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4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4

$15.50
Description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이반 부닌
그의 창작 여정을 아우른 대표 중단편선
러시아 사회와 인간 문명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탁월한 중단편을 선보여 ‘러시아문학의 마지막 클래식’이란 찬사를 받은 이반 부닌(1870~1953)은 1933년 러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문학동네는 2017년 부닌의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자전적 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인생』을 출간한 데 이어, 부닌의 작품성이 뛰어난 중단편 일곱 편을 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를 내놓는다.
부닌의 창작세계는 볼셰비키혁명에 반대해 프랑스로 망명한 1920년을 기점으로 망명 이전과 이후로 대개 나뉘는데, 이 두 시기를 대표하는 중단편을 엄선한 것이다. 19세기 사실주의를 계승해 사회 비판적 요소가 강한 1910년대 작품으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창의 꿈」 「수호돌」이 실렸다. 망명 이후 사랑, 죽음, 기억 등 러시아문학의 ‘영원한 주제들’에 천착한 시기의 작품으로는 사랑을 전면적으로 다룬 「가벼운 숨결」 「일사병」 「옐라긴 소위 사건」 「미탸의 사랑」이 실렸다. 오랫동안 이반 부닌을 연구해온 역자 최진희의 충실한 번역과 해설을 통해 부닌의 감각적인 문학세계를 오롯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수상내역
★ 1933년 노벨문학상 ★ 1903·1909년 푸시킨상

저자

이반부닌

저자:이반부닌
1870년러시아보로네시에서태어났다.1886년김나지움을그만두고시와산문을꾸준히쓰다가1887년페테르부르크주간지〈조국〉에시와단편소설을발표하며문단에데뷔했다.
신문사에근무하면서1891년첫시집『1887~1891년시』를출간한후페테르부르크와모스크바에서톨스토이,체호프,발몬트와교류했고1895년부터는고리키,안드레예프와함께문학서클‘수요일’의일원으로활동하며번역과시창작에몰두했다.롱펠로의『하이어워사의노래』번역과시집『창공아래』『낙엽』으로주목받아,1903년과1909년두번에걸쳐푸시킨상을수상하고러시아학술원회원으로선정되었다.이후「마을」「수호돌」「샌프란시스코에서온신사」등의중단편을발표하며활동을이어가다볼셰비키혁명에반대해1920년프랑스로망명했다.혁명과정을목격하고기록한회고록『저주받은나날들』,유일한장편소설『아르세니예프의인생』등을선보였고,1933년러시아작가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말년에는에세이『톨스토이의해방』,연작소설집『어두운가로숫길』등을발표하고회고록『체호프에대하여』를미완으로남긴채1953년파리에서숨을거두었다.
부닌의대표중단편일곱편이담긴이책은,인간의욕망과문명에대한비판적시선이담긴초기작품부터사랑과죽음이라는테마가전면적으로등장하는망명이후의작품까지를아우르며‘투르게네프이후가장뛰어난스타일리스트’로평가받는부닌특유의감성과매력을느끼게해줄것이다.

역자:최진희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경북대학교노어노문학과조교수로재직중이다.옮긴책으로『감찰관』『유년시절·소년시절·청년시절』『첫사랑』이있고,지은책으로『은세기러시아예술문화의대화성』『예술이꿈꾼러시아혁명』(공저)『러시아인문가이드』(공저)가있다.

목차

샌프란시스코에서온신사_7
창의꿈_39
수호돌_63
가벼운숨결_153
일사병_165
옐라긴소위사건_179
미탸의사랑_239

해설|어두운영혼의내면을파고든부닌이그린인간,사랑,삶_327
이반부닌연보_345

출판사 서평

러시아문학의전통을계승한뛰어난스타일리스트,이반부닌

푸시킨,레르몬토프,투르게네프,톨스토이,체호프로이어지는러시아문학의찬란한유산을이어받아발전시킨작가이반부닌.체호프가19세기러시아문학의황금시대를화려하게장식하며마무리지은작가라면,부닌은그유산을바탕으로20세기전반에걸쳐다양한성과를꽃피운작가라할만하다.부닌은여러유명시인을배출했으나몰락한귀족가문의자손으로출생해김나지움을중퇴하고기자,편집자로일했다.이처럼일찍이직업전선에뛰어들면서도시창작과번역에두각을나타내1903년,1909년두번에걸쳐푸시킨상을수상하며우수한문학성을인정받았다.이후시인다운생생한묘사력에치열한문제의식까지갖추며물오른기량으로중단편소설을선보이던부닌은,1917년볼셰비키혁명이일어나자이에반대해1920년프랑스로망명했다.그리고작품활동을이어가망명한처지임에도1933년러시아작가로는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하는위업을달성했다.1953년타계하기까지고국에돌아가지못했지만부닌은자신의본령을잊지않고옛기억을되살려러시아의풍광,문화와전통을담아낸『아르세니예프의인생』을위시해러시아문학의계보를잇는작품들을써냈다.아름다운자연과인물내면에대한감각적이고정교한묘사,시적서정성이워낙발군이어서‘투르게네프이후가장뛰어난스타일리스트’라는호평을받기도했다.

한편부닌은인간문명자체에대한깊은관심으로유럽과아프리카,아시아각지를여행했을뿐만아니라불교,이슬람교,도교,유대교같은다양한종교및사상을접했고특히불교에경도되어철학적사색에빠져들었다.그럼으로써인간의본질,삶과죽음에관한의문을풀고자했던그의풍부한경험과폭넓은관심사가「샌프란시스코에서온신사」「창의꿈」등에두루반영되어있다.활동초기에는모더니즘작가들과협력하다견해차이로결별하고사실주의그룹에가담하기도했지만,이후부닌은평생어떤문학유파에도공식적으로참여하지않고독자적인창작세계를펼쳐나갔다.생전에국제적인명성을떨쳤으나망명작가라는이유로정작러시아에서는한동안부닌의작품출판이금지되었고이름을언급하는것마저금기시되었다.그러다가개혁·개방이후부닌에대한연구가활발해져작품이다수출간되면서,오늘날까지러시아의대표적인작가로서그인지도를점차높여가고있다.

애수를띤감각적인언어로그려낸아름답고덧없는삶과사랑

인물을둘러싼세계의미묘한움직임,빛깔과소리와냄새를예리하게포착해독자로하여금오감으로느끼며읽는즐거움을맛보게해주는부닌.그의문체는자연풍경과인물심리를다소긴호흡의감각적인언어로묘사해시적이고우수어린분위기를자아내는것이특징이다.가령,러시아농촌의풍경이선명히펼쳐지며시시각각변화하는자연의모습이담긴「수호돌」「미탸의사랑」에서그런특징이두드러진다.시간과공간의연속성과인과관계에따라사건이전개되는전통적인소설과는달리,암시와상징을통한내적인과성이중요한역할을하는‘시인의소설’을선보였다는점도특기할만하다.특히「옐라긴소위사건」같은작품을읽다보면그가하나씩던져놓은퍼즐을맞춰가며이야기의전모를차츰차츰파악해나가는듯한기분이들기도한다.이런점에서부닌은불가해한인간의내면과삶을반영한,인과성과개연성이미약한파편적인구성으로실험적이고모더니즘적인소설을시도했다고도할수있다.

망명이전에는자연과죽음앞에선인간의무력감,공허한욕망등을다루며현대문명에대한성찰과비판적시선이담긴작품을선보이던부닌은망명이후로는사랑을핵심적인테마로삼았다.19세기러시아문학에서육욕을배제한정신적인사랑을주로다루고여성을모성애혹은희생의측면에서묘사한것과는달리,부닌은섹슈얼리티와사랑을과감히다뤘다는점에서획기적이었다.치명적매력의소녀를둘러싼비극을그린「가벼운숨결」,우연히만난여인을향한욕정과사랑을그린「일사병」이그대표적인작품으로,짧은이야기임에도사랑의신비,사랑이초래하는환희와고통을호소력있게표현해긴여운을남긴다.

[수록작세부소개]

「샌프란시스코에서온신사」(1915)_부와권력의무상함
이름이끝내밝혀지지않는샌프란시스코의신사가아내와딸과함께이년일정으로세계일주크루즈여행을계획하고초호화여객선‘아틀란티스호’에탑승해유럽으로떠난다.일에매달려엄청난부를이룩한신사는스스로그간의삶을보상받을만하다고생각하지만여행은그리순탄히흘러가지않는다.과연신사와그의가족은이여행을만족스럽게마칠수있을까?화려하고흥청망청한분위기속에서도왠지불길한기운이감도는이소설은여유로이즐기는부유한여행객과힘들게분투하며일하는여객선노동자,인간이쌓아올린문명과자연의거스를수없는힘을대비시키며인간의오만함과어리석음을고발한다.겉으로는화려할지언정안으로는공허한삶에비판적시선을던지며인간의숙명적비극을보여주기에부닌의작품들중가장톨스토이적이라평가되며「이반일리치의죽음」과비견되기도한다.

「창의꿈」(1916)_동물의시선에서본인간과세상
항구도시오데사의바닷가에있는열악한숙소에서사는나이든개‘창’.숙취로정신이혼미한그는과거에선장이었던주인곁에서눈을뜬다.창과주인은중국에서처음만나육년이란세월을함께했다.꿈과현실을오가며창은활기넘치던젊은선장과배를타고세계를누비던행복한시절을회상한다.이제모든걸잃어버린선장은창과술집을전전하며시간을보낼뿐이다.인간의욕망과집착의허망함을꼬집으며행복의의미를성찰하는이작품은‘사랑하는자에게남겨진기억이죽음을넘어선다’는메시지를전해주며끝을맺는다.

「수호돌」(1912)_러시아농촌의어두운영혼들
‘수호돌Суходол’은작품속지명이자러시아어로‘마른골짜기’를뜻하는합성어다.수호돌의주인인흐루쇼프가의후손이자지금은수호돌을전설로만전해들은화자는하녀나탈리야를통해농민과지주의삶이하나였던수호돌의과거이야기를접한다.이제는몰락한흐루쇼프가사람들때문에부모를잃고,흠모하던주인의거울을훔친죄로추방을당하고도수호돌로돌아가고싶어하는나탈리야의인생역정을중심으로다양한인물의희비극이펼쳐진다.부닌은자전적요소를담아낸이소설에서온갖전설과미신,무지함,잔인함이공존하는수호돌이곧러시아이고,그곳사람들은농노이든지주이든비이성적이고충동적인존재라는것을보여준다.러시아농촌의암울한현실을그린중편「마을」(1910)로호평받으며소설가로서의입지를다진부닌이뒤이어선보인「수호돌」은러시아인의‘어두운영혼’에관한2부작의두번째작품으로,알렉산드라스트렐랴나야감독이각색한동명의영화가2012년공개되기도했다.

「가벼운숨결」(1916)_삶과사랑의의미와아름다움
세간의이목을집중시키는아름답고방종한열다섯살소녀올랴메세르스카야.그녀에게실연당한남학생이자살을기도했을정도로치명적매력을지닌올랴는아버지친구말류틴과첫성경험을한후젊은장교와사귀지만,그녀의이별통보에분노한장교에의해기차역에서살해되고만다.이렇게허무하게삶을마친올랴의무덤을휴일마다찾아오는그녀의담임선생은올랴가생전에말한‘가벼운숨결’이야기를떠올리는데……분량은짧지만충격적인사건이연이어져강렬하고묘한여운을남기는이단편에는,사랑과성,죽음과삶의의미등이후부닌작품들에등장하는거의모든테마가집약적으로담겨있다.

「일사병」(1925)_휴양지의하룻밤로맨스
한남자가볼가강투어를하던선상에서매혹적인여인을만난다.배에서내린남녀는호텔에찾아가하룻밤의로맨스를즐긴다.이튿날홀로남겨진남자는시장과거리를배회하며‘일사병’같은만남이가져온충격으로,이름모를여인에대한사랑으로고뇌한다.그러면서자신의삶에서무엇을잃어버렸는지절감한다.휴양지에서의짧은로맨스이후진정한사랑에눈뜨며겪는긴혼란과번뇌를그렸다는점에서체호프의「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1899)과비견되는작품.

「옐라긴소위사건」(1925)_치명적사랑이불러온살인과자기파멸
스물두살의옐라긴소위가연인인폴란드여배우소스놉스카야를살해한사건을중심으로한법정극으로,사건을다양한시점에서반복기술함으로써의문을점점증폭시키며긴장감을유발하는소설이다.옐라긴은소스놉스카야의강력한의지로인해살인을행했다고주장하지만변호사와검사,증인등여러인물이서로반대되는주장을내세우고,이사건이어떤동기와심리상태에서일어났는지는결국수수께끼로남는다.1890년바르샤바에서실제로일어나한동안세상을떠들썩하게했던여배우살인사건에영감받아집필한소설로,아름다운죽음을추구한팜파탈소스놉스카야,미성숙하고충동적인성정으로자기파멸에이른옐라긴에게서세기말적퇴폐주의와염세주의가짙게배어난다.

「미탸의사랑」(1922)_첫사랑의고통과비극
모스크바의젊은학생미탸는배우지망생카탸와사귀면서사랑으로인한질투에휩싸여고통스러운나날을보낸다.심신이지친자신에게휴식을주고카탸와의관계도재고해볼겸미탸는시골고향집에가서지내지만거기서도카탸를줄곧생각하고카탸의편지를기다리며애를태운다.자신의인식속에서둘로분열된카탸,즉이상적이고순수한카탸와속물적인현실의카탸사이에서갈등과혼란을겪던미탸는과연어떤운명을맞이할것인가?번뇌하는미탸의심리변화를섬세히따라간「미탸의사랑」은훗날‘사랑의백과사전’이라불리는연작소설『어두운가로숫길』(1946)을예고하는작품이기도하다.극심한아픔과비극을초래하는사랑이한편으로는세상을아름답고의미있게만들어준다는아이러니를보여주는이소설은부닌특유의서정적이고생생한필치로미탸의희로애락에마음깊이공명하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