이/부활의봄/오늘이은총입니다/영혼의휴식,영혼의충전/바람속의숨결/가을날의기도/성베네딕토의숲/노숙자로오시는예수/삶의바로곁에죽음이있다/저의제물은찢어진마음뿐/삶에감사합니다/우주에는달력이없다/사순의강을건너며/이제와저희죽을때에/이땅의가난한동방박사들/흐르는강물처럼

둘째묶음_메시아는오지않는다78
지난여름은위대했습니다/저거룩한수도원/공상에서묵상으로/죽음에바치는헌사/뒷담화참회록/면류관을쓴진실/우리는무엇을기다리는가/메시아는오지않는다/이삭을주우러멀리갈것없다/침묵의소리/빗소리너머에서듣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코헬렛을읽을시간/비움과버림/쇄신,가난의선물/조르주르메트르의하늘/슬퍼하는사람은행복하다/그분의계획은따로있다

셋째묶음_세상에참평화없어라152
돌아갈수있는과거는없다/그날아무말도하지않았다/세월호를잊고싶은우리/지하철정거장에서/고시촌의밤하늘/영광과좌절의변주곡/그들만의러브샷/거짓의식탁/촛불의미학/닭을위한진혼곡/카인의후예/순명의잔을들고/시간은공간보다위대하다/세상에참평화없어라/우리곁의이방인/전체는부분의합보다크다/기생과공생/때로는위악이선보다아름답다

에필로그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