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그림들이세상의빛을보기까지
카프카의그림상당수가그의사후거의100년이다되어갈때까지대중에공개되지않은이유를파악하기위해서는카프카의친구이자작가막스브로트와브로트의상속자일제에스테호페가얽혀있는오랜분쟁의역사를살펴봐야한다.1921년작성한유언장에서카프카는자신의글과그림을전부태워달라고브로트에게부탁했으나,브로트는카프카의모든유고를보존해나치의위협을피해서여행가방에담아이스라엘로가져갔다.그리고그의생전에이미이문서들을비서이자친구인일제에스테호페에게증여했다.1968년브로트가사망한이후호페는카프카유고에대한소유권을온전히행사하여일부편지와원고를경매를통해판매했지만그림만은단호하게공개하지않았다.그러다2007년호페가사망한뒤이스라엘국립도서관이브로트/카프카문서의소유권을주장하며10년에걸친법적소송을벌인끝에승소하여,마침내카프카의그림들이대중앞에공개된것이다.
그렇게겨우세상의빛을보게된그림100여점을포함한카프카의그림들을이책은크게세그룹으로분류한다.첫번째그룹은1901년경에서1907년경사이에제작되었고전체작품의대다수를차지하며상당수가스케치북에서나온그림들이다.이그림들은카프카의어떤글과도연결되어있지않다는의미에서독자적이라고할수있다.수효가현저히적은두번째그룹은카프카가여동생이나친구에게보낸편지,일기,1909년부터1924년사이에사용한노트에그린그림들로대체로상당히정확히날짜를특정할수있다.1907년경까지의그림이글과관계없이독자적으로존재했다면,이소묘화대부분은일기나편지의내용과관계를맺고있다.그러나이러한시각화나표현은텍스트를이미지로조화롭게옮기거나,혹은더나아가이미지를텍스트에종속시키는형식을취하지않는다.오히려이미지는글이한계에부딪히는순간등장해그림과글쓰기사이의긴장감을드러낸다.마지막으로세번째그룹은글을쓰는과정에서생겨난장식적인형상들로이루어져있다.그중일부는명백히글을쓰거나줄을그어글자를지우는과정에서만들어진것으로보이며,따라서글과그림사이의중간지대를차지한다.
풍부한인용과도판으로설명한
카프카그림과글쓰기의관계
카프카의그림전체를한권의책에서만나볼수있다는것만으로이책은충분한가치를지니고있지만,함께수록된안드레아스킬허와주디스버틀러의글,그리고카탈로그레조네를읽으면글의부수적연장선상이나글에딸린삽화가아니라독자적인예술작품그자체로서카프카의그림이더욱의미있게다가온다.킬허의글은카프카의그림과글쓰기가맺고있는관계를설명하기위해카프카가미술에관심을갖고예술관련학생단체와동인에서활발하게활동하며가장많은그림을남긴대학시절(훗날카프카는이시기를회상하며“이그림들은그시절에내게그무엇보다큰만족감을주었”다고말한다)부터조명해역사적-전기적토대를쌓아나가는데,이때인용된카프카의여러글과풍부하게제시된관련이미지는글쓰기와그림모두에“복합재능”을지닌카프카를이해하고그의그림을감상하는데큰도움을준다.
카프카는텍스트와이미지를상호참조관계로구축하지않고오히려갈등과긴장관계로보았고,이사실은그가자신의소설에삽입되는이미지에대해편집자에게거듭우려를표했던일화에서극명하게드러난다.후일『실종자』의일부가되는단편『화부』(1913)에‘뉴욕항구에서’라는설명이붙은권두삽화가들어가있는것을보고카프카는삽화가이야기를지배할까봐두렵다는우려를표했다.그리고이년후『변신』의출간을앞둔카프카는삽화작업이시작되기전미리편집자에게편지를보내,부디‘벌레’의모습을직접적으로묘사하는일만은피해달라고거듭부탁했다.카프카의요청대로탄생한『변신』의속표지그림(“열린문너머로보이는어둠에잠긴옆방”)은카프카가두려워한,텍스트를예상하게하거나침해하는효과를내지않는다.대신그저암시정도에그침으로써시각예술은의미의개방성과텍스트의우화적모호성에자리를양보한다.그리고이로써조화로운‘서화’가아니라,두예술매체의자율성과그결과로발생하는둘의상호적긴장을모두포용하여각각의힘을가시화하는‘서/화’가탄생한다.
독자적이고독창적인카프카의그림세계
카프카의그림은몇개의간단한선만으로인체를표현한것이특징이다.인물들은많은경우동적인동작을취하고있으며현실의육체는구현할수없는도약의움직임,인간의동작이라는흔적만지닌채솟구쳐오르는움직임으로암시된다.나아가그림에서육체는중력에구애받지않아수평을거부하고,때로허공에서곡예를부리고,바닥위에둥둥떠있는발로균형을잡고,땅이나벽같은주변구조에대한의존조차무시한다.주디스버틀러는일부비평가들이이런카프카의소묘화를파울클레의초기작과비교하거나하위등급의표현주의에속한다고평하는것을비판하며,“이그림컬렉션은너무나다면적이고흥미로워서그런식의요약이정당화되지않는다”고말한다.
버틀러의말처럼카프카의그림들은어떤정형화된양식이나예술경향으로온전히설명하기어려운강렬한독창성을발휘한다.그야말로카프카만이창조해낼수있는시각적언술이자예술적표현인것이다.그독자적이고독창적인그림세계가온전하게담긴이책『프란츠카프카의그림들』을한장한장넘기며작품을감상하다보면,그림에대한무제한의자유를누린손의움직임이생생하게느껴진다.그리고카프카의글만큼이나매혹적인그생동감에완전히마음을사로잡히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