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동경

$15.50
Description
“세상에는 나에게만 놀랍고 소중한
작은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흔들리며 빛나는 청춘의 계절들
각기 다른 세 사람이 서로를 향하며 그리는 마음의 삼각형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나주에 대하여』 『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첫 장편소설
김화진의 첫 장편소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21년 등단 후 1년 반 만에 묶어낸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시작해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까지, “마음의 세밀화”(편혜영)라고 표현할 수 있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공고히 다져온 김화진. 그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마음의 결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많은 문학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음은 물론 『나주에 대하여』로 2023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함으로써 문학적 성과 또한 여실히 증명해낸 바 있다. “감정의 행방을 추적하는 김화진의 문장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섬세했다”(편혜영), “정서를 정확하게 다룰 줄 아는, 자신만의 문장의 결을 지닌 작가”(이기호)라는 심사평처럼 그는 타인의 마음이라는 영원한 미지를 집요하게 탐구하고 그것을 정확한 문장들로 서사화하는 데 ‘진심’이다.
한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생애를 모두 담고 있으니, 작가이자 ‘마음 탐구자’인 김화진이 단편보다 더 긴 이야기 형식을 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동경』에는 일과 꿈, 개별적 존재로서의 자신과 가족이라는 삶의 주요한 화두들 앞에서 흔들리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이제는 마냥 어리다고만 할 수도, 그렇다고 어엿한 어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서른 언저리의 나이, 자주 혼란스럽고 때로 아프기도 한 삶의 분기점에서 만난 그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서로에게 이끌린다. 서로에 대한 ‘동경’이 만들어내는 인력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지길 반복하는 세 사람은 좀처럼 정리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 관계의 삼각함수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나간다. 늘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훗날 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성장통의 계절들. 김화진은 그 세 인물이 만들어가는 복잡다단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띤 마음의 삼각형을 반짝이는 청춘의 시간들로 그려낸다.
정이현 소설가가 “김화진은 언제나 ‘진짜’에 대해 쓰려 한다. 진짜 친구, 진짜 꿈, 진짜 기분, 진짜 마음에 관하여”라고 썼듯이 『동경』에는 특별한 이야기나 놀라운 반전은 없지만, 대신 우리가 정말로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삶의 순간들이 눈부실 정도로 선명히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낸 듯한 문장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서로가 영원한 미지로 남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게 되는데, 그것은 김화진의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강력한 위로가 된다.

아름다운 삼각형을 원하는 건 나만의 꿈일까. 언제나 삼각형을 상상하며 살아온 것 같았다. 둘은 너무 적고 넷은 너무 많으니까. 나에게 둘이 의미하는 것은 애인이었고 넷이 의미하는 것은 가족이었다. 셋은 친구였다. 나는 둘이나 넷보다 언제나 셋만을 바라왔다.
_23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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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화진

저자:김화진
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나주에대하여」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이있다.『나주에대하여』로제47회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여름―한아름,망설이는사람
가을―최민아,꿈이싫은사람
겨울―이해든,에버랜드에가지않는사람
추운겨울―우리가몸을웅크리는이유

2부
새해―조금은더밝은빛
봄―봄비가먼지를씻으면
다시여름―강에는물이차오르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가끔약에도체해.그럴때있잖아.선의에도걸려넘어지잖아.
그런걸우리가어떻게다알겠어.우린겨우서른언저리잖아.”

소설의1부에는세사람의화자가등장한다.아름과민아와해든.첫번째화자인아름은망설이는사람이다.하지만망설이면서도가장성실히자기자신을찾아나아가는인물이기도하다.아름과해든은민아가진행하는인형리페인팅수업을들으며알게되었고,그과정에서가까워진세사람은수업이후에도친구로지내게된다.이후민아가차린리페인팅회사에서일하게된아름은작업에서보람을느끼기도하고작업물이SNS에서공유되며나름의유명세를얻기도하지만,해든의권유로사진을찍게되면서자신이정말로좋아하는일은사진이라는것을알게된다.그렇게자신이잘하는일과하고싶은일사이에서갈등하며점점회사일에불성실해지는자신을발견해가던아름은결국무심결에민아에게회사를그만두고싶다고이야기하지만,그게옳은선택인지확신하지못한다.그리고그럼으로써민아를떠나게되는일을자신이받아들일수있는지도.

뭔가를좋아하고또하고싶어하는마음은이렇게나무겁구나.그럴수도있구나.
_40쪽

한편민아는자신이있어야하는자리를정확히찾은사람이다.딸인자신에게수치심이라는감정을심어준어머니에게서벗어나고자,경제적으로자립하고자미술을하고싶었음에도가능한한빨리돈을벌수있는일을찾았다.그는강단에서서교보재를정리할때한번의헛손질도하지않는“차가워보이는인상에손이야무진여자”지만자신이직접만든팔의흉터들처럼,남모를상처를지닌인물이기도하다.민아는모든면에서동요하지않는사람이고싶어하지만아름이하고싶은일을찾아자신의회사를떠나고,어머니의병환소식이들려오며조금씩흔들리는자신을발견한다.

슬픔은마음한구석에송진같은고체형태로존재하다가어떤녹는점에서녹아흐른다.액체가되어온몸으로퍼지기도하고자칫하면눈물이되어쏟아지기도한다.슬픔의녹는점은누군가의한마디나체온,혹은해질녘의버스정류장이나혼자멍하니보내는주말의긴긴낮일수도있다.
_66~67쪽

해든은묵묵히자신이하고싶은하는일을해나가는사람이다.방황하던시절마음을다스리기위해아름과함께민아의인형리페인팅수업을듣지만,자신이본래하고자했던일은사진이라는사실을일찍깨닫고자신만의작업을해내간다.건설현장에서일했던폭력적인아버지를원망하는한편,그를그리워한다는사실을애써부정하려한다.그래서그는무너지거나지어지고있는,미완의건물을작업대상으로삼는다.건강에좋다는토마토만을먹으며불균형한식사를하고,스쿼트를하며담배를피우는모순적인자신의모습을조소하지만,그것이바로자신이라는걸잘알고있는인물이기도하다.해든은아름과함께일하게되며그에게서좋은점과견디기힘든점들을함께발견하지만,그럼에도자신과달리투명한마음을지닌아름이자신에게중요한존재가되어가고있음을느낀다.

그런데말이야.마음에있는말을못하는사람들이있어.말을못해도있는마음같은게있어.그마음을아는사람도있고모르는사람도있어.알아도말하지못하고몰라도비슷한걸말해버리는사람도있어.말하지않아도내가느끼는건진짜야.
_112쪽

사회에나와일로만난세사람이지만친구로,동료로균형잡힌삼각형을그리며지내던그들의관계는아름이민아의회사를떠나해든과사진일을하게되면서묘하게흔들리기시작한다.삶의분기점에이른그들에게는여러가지일들이한번에겹쳐일어난다.2부에서여러계절을보내며아름은직업을바꾸고,민아는어머니와같은병으로수술대로향하고,해든은아버지의죽음을겪고첫사진집을준비한다.서로에게의지가되어주는한편상처를주기도하고,서로를오해하기도하고그리워하기도하던그들은,사진집에들어갈“희디흰색”이필요하다는해든의말에한겨울의삿포로로향한다.그리고그여행은그들의관계에새로운전기를맞이하는계기가된다.

섬세한문장들로그려낸시절기록
새로운관계를통해연결을모색하는우리시대의성장담

『동경』에는지금을살아가는이십대와삼십대청춘들의모습이고스란히담겨있다.가족을중심으로주된관계가형성되었던지난세기를지나,온전한개인으로서타인과맺는관계가더욱주요해진오늘날의우리들.일을통해서만난사람도친구가될수있을까,라는얼핏순진해보일수있는질문에서이야기는출발한다.그와같은고민으로시작해현대사회에서타인과의연결을모색하며나아가는이야기는관계를통해성숙해가는이시대청춘들의성장담으로확장된다.『동경』의세사람이살아낸여름부터가을,겨울,봄그리고다시여름으로이어지는한해의시간들은김화진의섬세하고서정적인문장들로기록된다.“확신하건대이소설을다읽은독자는어떤미래에문득그리워하게될것이다.

김화진의첫장편과함께보낸눈부신계절의한때를”이라는정이현의말처럼,김화진의소설을읽는일은그저이야기를듣는것이아니라실제로존재하는어떤사람들과함께한시절을보내는일과같다.김화진이이렇듯‘진짜’삶을그려낼수있는까닭은아마그가지닌타인에대한애정과반듯한시선덕분일것이다.그는마치예민한감광판처럼사람들의마음을감지하고그것을인화하듯문장으로써낸다.어쩌면집요함이라고도할수있을타인에의관심.문학이결국인간에대한이해로나아가는일이라면타인에대한관심은문학에있어다른어떤것보다도중요한재능이아닐까?사람에대한근거없는애정,그것은작가김화진의뛰어난재능이고그가앞으로써나가는소설들이기대되는이유이기도하다.

걱정과슬픔을털어놓는데서툰사람들이소설을읽고모이면,가끔자기도모르게말하려던것도아닌데꾹꾹눌러두었던걱정과슬픔을털어놓는순간을목격하곤합니다.단한히봉해놓은마음을꺼내게하는,소설이만들어주는그런순간이좋습니다.
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