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읽기 (양장)

고요한 읽기 (양장)

$17.00
Description
“그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흩어져 있는 것을 한데 모으기’,
즉 생각하기다.”

고요한 몰두를 통해 얻어낸 소설가 이승우의 생각들
작가 인생 43년, 소설쓰기로 인생에 복무하는 작가 이승우.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기둥인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 위에 지은 집 같은 산문집을 펴낸다. 『고요한 읽기』는 작가가 제안하는 하나의 읽기 방식이자, 그 방식이 불러일으킨 생각을 정리한 문학에세이, 그간의 소설 작업에 대해 스스로 붙인 “주관적 주해” 혹은 창작론, ‘쓰기-읽기-살기’가 빚은 한 작가의 초상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왜 쓰는가, 어떻게 문학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구도자처럼 몰두해온 그가 선택했던 이 방식은, 다만 문학작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는 ‘나-타인-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행위였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고요히’ 읽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그저 조용한 데서 혼자 읽는다, 가 아니라 부러 조용한 곳에서 혼자이기를 자처하여 몰두해들어가는 읽기를 말하는 것이다. 깊이 가라앉아 자기 안의 빛과 어둠을 탐색해가는 읽기. ‘감추어진 동굴’(「서문」)에 파편으로 흩어져 숨은 생각들을 길어올리는 읽기. 그것이 작가 이승우가 말하는 ‘고요한 읽기’다.
요컨대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구심력과 나를 구성하는 타자/세계를 사유하는 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 작가의 ‘고요한 읽기’의 오랜 동반자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 카프카, 마르케스, 헤르만 헤세, 이청준부터 레비나스, 사르트르, 벤야민, 시몬 베유, 그리고 탈무드와 성경까지 문학과 철학, 종교를 넘나드는 ‘고요한 읽기의 목록’은 그저 머무는 존재가 아닌, 추구하는 존재로서 살고자 해온 작가의 오랜 물음들에 공명하게 한다.

책을 통해 ‘나’를 읽을 때, 나는 ‘나’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같이 읽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타인과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통해 읽는 사람과 세상만이 진실합니다. ‘나’를 배제한 어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도 진짜가 아닙니다.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합니다. _「서문-감추어진 동굴」에서

저자

이승우

저자:이승우
1959년전남장흥에서태어났다.1981년『한국문학』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소설집『일식에대하여』『미궁에대한추측』『사람들은자기집에무엇이있는지도모른다』『오래된일기』『신중한사람』『모르는사람들』『사랑이한일』『목소리들』,장편소설『에리직톤의초상』『생의이면』『그곳이어디든』『식물들의사생활』『지상의노래』『사랑의생애』『캉탕』『이국에서』,산문집『당신은이미소설을쓰기시작했다』『소설을살다』『소설가의귓속말』등이있다.이상문학상,오영수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동서문학상,대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서문│감추어진동굴

세상의끝
작가라는환영
향수와추구,혹은무지와미지
영원에속하지않은것
말과번역
환한어둠
꿈과해석
말할수없고말해서도안되는
전체의일부로흡수될때
이야기를어디서어떻게끝낼까
비범함에대한유혹
대기만성

고요한읽기의목록

출판사 서평

“그때우리안에서일어나는일이바로‘흩어져있는것을한데모으기’,
즉생각하기다.”

고요한몰두를통해얻어낸소설가이승우의생각들

작가인생43년,소설쓰기로인생에복무하는작가이승우.그의작품세계를대표하는두개의기둥인‘종교적실존’과‘문학적실존’위에지은집같은산문집을펴낸다.『고요한읽기』는작가가제안하는하나의읽기방식이자,그방식이불러일으킨생각을정리한문학에세이,그간의소설작업에대해스스로붙인“주관적주해”혹은창작론,‘쓰기-읽기-살기’가빚은한작가의초상이라할수있는책이다.왜쓰는가,어떻게문학을할것인가에대해구도자처럼몰두해온그가선택했던이방식은,다만문학작품에국한되는것은아닐것이다.한없이낯설게느껴지는‘나-타인-세계’를더잘이해하기위해필수적인행위였으리라짐작할수있다.
‘고요히’읽는다는것은어떤걸까.그저조용한데서혼자읽는다,가아니라부러조용한곳에서혼자이기를자처하여몰두해들어가는읽기를말하는것이다.깊이가라앉아자기안의빛과어둠을탐색해가는읽기.‘감추어진동굴’(「서문」)에파편으로흩어져숨은생각들을길어올리는읽기.그것이작가이승우가말하는‘고요한읽기’다.
요컨대자기안으로침잠하는구심력과나를구성하는타자/세계를사유하는원심력이동시에작용하는것.작가의‘고요한읽기’의오랜동반자보르헤스,밀란쿤데라,카프카,마르케스,헤르만헤세,이청준부터레비나스,사르트르,벤야민,시몬베유,그리고탈무드와성경까지문학과철학,종교를넘나드는‘고요한읽기의목록’은그저머무는존재가아닌,추구하는존재로서살고자해온작가의오랜물음들에공명하게한다.

책을통해‘나’를읽을때,나는‘나’를통해타인과세상을같이읽습니다.왜냐하면‘나’는타인과세상으로이루어져있기때문입니다.‘나’를통해읽는사람과세상만이진실합니다.‘나’를배제한어떤사람과세상에대한이해도진짜가아닙니다.자기에대한의심과돌아봄이없는이해만큼위험한것도없습니다.그래서읽기가중요합니다._「서문-감추어진동굴」에서

나는나에게서가장멀리있다.나는나의‘세상의끝’이다.

작가는긴호흡의산문열두편가운데첫번째글에서‘끝’을먼저짚는다.“세상과상관없이.말하자면실존적으로”마주하게되는끝.바로‘나’자신.“나는나의‘세상의끝’이다.나는나에게서가장멀고,내가가장잘모르고,내가가장만나지않으려고하는사람이다.나는내가가장두려워하는사람이다.”(「세상의끝」)작가는2019년출간작『캉탕』의세인물을예로든다.‘세상의끝’에이르러“모든것을드러내놓기를요구받는”인물들.‘나’로부터온,회피할수없는요구들.작가는그들로하여금회고록이나일기의형태로고백하게하였다.“모든글은일종의고백이고,모든고백은누군가에게하는것이고,그누군가는시간/신,즉‘나’이다.”함께언급되는『데미안』의싱클레어와보르헤르트의432번죄수(「민들레」),오이디푸스라고상황이다르지않다.
이렇듯문학작품에서주요하게다뤄지는추구와좌절,참회와구원의문제를이승우작가는파스칼의말을빌려인간이위대함을획득하는과정이라말한다.“인간은자기가비참하다는것을안다.따라서그는비참하다,실제로그렇기때문에.그러나그는진정위대하다,자신이비참하다는것을알기때문에.”(『팡세』)‘세상의끝’에서이루어지는고백.끝다음의시작은작품속인물은물론그것을쓴작가와읽는사람모두를‘개종한사람’과같게만들수있다.그것이가능함을알게되는일,기도와도같은고백을읽는일은‘작가-작품(속인물)?독자’의내면에영향을미친다.“출발하기위해도착해야하고도착하기위해출발해야한다.다른사람이므로다시출발할수있다.우리는다른사람일때만,다른사람으로서만새로출발할수있다.”문학이그것을돕는다.

영감은작품을시작하게하는것이아니라완성하게하는것이다.

스물둘에등단해40여년간30여권의소설을묵묵히펴낸작가.독자에게‘믿고읽는작가’가된그에게작가는어디에서태어나는지묻는다면,창작의비결이나영감의원천을묻는다면무어라대답할까.우선은흔히생각하는‘영감’의방향을뒤집는답이돌아올것이다.영감이란위에서아래로,마치계시처럼쏟아지는것이아니라작가의내면에서,노력과인내를동력삼아불러일으켜지는것이라고.

영감에대한미신에서벗어날것.영감을부정하지도말고숭배하지도말것.왜곡이나악용은더욱삼갈것.모독하지말것.다만필사적으로‘꿈꿀’것.영감같은것은있지않다는듯,그러니바라지않는다는듯필사적으로애쓰고,애쓰면서기다릴것.기다리면서초대할것.애씀이초대의방법이라는사실을알것.그조차알지말것.행여라도영감이자신의노력에대한당연한보상이라고생각하지말것.은총일뿐이라는사실을기억할것.
(…)
위대한작가들의이름은그작가들의책을읽은사람들,읽고쓴사람들,즉그작가들의꿈에서태어난사람들에의해유전된다.사라지지않는다.불멸한다._「작가라는환영」에서

창작의‘실마리’가아닌‘매듭’으로서의영감.이러한인식의전환은하나의삶의태도로서쓰는이는물론읽는이또한각성하게한다.특별한문학적재능이작가를만드는것이아니라“강렬하고위대한독서경험의영향아래서힘들게빚어져작가가되는것”이라는성찰적조언도마찬가지다.‘위대한책’,“보르헤스의정의를따라말하자면성령이쓴책”은“신의입김없이완성되지않는다.그런데그신은작가의열정과노고가없는곳에서는아무일도하지않는다.”

의심속에서도믿는일
부끄러움속에서도쓰는일
그의모든건고요한읽기로부터시작되었다

이번책에서작가이승우를사로잡는근원적질문혹은그의글쓰기를추동하는문제의식을충분히음미할수있는것은독자로서무척반가운일이다.향수(鄕愁)와추구,무지와미지,영원에속한것과속하지않은것,꿈,말할수없고말해서도안되는것,비범함에대한유혹등수록된편편의제목만훑어도짐작이갈것이다.그밖에도사랑과믿음,삶과죽음,작품과독자의관계에대한작가의오랜생각들.“향수는있었으나있지않은것을그리워하지만추구는있어본적이없는것을그리워한다.”“죽음은게으르고,동시에즉흥적이다.요컨대종잡을수없다.죽음은올때까지오지않는다.”“부재는획득실패로인한것이아니라획득한것의상실로인해생긴다.”“맹신은믿음의최상급이아니라믿음의반대말이다.”“독자가할수있는일은이미있는이야기를바꾸는것이아니라이야기를다시짓는것이다.잠든이야기를깨우고끝난이야기를살리는것이다”등등이승우작가특유의밀도높고깊은사유가배어든문장들이그가사랑하는책들사이사이수놓여있다.‘무엇을어떻게읽어낼것인가’고민하는작가이승우를읽어내는,겹겹의읽기경험이가능하다.
한편“인생의고비에서누군가를,어떤일이나기회,책,문장을만나지않았다면삶이얼마나더엉망이되었을까”라는물음은작가만의것이아니리라.유한한존재로서삶이라는이름의변덕스러운시간위에선우리가할수있는일.‘고요한읽기’라는,이제는점점더희귀해지는그행위가그리워지고절박해진다.

인간은누구이고,어떻게살아야하고,왜그렇게살아야하는지질문하고추구해야하는것은우리가인간이기때문이다.대부분의사람들눈에는거의보이지않게되었지만,그래도아직어떤사람들눈에보이는문학의광채는거기서말미암는다고나는생각한다._「작가라는환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