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노트르담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0

꽃피는 노트르담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0

$17.00
Description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대담한 서정의 극치
‘악의 성자’ 주네가 어두운 감방에서 쓴 첫 걸작
1943년에 나온 주네의 첫 장편소설 『꽃피는 노트르담』은 작가가 1942년 서른둘의 나이에 프렌교도소 수감 당시 쓴 작품이다. 이 소설이 자국을 비롯해 각국에 소개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51년 영미에 소개할 때만 해도 작가가 일부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했으며, 1960년 독일 출간 당시에는 곧바로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되어 2년이 지나서야 무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이 소설을 처음 읽고 문단에 소개한 장 콕토는 기존의 프랑스 문학장을 깨부수며 새로운 서정을 선언하는 ‘폭탄’과도 같은 주네의 이 책을 “이 시대의 위대한 사건”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격분시키고 질색하게 하며 놀라게” 한다며 감탄했을 뿐만 아니라 “여기 우리 앞에 외로움과 어두운 별의 반짝임이 있다”고 칭송했다. 또한 사르트르는 미국 방문 당시 한 인터뷰에서 “오늘날 프랑스에서 유일한 천재 작가가 있다면, 바로 장 주네입니다”라고 주저 없이 그를 추천했다.
주네는 이 소설을 죄수가 되어 갇힌 채 감옥에 비치된 누런 종이에 혼자만의 즐거운 ‘소일거리’로서 써내려갔다. 수감생활에서 무한정 뻗어나간 자신의 환상세계에서, 그는 무한과 교류하는 내적 삶의 진실한 자유를 구현하려 한 것. 프렌교도소 429호에 수감된 ‘나’는 언제 세상에 나갈지 모른 채 신문에서 오려낸 범죄자들(“무시무시한 영혼이 빙의하도록 선택된 몸뚱어리들”)의 사진으로 벽을 장식해놓고는, 밤이면 어두운 구렁을 빠져나온 분신 같은 그들을 통해 다른 삶을 꿈꾼다.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의 불안과 고독이 피워낸 관능적인 상상세계에서는,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추방당한 죄수들이 활달한 젊은이로 선악의 제도 없이 활보하는 해방된 거리에서는,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사랑’의 신성함만이 함께한다. 소설 속 화자 ‘나’는 디빈(‘신성’이라는 의미가 깃든 이름)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뒤섞인 트랜스젠더이자 파리 밑바닥의 유명한 매춘부 디빈을 따라가는 여정 속에서, 독자는 그(녀)의 삶과 그의 포주이자 연인 미뇽, 게이-트랜스 친구들, 디빈의 유년기와 삶 속에 들어온 연인들, ‘꽃피는 노트르담’이라는 디빈의 연적이자 젊은 살인자를 만난다. 결국 디빈을 통해 차려진 이 몽상의 제단은 감금당한 죄수의 판결이 행해지는 법정의 엄연한 현실로 돌아오고, 그들의 존재를 비추던 자유의 별칭은 재판장에서 실명으로 호명당하며 (서두에서 죽은 디빈의 장례식에서 모두 모인 그들 역시) 차례차례 심판대의 이슬로 화한다. 전위적인 이 작품은 오늘날 세계문학의 필독서이자 퀴어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 르몽드 선정 ‘20세기 책 100선’

저자

장주네

저자:장주네
장주네는1910년12월19일파리에서사생아로태어났다.당시22세의가정부였던어머니는생후7개월된주네를빈민구제국에넘긴다.이후주네는모르방의한농가에서좋은위탁부모아래성장한다.하지만학교생활에적응하지못하고직업학교를탈출한뒤자잘한절도와부랑등일탈을일삼다16세때는결국감화원에들어간다.감화원에서출소한뒤로도절도등자잘한범죄로수감된다.그러다1942년감방동료의도움으로첫시집≪사형수≫를출판하는데이를계기로장콕토를후원자로만난다.콕토의후원에힘입어≪꽃의노트르담≫,≪장미의기적≫등소설출판이성사되었고,1947년에는루이주베연출로≪하녀들≫의초연,그리고1949년에는≪엄중한감시≫와≪도둑일기≫의출판도이루어진다.하지만계속된범죄등으로종신형과유배형에처해졌고그때마다콕토를비롯한예술인들의구명노력으로위기를벗어났다.마지막유배형위기때콕토,사르트르,피카소등의탄원으로대통령사면을받아냄으로써기나긴범죄이력을끝맺는다.이후꽤긴공백기끝에1956년≪발코니≫,1958년≪흑인들≫,1961년≪병풍들≫을차례로발표한다.이후주네는작품발표보다는현실참여에적극성을보인다.미국의쿠바개입이나베트남전쟁,남아공인종차별정책을비난하고,68학생시위때는학생들앞에서연설을하기도한다.1970년11월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장아라파트를만나아랍에체류하다1986년유작≪사랑에빠진포로≫교정작업도중파리의작은호텔에서생을마쳤다.

역자:성귀수
시인,번역가.연세대학교불어불문학과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시집『정신의무거운실험과무한히가벼운실험정신』『숭고한노이로제』(성귀수내면일기)를발표했다.옮긴책으로『진』『크렘린의마법사』『공포를보여주마』『물의살인』(전2권),『결정판아르센뤼팽전집』(전10권),『모리스마테를링크선집:꽃의지혜,지혜와운명,운명의문앞에서』(전3권),『팡토마스』(전5권)『불가능』『적의화장법』『오페라의유령』『모차르트』(전4권)등이있다.2014년부터사드전집을기획,번역해오고있다.

목차

꽃피는노트르담9

해설|진실이상의진실로화하는몽상341
장주네연보347

출판사 서평

20세기문학사에서가장대담한서정의극치
‘악의성자’주네가어두운감방에서쓴첫걸작

1943년에나온주네의첫장편소설『꽃피는노트르담』은작가가1942년서른둘의나이에프렌교도소수감당시쓴작품이다.이소설이자국을비롯해각국에소개되기까지는우여곡절이많았다.1951년영미에소개할때만해도작가가일부내용을삭제하거나수정해야했으며,1960년독일출간당시에는곧바로음란물유포혐의로기소되어2년이지나서야무죄판결을받는다.그러나이소설을처음읽고문단에소개한장콕토는기존의프랑스문학장을깨부수며새로운서정을선언하는‘폭탄’과도같은주네의이책을“이시대의위대한사건”이라고하면서,자신을“격분시키고질색하게하며놀라게”한다며감탄했을뿐만아니라“여기우리앞에외로움과어두운별의반짝임이있다”고칭송했다.또한사르트르는미국방문당시한인터뷰에서“오늘날프랑스에서유일한천재작가가있다면,바로장주네입니다”라고주저없이그를추천했다.
주네는이소설을죄수가되어갇힌채감옥에비치된누런종이에혼자만의즐거운‘소일거리’로서써내려갔다.수감생활에서무한정뻗어나간자신의환상세계에서,그는무한과교류하는내적삶의진실한자유를구현하려한것.프렌교도소429호에수감된‘나’는언제세상에나갈지모른채신문에서오려낸범죄자들(“무시무시한영혼이빙의하도록선택된몸뚱어리들”)의사진으로벽을장식해놓고는,밤이면어두운구렁을빠져나온분신같은그들을통해다른삶을꿈꾼다.판결을기다리는죄수의불안과고독이피워낸관능적인상상세계에서는,사회로부터배제되고추방당한죄수들이활달한젊은이로선악의제도없이활보하는해방된거리에서는,무엇에도구애받지않는‘사랑’의신성함만이함께한다.소설속화자‘나’는디빈(‘신성’이라는의미가깃든이름)이라는인물의이야기를들려주는데,남성(적인것)과여성(적인것)이뒤섞인트랜스젠더이자파리밑바닥의유명한매춘부디빈을따라가는여정속에서,독자는그(녀)의삶과그의포주이자연인미뇽,게이-트랜스친구들,디빈의유년기와삶속에들어온연인들,‘꽃피는노트르담’이라는디빈의연적이자젊은살인자를만난다.결국디빈을통해차려진이몽상의제단은감금당한죄수의판결이행해지는법정의엄연한현실로돌아오고,그들의존재를비추던자유의별칭은재판장에서실명으로호명당하며(서두에서죽은디빈의장례식에서모두모인그들역시)차례차례심판대의이슬로화한다.전위적인이작품은오늘날세계문학의필독서이자퀴어문학의고전으로자리잡았다.★르몽드선정‘20세기책100선’

한죄수의고독과자유가꿈꾼진실‘존재의관능’
악의형이상학과범죄의현상학사이의엑스터시

“나는내욕망을포기한사람이다.(...)사람사는평생을나이벽들사이에서지내게하라.내일누구를판결할것인가?한때내것이었던이름을가진어느낯선자겠지.(...)진짜든가짜든내가디빈의어깨에올려놓은것은나의운명이다.”_장주네

감방에갇힌죄수‘나’.그는교도소생활수칙이적힌패널뒷면에신문에서오려낸20여명의살인자사진을간수들에게보이지않게붙여두고,밤이면그들을하나하나몽상으로불러내자신만의왕국을펼친다.주네는교도소에서이첫소설을쓰면서,모리스필로르주에게헌사를바쳤다.(첫장시『사형수』헌사에도등장하는이인물은애인을살해하고푼돈을훔치다법정에서재판부를조롱하며이십대때처형된실제인물이다.)소설초반부에서“내가이책을쓰는것은그들모두의범죄행각을기리기위함이다”라고밝힌바,여기서‘그들’은살인과반역죄로사회로부터격리당해감금되었다가법정단두대에서처형된범죄자들,제도권으로부터철저히배제된낙오자들로,소설초반부터“이미죽은몸들”이다.데리다로부터사사하고주네연구를하기도한우카이사토시는주네의작품세계의핵심이자시원이“사자死者에게바치는공물”이라고했다.공포에떨며재판과형을기다리는죄수주네는자신의분신이자“자신이혐오하는것을사랑할수밖에없는”성자처럼제사랑의운명을의탁한디빈이라는트랜스젠더주인공을내세워,그들죽음의제단에바치는희생제물처럼(여성도남성도아닌,선의를제거한채신에쉬이호명당하지못할무의미또는반의미로서)그녀의죽음으로이야기를시작한다.이장례식에모두모인‘그들’은디빈의삶과사랑의비극을수놓았던인물들로,죽은디빈의삶의행적을따라가며이살인자들(미뇽,알베르토,고르기,가브리엘등)하나하나와의만남이그려진다.
이책에서흥미로운점은,인물들의별칭과실명사이의간극이자아내는시적긴장이다.어쩌면여기나오는모든별명이이땅에서더이상죄인으로호명당하지못하도록,이름하지못하도록신성의화환을둘러놓은셈.그는머릿속에서인물을만들어내는과정과어떻게그들이관계하고서로무슨대화를하는지를독자에게도상상해보라건네면서,자신이쓰는이야기전개과정과독자가읽는행위의흐름을동시적으로상호적으로자극하며서사를짜나간다.독자와저자의눈을하나씩달고인간의손을타지않는텅빈하늘의왕좌를악의에너지로써찬탈해나가는주네.그리하여필사적으로매달린그의상상속에서터져나오는것은황홀과공포,가장밑바닥에있는벌거숭이‘인간’그자체의아름다움이다.이아름다움은선악의세계저편에있는존재의자유이기에,주네는결박당한자신을대신해디빈의어깨에자신의운명을올린것이다.“오직그만을위해작성된시,다른어느누구도열쇠를소지할리없는난해한시”로써.
한편이책의표제로내세운‘꽃피는노트르담’은마약딜러이자살인자로,디빈의연인인기둥서방미뇽과의사이에연적으로등장하며그를본모든이를황홀한매혹으로이끄는자다.주네는이인물을통해디빈의고독한사랑을파국으로,무한과교류하는존재의가능성으로,‘존재의관능’그자체로이끈다.주네가“필로르주를향한나의사랑으로부터태어났다”고고백한인물‘꽃피는노트르담’은,사방에아무것도없고오직내맘대로할수있는건자신의몸뚱어리밖에없는감방의한계상황에서,디빈과‘나’의운명을짊어지고세계의저편으로나아가게하는돛인셈이다.

주네의자전적작품이녹아든국내초역의무삭제완역판

“주네가걸어온어두운삶의궤적을넘어『꽃피는노트르담』이특별하게다가오는것은,갇힌자의글쓰기만이도달할수있는아름다움의극치를보여주기때문이다.주네의정신세계에서범죄는세상으로부터의자유를,그리하여완벽한고독을창출하는조건이다.”_옮긴이성귀수

장주네는평생‘낮고부도덕하고추한것들’편에서시대의편견과금기에맞서온작가이자,말년에는68혁명부터난민운동,베트남전반대운동,흑인민권운동,성소수자운동,팔레스타인해방운동등정치적사회문제에도활발히참여한운동가다.혼외자로태어나절도와부랑과매춘으로연명하면서열여섯부터삼십대후반까지교도소를수없이들락거리다계속된범죄로종신형과유배형에처하기도했으나장콕토,사르트르,피카소,자코메티등문화예술가들의탄원으로사면된그는작가중에서도보기드문이력의소유자다.또한이소설에서와마찬가지로그의작품속등장인물들은매춘부,범죄자,흑인,군인,동성애자등대부분제도권이나문학사에서배제된인물들이다.이는작가의경험에서나온것으로,사회가죄악시하거나지배체제의질서유지에위배되는인간의어두운본성에서새로운자유의신성함,진실의미를구현하려한그의세계관과궤를같이한다.
사르트르는그를‘성聖주네,악의성자’로칭하며평전『배우이자순교자,성주네』를썼다.미시마유키오,아니에르노,디디에에리봉등을비롯해수많은문화예술인에영향을끼친주네.수전손택은프랑스문학사에서그를‘다시없을작가’로꼽았고,데이비드보위는이소설속‘디빈’역할에관심을보인데다장주네이름을패러디한곡<진지니>를발표하는가하면,로버트메이플소프와패티스미스등미술계작가들도그로부터받은충격과영향을진진한태도로언급한바있다.오늘날대학로에서그의연극은매년무대에오르고있으며,봉준호감독의<기생충>,토드헤인즈의<포이즌>,라이너베르너파스빈더의<케렐>등영화계역시주네의자장하에만들어진영화들로,그가끼친영향력은실로막대하다.프랑스에서비용,로트레아몽,보들레르,사드,랭보,아르토등속칭‘저주받은작가’계보로이어지는악에대한시적형이상학을탐구한주네는독보적인작품세계로문학사에서새로운서정을일깨운작가다.문학계에폭발과도같이등장한그는사회의율법이지배하는세계에서는괴물같은이단아로취급받았지만,고독한감방에서펜을든그는어떤신성함을갈망하는‘세계의저편’을드러내는새로운왕국의수호자다.‘독방감금’‘유배형’‘강제노동’‘사형’‘극형’등이적힌감옥복도에서,간절한작별인사또는억눌린진실이적힌감방벽의낙서들에서,주네는저속한것과순수한것을뒤섞어낸자신만의문법으로고독과자유의펜을들어탈주하는몽상의서사시를써냈다.“나의내밀한삶의한조각”이라고말한이책『꽃피는노트르담』은초판발표당시의무삭제판을완역한것으로,주네와그의작품세계에대한풍성하고급진적인재발견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