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이중 하나는 거짓말

$16.00
Description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애틋한 접촉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서로 밀착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

젊은 거장 김애란,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한국문학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온 김애란의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몇 년 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가가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바로 그 작품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공개되는 것이다. 2002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작가생활 23년 차에 접어드는 김애란은 신중한 걸음으로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며 지금까지 소설집 네 권과 장편소설 한 권을 선보였지만, 다섯 권 모두 여전히 널리 읽히며 책 제목만으로도 우리 각자에게 고유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드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활달한 유머와 상상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달려라, 아비』(창비, 2005)부터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을 골똘히 응시하며 ‘안과 밖’의 시차를 포착한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2017)까지, 한자리에 멈춰 서지 않은 채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며 어렵게 얻어낸 이해의 결과물이 책 한 권 한 권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코 길지 않은 이 소설이 무엇보다 광활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서 깊이 고심한 끝에 완성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의 구조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지를 마지막에 이르러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넣을 때 붓 끝”에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196쪽)을 묻혀야 하는 것처럼, ‘소량이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처럼, 김애란은 누군가의 영혼을, 그러니까 결코 진부하게 요약될 수 없는 인물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삶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을 통해 그려 보인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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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애란

저자: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극작과를졸업했다.소설집『달려라,아비』『침이고인다』『비행운』『바깥은여름』,장편소설『두근두근내인생』,산문집『잊기좋은이름』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신동엽창작상,김유정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한무숙문학상,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오영수문학상,최인호청년문화상등을수상했고,『달려라,아비』프랑스어판이프랑스비평가와기자들이선정하는‘리나페르쉬상(Prixdel’inapercu)’을받았다.

목차

이중하나는거짓말007

작가의말237

출판사 서평

이소설을쓰며여러번헤맸고많이배웠습니다.그과정에서잃은것도얻은것도있지만,작가로서이인물들이남은삶을모두잘헤쳐나가길바라는마음만은변함이없습니다.삶은비정하고예측못할일투성이이나그럼에도우리에게이야기가있다는사실에감사한시간이었습니다.(…)삶은가차없고우리에게계속상처를입힐테지만그럼에도우리모두마지막에좋은이야기를남기고,의미있는이야기속에머물다떠날수있었으면좋겠습니다.저도노력하겠습니다.
_‘작가의말’에서

책속에서

지우는어려서부터지우개를좋아했다.작고말랑한데다한손에쏙들어오고값도비싸지않아서였다.훌쩍키가자란뒤에도지우는종종우울에빠져들때면손에미술용떡지우개를쥐고굴렸다.그러면어디선가옅은수평선이나타나가슴을지그시눌러주는느낌이들었다.앞으로대단히훌륭한사람은될수없어도그럭저럭무난하고무탈한삶을살아낼수있을것같은기분이일었다.(8쪽)

소리는뭔가발설하고픈욕구를느꼈다.어쩌면혼자너무오랫동안무거운비밀을지켜온탓인지몰랐다.소리는말하고싶었다.누가들어도명백한거짓같아서모두웃어넘길수있는진짜이야기를.(18쪽)

순간지우가풋하고싱거운웃음을터뜨렸다.그날본표정중가장밝은얼굴이었다.지우와헤어진뒤에도소리는종종그미소를떠올렸다.그렇다고막엄청난사랑에빠졌거나한건아니었다.소리는그저그미소를한번더보고싶었다.그리고그렇게시작된바람이어떻게끝나는지,혹은어떤시작과다시이어지는지알고싶었다.(67쪽)

지우는제속에아직해소되지않은이야기가있음을알았다.강렬한경험이지만여전히해석이잘안되는몇몇기억때문이었다.지우는그걸이야기로한번풀어보고싶었다.한마디로요약되지않고,직접말했을때보다그림으로그렸을때훼손되는부분이적은어떤마음을.(81쪽)

소리는가끔엄마가어떻게그렇게자기꿈과깨끗이작별할수있었는지궁금했다.엄마는‘그저다음단계로간것뿐’이라며,‘작별한건맞지만깨끗이헤어진건아니’라고했다.‘대부분의어른이그렇게사는데그건꼭나쁜일도좋은일도아니’라면서.(128~129쪽)

지우는만화속‘칸’이때로자신을보호해주는네모난울타리처럼여겨졌다.둥글고무분별한포옹이아닌절제된직각의수용.(117~118쪽)

종이위에연필이마찰하는순간떨림을느끼며소리는새삼‘그래,나는이느낌을좋아했지’생각했다.‘누군가와악수하지않고도접촉하는듯한감각을.’(146쪽)

채운이생각하기에논리로설명가능한일은대부분‘그래서’와‘그런뒤’다음에일어났다.반면흥미를끄는쪽은‘그런데’나‘한편’이었다.하지만세상에는접속사없이도누군가의마음을건드리는이야기가있었다.(158쪽)

눈앞에출구가보이지않을때온힘을다해다른선택지를찾는건도망이아니라기도니까.(181쪽)

먼데서온그빛은사방의묘석뿐아니라소리의머리통도따뜻이데웠다.아직자라는중인,여전히자랄것이남은한여자아이의정수리를.그빛은마치옛화가들이누군가의눈동자에빛을새겨넣을때붓끝에묻힌아주적은양의흰물감같았다.소량이지만누군가의영혼을표현하는데꼭필요한.(194~195쪽)

지우는‘때로가장좋은구원은상대가모르게상대를구하는것’임을천천히배워나갔다.(…)극적인탈출이아닌아주잘고꾸준하게일어난구원.상대가나를살린줄도모른채살아낸날들.(202쪽)

여러눈송이가차창에붙어섬세하고기하학적인무늬를드러내고는이내녹아없어졌다.그걸보자지우는사방에서내리는눈송이가왠지엄마의목소리처럼느껴졌다.어떤거짓은용서해주고어떤진실은조용히승인해주는작은기척처럼.(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