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 문학동네포에지 91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 문학동네포에지 91

$12.00
저자

정영선

저자:정영선
1995년『현대시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장미라는이름의돌멩이를가지고있다』『콩에서콩나물까지의거리』『나의해바라기가가고싶은곳』『누군가의꿈속으로호출될때누구는내꿈을꿀까』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둥글어지는사랑속에서
장미라는이름의돌멩이를가지고있다/가랑잎사랑/무창포에서/잠자는사과나무를읽다/바다의슬픔을본다/절름발이누각/말들이마음에길을낸다/반구대암각화앞에서1/반구대암각화앞에서2/동충하초(冬蟲夏草)/흉터속에는첫두근거림이있다/땅끝에서있는나무/둥글어지는사랑속에서/거진의바다를서울에서만나다/단명(短命),짧고가는/동거/미궁

2부달아래의삶
이동/달아래의삶/사마귀/실업뻐꾸기/비단뱀/가랑잎나비/황태덕장에서/대주둥치/건기/단단함과부드러움을동시에만나/존재의집은단단하다/아기누에게/불을대면모두불로답하는것은/갯벌/풍란/북/매너티

3부멀리서보면보인다
편지/연/사진이우긴다/삼우당(三友堂)/서울사막/순환열차에서/하나더유리컵을깨뜨려/멀리서보면보인다/목/적막/어떤무늬를남겼을까/동회에서/등걸/곧은경계선을아무나만들수는없다/산천어/만년설/만년쯤서있는바위

4부창문은은행을품고거리를열고있다
그숲에서나를잃었다/모래섬/꿈으로띄우는/소나기를기다리며/꿈의모서리가뭉툭해지는날은올까/화살/창문은은행을품고거리를열고있다/금빛집/맥가이버칼/외포리에서/행복물고기봄/저녁산책/귀부(龜趺)/푸르른자궁이라고/두륜산에서/산벚꽃사랑

출판사 서평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책속에서

서울로온첫해나는거북이었습니다덕수궁담장길을책가방대신딱딱한등껍질을메고느릿느릿걸었습니다하찮은구경거리에도목을쭉빼었고가랑잎이툭나를건드려도목고개를집어넣었습니다가끔광화문네거리에서,학교운동장에서눈에선인장가시를세운다른거북을만났습니다놈은어느날닭벼슬같은내촌놈을향해무조건부딪는것이었습니다나는‘살’과‘쌀’을뒤섞은새빨간사투리로치받았습니다나는땅을버팅겼습니다뒤집히면스스로는뒤집을수없는붉은해의사막거북이었습니다뒤집힌내뱃가죽에좀체사막에는피지않는붉은꽃들이낭자했습니다서울은오랫동안치욕이썩지않는사막이었습니다그후로뒤집혀져식은땀을흘리는사막거북의꿈을번번이꾸었습니다
─정영선,「서울사막」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