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토미나 (17, 18세기 영국 여성 작가 선집)

판토미나 (17, 18세기 영국 여성 작가 선집)

$16.00
Description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로맨스
대상이 아닌 주체로 거듭난 여성의 욕망과 사랑
영국문학사에서 한동안 잊혔다가 재발견된
선구적인 여성 작가들의 불온하고 대담한 다섯 편의 이야기

여성의 이성애적 욕망을 중심으로, 연애와 결혼, 순결과 서약, 정절의 문제, 그리고 사회적 관습과의 갈등을 다룬 17, 18세기 영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 철학자이자 자연과학자로도 활약한 야심가 마거릿 캐번디시,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은 영국 최초의 여성으로 평가한 애프라 벤, 극작가이자 출판인이기도 했던 인기 작가 일라이자 헤이우드의 로맨스 또는 연애소설amatory fiction 다섯 편을 엄선해 수록했다. 정치적 격변기에 여러 영역에서 활동한 세 작가의 개성이 담긴 이 작품들은, 20세기 후반 재조명되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남성 작가 위주의 문학사에서 배제된 여성 작가들의 업적에 주목하는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혹은 사회계약론과 정신분석이론을 통해 다각적으로 해석되면서 그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저자

마거릿캐번디시,애프러벤,일라이자헤이우드

저자:마거릿캐번디시
영국에식스지방에서태어났다.크롬웰의공화정기와찰스2세의왕정복고기에활동한작가,철학자,과학자.부유한젠트리가문이자왕당파가문출신으로1653년부터시,소설,희곡,철학,과학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글을썼고,열두권이넘는책을출판했다.대표작인희곡『쾌락의수녀원』에서결혼을거부하는여성들을위한유토피아를제안하며당대의젠더담론을비판했고,초기공상과학소설로불리는『불타는세계』에서자신의독특한자연철학관을로맨스와여성군주론과결합시킨판타지를선보였다.과학발전을위해설립된왕립학회를1667년여성최초로방문해,당시로는드물게여성도지식공론장에참여할수있음을보여주었다.

저자:애프러벤
1640?∼1689.영국켄트지방에서태어났다.왕정복고기를대표하는시인이자극작가.버지니아울프가“모든여성이애프라벤의무덤에꽃을헌정해야한다.그녀덕분에여성들은자기생각을표현할권리를얻게되었기때문이다”라며극찬한,글쓰기로상업적성공을거둔최초의여성작가로일컬어진다.1670년생계를위해첫희곡을발표한이래작품활동을왕성히펼쳐,대표작으로『강제결혼』『사랑에빠진왕자』『방랑자』등의희곡이있다.픽션으로는,수리남에서노예생활을하게된오루노코왕자의비극적이야기를담은『오루노코』가가장유명하다.사회적관습을초월하는사랑의힘을작품전반에걸친주제로삼아,사랑에빠진여성을수동적대상이아닌능동적주체로그려냈다는점에서획기적인작가로평가받는다.

저자:일라이자헤이우드
1693?∼1756.출신과유년시절에대해서알려진바가적다.배우,극작가,소설가,시인,번역가,출판업자로다방면에서활동한상업작가.1714년더블린에서배우로활동을시작했고,1719년첫소설『과도한사랑』으로인기를얻으면서성공적으로데뷔해,다양한장르를아우르며여성의삶에대한깊은관심이담긴작품을80편넘게남겼다.1720년대에는남녀의사랑과욕망을주제로한연애소설을다수출간해“욕망의중재자”로불리며큰인기를끌었다.1730년대에는무대공연을위한희곡과정치풍자소설을썼고,1740년대부터는교훈적인소설의유행에발맞춰도덕적인메시지를전달하는문학작품을선보였다.1744~1746년에는여성독자를위한정기간행물〈여성스펙테이터〉를발간하기도했다.

역자:민은경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교수.프린스턴대학에서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지은책으로영문저서『ChinaandtheWritingofEnglishLiteraryModernity,1690-1770(1690~1770년영국근대문학의탄생과중국)』가있고,논문으로「타인의고통과공감의원리」「홉스,여성,계약:사회계약론에여성이있는가?」「애덤스미스와감사의빚」「마거릿캐번디시와애프라벤의로맨스에나타난계약과의무」등이있다.한국18세기학회에서기획한『18세기의맛』『18세기의방』『18세기의사랑』에공저자로참여했다.

역자:최유정
인천대학교영어교육과조교수.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텍사스A&M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석·박사논문으로캐번디시,벤,헤이우드의로맨스를사회계약론의관점에서분석한「로맨스와계약」을,18세기여성작가의여행문학을주제로한「18세기영국여성의이동성,여행,문학적재현」을각각집필했고,여행기,18세기문학에재현된동아시아지리에관해연구하며「맨리의편지에나타난여성의마차여행」「오빈의『고귀한노예』에재현된태평양지리와동아시아문화」등을발표했다.

목차

마거릿캐번디시
계약_009
순결의수난_069

애프라벤
수녀이야기,혹은서약을어긴미녀_171
불행한신부,혹은앞못보는미녀_248

일라이자헤이우드
판토미나,혹은미로속의사랑_269

옮긴이주_309
해설|저가면쓴여성은누구인가?_319
판본소개_334

출판사 서평

여성의,여성에의한,여성을위한로맨스

대상이아닌주체로거듭난여성의욕망과사랑
영국문학사에서한동안잊혔다가재발견된
선구적인여성작가들의불온하고대담한다섯편의이야기

로맨스장르를갱신하고개혁한
근대초기영국여성작가들을만나다

유럽에서오랜역사와전통을지닌로맨스는,18세기초에소설이등장해체계를갖추기까지보편적인픽션장르로자리잡고있었다.17세기중반에서18세기초반은영국문학사에이례적으로여성작가의활약이두드러졌던시기다.특히이책의작가들인마거릿캐번디시,애프라벤,일라이자헤이우드는기존의로맨스서사에서여성역할이영웅적남성의성장을돕는조력자정도로한정될뿐만아니라여성을대상화하고주변화한다는점에불만을품고는,여성이적극적으로욕망하는주체로등장하는새로운로맨스를탄생시켰다.이들은로맨스장르자체에대한비판과풍자가담긴작품들을통해불평등한남녀관계,여성에게가해지는성적억압을고발했으며때로는이상적사랑에대한환상을무참히깨뜨리고조롱하기도했다.기존로맨스의수법을능숙히구사하면서도재해석과갱신을통해대담하고파격적인여성서사를펼쳐이목을끈것이다.대학에서17세기와18세기영국문학을가르치면서캐번디시,벤,헤이우드가보여준놀라운현대성에주목한역자(민은경,최유정교수)는요즘독자들의관심사에맞닿아있다고판단되고학생들이특히재미있어한작품다섯편을엄선해국내초역으로선보인다.그동안이세작가에대해꾸준히연구하며논문을발표해온두역자의상세한주와해설을함께수록한『판토미나』는아직우리에게낯선근대초기여성작가들의폭넓은관심사와상상력에서비롯한색다른매력을전해줄것이다.

성적억압과관습의굴레에맞선,
놀랍도록현대적인여성서사

2023년탄생400주년을맞아파란만장한삶과독특한작품세계가재조명된마거릿캐번디시는전형적인로맨스의틀속에서도철학적정치적내용을아우른작가로,공상과학소설『불타는세계』의작가답게과학에대한관심과자연철학관도작품에두루반영시켰다.델리시아와공작의사랑이계약과조화를이루며행복한결말로끝나는「계약」에는결혼계약을맺은남녀의관계를군주와정치적의무를진개인의불평등한관계에빗대곤했던통념이담겨있다.이작품에거듭등장하는‘의무’‘맹세’‘복종’같은개념은,정치적의무를둘러싼왕당파와의회파의갈등으로내전이일어나고크롬웰의공화정,왕정복고가이어지며혼란스러웠던당시영국상황을고려해이해할만하다.한편,순결을지키기위해도망친여성이남성으로변장해자유로이행동하며겪는모험을그린「순결의수난」은성폭력문제를전면적으로다루면서크로스드레싱,동성애,여성군주제등파격적인모티프들을담아냈다.당시유행한신세계및아프리카여행기,유토피아서사의영향이느껴지는이작품에서는남성성과여성성에대한신랄한풍자또한돋보인다.
찰스2세를위해첩보원으로활동한이색적인이력을지닌애프라벤은글쓰기로상업적성공을거둔최초의여성작가로평가된다.수녀서약과결혼서약을차례로저버리면서도명예실추를두려워하는이자벨라의생애를그린「수녀이야기,혹은서약을어긴미녀」를보면,무릇여성은남성에비해지조있다는인식을반영한기존로맨스에벤이매우회의적이었다는점을알수있다.정념과욕망이이끄는대로변심하며서약을깨는이자벨라는명예를지켜야한다는신념때문에아이러니하게도파멸로치닫는다.서로사랑한프랭크윗과벨비라가흑인과부의방해로엇갈리다가비극을맞이한다는이야기「불행한신부,혹은앞못보는미녀」는로맨스서사를가차없이비틀며독자의기대를배반하고,흑인과부무리아를통해인종에대한차별적인식을드러낸다는점에서불편하고도흥미로운작품이다.주로해피엔딩으로끝나는기존로맨스에반하는벤의두작품은,사랑이란충동적이고변덕스러우며가변적이라는점과함께,혼인에이르고이서약을유지하는데는현실상돈과생계문제가중요하게작용한다는점을냉소적으로보여주기도한다.
남녀의사랑과욕망을다룬연애소설을다수선보여“욕망의중재자”로불린일라이자헤이우드는애프라벤,들라리비어맨리와함께“여성재사삼인방”(1720년대문인제임스스털링이명명)으로알려진작가로,18세기초소설장르의형성에핵심적인역할을했다.여성의욕망과판타지를유머러스하게표현한대표작「판토미나,혹은미로속의사랑」은여주인공이사랑하는남성보플레지르를지속적으로사로잡기위해다른여성으로거듭변장해서성적관계를맺는다는이야기다.여성의성적욕망이결혼제도바깥에서실현되는상황을적나라하게그렸다는점에서도발적이고파격적인데,여성의욕망이변장을통해서만충족된다는점에서신분사회이자가부장사회가가했던제약과억압을인식하게도한다.
『판토미나』속다섯작품은로맨스에서소설로이행하는과도기에나온만큼간접화법보다직접화법이주를이루거나따옴표없이대화가등장하고,3인칭서사에갑자기1인칭서술자가개입하는등지금으로서는생경한느낌을주는요소가많다.이런특징을되도록살려번역함으로써독특한매력을오롯이느끼게한『판토미나』는예상을뛰어넘어종잡을수없는결말로치닫는각양각색의다섯이야기로짜릿한전율과흥미진진한재미를선사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