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이면 -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2 (개정판)

생의 이면 -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2 (개정판)

$18.50
Description
“이 책은 나의 숨결과 혼이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

명실상부 우리 시대의 고전 『생의 이면』
온전하고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는 개정판

저자

이승우

저자:이승우
1959년전남장흥에서태어났다.1981년『한국문학』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소설집『일식에대하여』『미궁에대한추측』『사람들은자기집에무엇이있는지도모른다』『오래된일기』『신중한사람』『모르는사람들』『사랑이한일』『목소리들』,장편소설『에리직톤의초상』『생의이면』『그곳이어디든』『식물들의사생활』『지상의노래』『사랑의생애』『캉탕』『이국에서』,산문집『당신은이미소설을쓰기시작했다』『소설을살다』『소설가의귓속말』등이있다.이상문학상,오영수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동서문학상,대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그를이해하기위하여_007
연보를완성하기위하여1_089
지상의양식_124
낯익은결말_213
연보를완성하기위하여2_345

해설|김화영(문학평론가)
‘나’를찾아가다가신화를만나다_353

초판작가의말_385
개정판작가의말_388

출판사 서평

“길이아닌곳에길을내며걸어가는자는얼마나숨이가쁘겠는가.”

표면에서이면으로,마침내전면(全面)으로가닿는하나의生/소설

이승우의소설은다중성,아니그것도그냥다중성이아니라뫼비우스의띠처럼앞뒤가이어지는가운데서로를비추며생동하는겹겹의거울같은다중성의세계다.그래서독자는종종그미로에서길을잃기쉽다.미로라는표현은너무간결하다.책말미의‘작가의말’에서반복되는표현을빌려,어쩌면‘수렁’이라고해야마땅할지도모른다.이소설을읽는독자는점차어떤수렁속에빠져들고있다는느낌을받는다.서사의다중성때문이다.(…)어둠이뿜어내는빛,아마도작가이승우가들어선‘이면’의길은이‘빛보다더아름다운’어둠의빛일것이다._김화영(문학평론가)

그렇게이책을타고건너편으로겨우건너올수있었습니다.쓰기를계속할힘을얻었습니다.나를건지기위해구사한이책의‘기교’에공감하는이들이꽤있다는사실이그래서처음에는좀얼떨떨했습니다.그러나곧누구에게나나름의수렁이있다는것을알게되고,어떤이들이나의이어설픈기교를,내가그런것처럼자신의고유한수렁을건너가는방편으로삼기도한다는사실을느리게받아들이면서나는조금덜외롭게되었습니다.한책의독자가된다는것은동지가되는것과같습니다.‘혼돈과공허와흑암’속으로손을맞잡고,조심스럽게,최선을다한세심함으로걸어들어가는것과같습니다.손을잡아준이들에게애틋함을느낍니다._‘개정판작가의말’에서

작가의말

그리고이제,태어난지삼십년된이책을다시읽으며문장을손봤습니다.지나간시간이만만치않은만큼손댈곳이꽤있었습니다.그럼에도내용은바꾸지않았습니다.완전해서가아니라운명과같아서,시간과상관없이바꿀수없는내용이있다는걸느낍니다.이책이내게는그렇습니다.(…)이책과함께다시,그때그랬던것처럼,새로운,두려운시간속으로더걸어가려고합니다.어떤영혼의작용같은것을기대하는마음이여기있습니다.이책이누군가의외로움을향해조심스럽게내미는손이되었으면좋겠습니다.

2024년여름
이승우

책속에서

소설가는소설을쓰기전에이미한편의소설을가지고있었다고시작하면어떨까.
---p.12

“그러면이제안녕,내치욕의시간들아.다시는너에게돌아가지않으리.”
---p.88

문제가되는것은사랑의정도,또는있고없음이아니라그방향이다.
---p.103

모든과거는기억된과거일뿐이며,모든기억은검열된,또는취사선택된기억일뿐이다.시간은독하고,나의자아는너무많은층으로둘러싸인거대한-작은우주다.층마다진실이있고,그진실은그층에서만진실이다.
---p.128

우리는운명을보여줄수없다.그러나운명적인것은얼마든지보여줄수있다.운명은여기있거나저기있는것이아니라,운명이라고발음하는그자리에있다.
---p.174

하지만작품과작가의삶이겹치는부분을만날때독자들은당연히호기심을느낀다.물론작가는자신의삶을사실그대로베끼지는않는다.그러려고하지않을뿐아니라그럴수도없다.(…)사실그대로쓴다고?누가그럴수있을까?기억되거나말해진사실은결국발췌된사실일뿐이다.선택과배제를통해‘사실’이구성된다.거기에굴절과왜곡이끼어든다.그것이작품이다.
---pp.218~219

삶,즉사실이없으면소설도없다.따라서소설속에서우리가발견해야하는것은,파편들속에감추어둔작가의내밀한음성이지파편들을꿰맞춘사실들의복원이아니다.그러나독자는책밖에있고,작가가쓴글들은책속에갇혀있다.독자는작가를만나기위해책속으로들어가야한다.독자는한작가가써놓은소설들을읽음으로써,그각각의소설들에드러나있거나감춰져있는파편들을찾아내어자기의경험과상상력에의존하여조합함으로써나름대로한작가를만든다.그런뜻에서소설이없으면삶,즉사실도없다.
---pp.220~221

사랑이아니라면무엇이사사로움에의미를부여하겠는가.사랑이아니라면무엇이상상할수도없는뜻밖의감격을우리에게선물할수있겠는가.
---p.248

사랑에도기술이필요하다.살아가는데필요한기술들을배우고익혀야한다면,사랑이야말로그래야할것이다.왜냐하면사랑보다더소중하고가치있는것은없기때문이다.사랑을배우지않을때,종종사랑은흉기가되어사람을상하게한다.
---p.303

그의글쓰기는,그러니까기도와같은것이었다.
---p.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