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스페셜 에디션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 사슴 & 필사노트 | 전 3권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스페셜 에디션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 사슴 & 필사노트 | 전 3권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47.98
Description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빛나는 성취를 특별한 장정으로 만난다

최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자전적 소설 『흰』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
2024년 10월,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호명된 한강.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 수상이며 역대 열여덟번째 여성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점 또한 새로운 의미가 되었다. 한강 작가의 빛나는 성취를 기쁘게 축하하며 그의 30년 작품세계의 주요 마디가 되는 세 권의 소설을 특별한 장정으로 펴낸다.
흰 무명천에 수놓인 작품 제목을 형상화한 ‘한강 스페셜 에디션’의 디자인은, 연결되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리는 실의 속성이 작가가 써내려가는 문장과 그 문장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세계와 닮은 데서 착안했다. 실을 잣는 것과 문장을 짓는 것은 얼핏 선형적 작업으로 보이나 그것이 삶과 죽음, 인간의 실존에 대한 내밀한 탐구에서부터 이 세계에 벌어지는 무수한 일들의 의미를 묻는 작업까지 아우를 수 있음을 담고 싶었다. 필연적으로 시간성을 띤 우리 삶 역시 그러하다고 덧붙이고도 싶었다.
소설 3종에 한정판 필사 노트를 더하였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 사슴』의 문장을 따라 쓰며 작품을 찬찬히 음미하는 시간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더없이 특별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한강 스페셜 에디션’의 첫번째 자리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놓는다.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린 최신작 장편소설로, 2023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 연이어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넘어 기억과 애도에 관한, 무엇보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보편적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메디치상 수상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이 책은 인간성의 아래로 내려가서 그 아래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라며 “그렇게 애도를 끝내지 않는,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모든 작가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을 마음에 들어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은 『작별하지 않는다』입니다. 이 책으로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밝히며 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한 바 있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_‘작가의 말’에서

소설 『흰』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입김, 서리, 흰 뼈로 이어지는 목록들.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는,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아기. 그 아기가 죽은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나’는 ‘달떡처럼 희고 어여뻤다는’ 언니의 죽음, 유태인 게토에서 벌어진 여섯 살 아이의 죽음과 공명한다. 흰 것들의 이미지는 숭고와 두려움을 동시에 뿜으며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고요히 빛을 발한다.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이라는 평과 함께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한강 작가는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흰』은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매우 개인적인 책으로 추천합니다”라고 밝혔다.

“어쩌면 아직도 나는 이 책과 연결되어 있다. 흔들리거나, 금이 가거나, 부서지려는 순간에 당신을,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흰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신을 믿어본 적이 없으므로, 다만 이런 순간들이 간절한 기도가 된다.”
_‘작가의 말’에서

『검은 사슴』(1995)은 한강 작가가 1993년 등단 후 꼬박 3년간 집필에 몰두해 완성한 첫 장편소설로, 치밀하고 빈틈없는 서사와 깊은 울림을 주는 시적인 문장들로 출간 당시 “한 젊은 마이스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찬사를 받았다. 어느 날 한낮의 도심에서 발가벗은 채 도로를 달려나가던 한 여자가 사라지고, 그녀를 알고 있는 두 남녀가 몇 가지 단서만 손에 쥔 채 그녀를 찾아나선다. 『검은 사슴』은 그 여정에서 각자가 대면하게 된 저마다의 깊은 심연을 음울히 비춘다. 다시 세상 밖으로 돌아나오지 못하더라도 심연 속으로 발을 내딛는 인물들의 여정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어둠이 아닌 빛을 따라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말과 침묵, 어둠과 빛, 꿈과 생시, 죽음과 삶, 기억과 현실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사이에만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안팎으로 둘러싸며 가득차 있다. 내 말들이 그 공간을 진실하게 통과해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캄캄한 흙속을 비집고 내려간 흰 뿌리처럼, 어둠과 빛의 한 몸뚱이를 잎사귀까지 길어올릴 수 있기를 빌었다.”
_1995년 초판 ‘작가의 말’에서

■한강 스페셜 에디션 디자이너 코멘트■

한강 작가님의 책을 하나의 시리즈로 엮어낸다고 상상했을 때, 실로 이어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이어주고 연결하는 매개가 됩니다. 영롱하게 빛나던 자수 실이 한 땀 한 땀 엮여 글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이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랍니다. _디자이너 김이정
저자

한강

1970년겨울에태어났다.1993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서울의겨울」외4편을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소년이온다』『흰』『작별하지않는다』,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노랑무늬영원』,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등이있다.오늘의젊은예술가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만해문학상,황순원문학상,인터내셔널부커상,말라파르테문학상,김유정문학상,산클레멘테문학상,김만중문학상,대산문학상,메디치외국문학상,에밀기메아시아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노르웨이‘미래도서관’프로젝트참여작가로선정되었다.2024년한국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별하지않는다』
1부새
1결정結晶
2실
3폭설
4새
5남은빛
6나무

2부밤
1작별하지않는다
2그림자들
3바람
4정적
5낙하
6바다아래

3부불꽃

작가의말


『흰』
1장나
2장그녀
3장모든흰

해설|우리가인간이라는사실과싸우는일은어떻게가능한가?_권희철(문학평론가)
작가의말


『검은사슴』
꿈
나신의여자
늙은개
흉터
그의누이
폐광의겨울
검은사슴
그믐밤국도
흰복사뼈
어둠의땅
천국의대합실
연지는골짜기
침묵의빛
약초꽃피는때
그녀는돌아오지않는다
에필로그·어둠강저편

해설|끈질기게따라가서마침내_백지은(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작별하지않는다
장편소설

메디치외국문학상
에밀기메아시아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수상

*
“저는모든작가가가장최근에쓴책을마음에들어한다고생각해요.제가가장최근에쓴책은『작별하지않는다』입니다.이책으로시작하시면좋을것같아요.”
_노벨위원회인터뷰에서

“작가의작품세계의정점에이른가장강렬한작품.”
_르몽드


무엇을생각하면견딜수있나.
가슴에활활일어나는불이없다면.
기어이돌아가껴안을네가없다면.

이곳에살았던이들로부터,이곳에살아있는이들로부터
꿈처럼스며오는지극한사랑의기억

2016년『채식주의자』로인터내셔널부커상을수상하고2018년『흰』으로같은상최종후보에오른한강작가의5년만의신작장편소설.2019년겨울부터이듬해봄까지계간『문학동네』에전반부를연재하면서부터큰관심을모았고,그뒤일년여에걸쳐후반부를집필하고또전체를공들여다듬는지난한과정을거쳐완성되었다.본래「눈한송이가녹는동안」(2015년황순원문학상수상작),「작별」(2018년김유정문학상수상작)을잇는‘눈’3부작의마지막작품으로구상되었으나그자체완결된작품의형태로엮이게된바,한강작가의문학적궤적에서『작별하지않는다』가지니는각별한의미를짚어볼수있다.이로써『소년이온다』(2014),『흰』(2016),‘눈’연작(2015,2017)등근작들을통해어둠속에서도한줄기빛을향해나아가는인간의고투와존엄을그려온한강문학이다다른눈부신현재를또렷한모습으로확인할수있게되었다.오래지않은비극적역사의기억으로부터길어올린,그럼에도인간을끝내인간이게하는간절하고지극한사랑의이야기가눈이시리도록선연한이미지와유려하고시적인문장에실려압도적인아름다움으로다가온다.

이상하지,눈은.
어떻게하늘에서저런게내려오지.

『작별하지않는다』는소설가인주인공경하가꾸었던꿈의장면으로시작한다.눈내리는벌판,수천그루의검은통나무가마치묘비처럼등성이까지심겨있다.묘지가여기있었나,생각하는사이어느순간발아래로물이차오르고,그는무덤들이모두바다에쓸려가기전에뼈들을옮겨야한다고생각하며,하지만어쩌지못하는채로꿈에서깬다.경하는그것이그무렵에꾸었던다른악몽들과마찬가지로지난책에서다룬학살에대한꿈이리라고생각하고,한때사진과다큐멘터리영화작업을하다어머니를돌보기위해제주로내려가목공일을하는친구인선과함께그꿈과연관된작업을영상으로만들계획을세운다.그러나그뒤로몇해동안힘든시기를겪고겨우삶을회복하는사이계획은진척되지못했고,경하는자신이그꿈을잘못이해했다고마음을바꾼다.
그러던겨울어느날,경하는병원에있는인선으로부터급한연락을받는다.인선이통나무작업을하던중사고로두손가락이잘려봉합수술을받은것.곧장병원을찾은경하에게인선은갑작스레그날안에제주집에가혼자남은새를구해달라고부탁하고,그는인선의간절한부탁을차마거절하지못하고그길로서둘러제주로향한다.그러나제주는때마침온통폭설과강풍에휩싸여한치앞을분간할수없다.엎친데덮친격으로발작적으로찾아오는고질적인두통에시달리며,경하는가까스로마지막버스를타고인선의마을로향한다.그러나정류장에서도한참떨어진곳에있는인선의집까지눈길을헤치고산을오르던길에서폭설과어둠에갇혀길을잃는다.

눈은거의언제나비현실적으로느껴진다.그속력때문일까,아름다움때문일까?영원처럼느린속력으로눈송이들이허공에서떨어질때,중요한일과중요하지않은일이갑자기뚜렷하게구별된다.어떤사실들은무섭도록분명해진다.(44~45쪽)

심장이다시뛸거지.
그렇지,이물을마실거지.

천신만고끝에도착한인선의집에서,경하는칠십년전제주에서벌어진민간인학살과얽힌인선의가족사를마주하게된다.온가족을잃고슬퍼할겨를도없이십오년을감옥에서보내야했던아버지와,부모와동생을한날한시에잃고오빠마저생사를알수없게된채로언니와둘이남겨진어머니의이야기를.그리고그와함께,학살이후의시간을살아내며오빠의행적을찾는일에수십년을바쳐끝까지포기하기를택하지않았던인선의어머니정심의고요한싸움이,폭설로고립된외딴집의어둠속에서희미한촛불아래떠오른다.빛과어둠사이를가르며영원처럼느리게하강하는수천수만의무심한눈송이들속에서,이곳에있지않은사람을간절히생각하는마음이그렇게정심에게서인선에게로,인선에게서경하에게로스며든다.

이렇게눈이내리면생각나.내가직접본것도아닌데,그학교운동장을저녁까지헤매다녔다는여자애가.열일곱살먹은언니가어른인줄알고그소맷자락에,눈을뜨지도감지도못하고그팔에매달려걸었다는열세살아이가.(87쪽)

하지만모든게끝난건아니야.
정말헤어진건아니야,아직은.

작가는이소설이“지극한사랑에대한소설이기를빈다”(‘작가의말’)고했다.그사랑은우선마지막까지사람과삶에대한믿음을놓지않았던인선의어머니정심의마음에있을것이다.그것이어디가바닥인지알수없는막막한어둠속에서도빛을잃지않게했을것이다.하지만그것이그저환하고따뜻하기만한것은아니라는사실또한우리는알게된다.그사랑이지극하고간절한만큼그것은무엇보다무서운고통이기도하다는사실을말이다.

뻐근한사랑이살갗을타고스며들었던걸기억해.골수에사무치고심장이오그라드는……그때알았어.사랑이얼마나무서운고통인지.(311쪽)

인선의어머니정심이일평생그랬던것처럼,인선은어머니의삶이자신에게스며오는것에고통스러워하면서도그사랑을외면하지못하고,경하또한인선의마음이자신의마음으로겹쳐지는것에힘겨워하면서도그마음을내치지못한다.“이눈보라를뚫고오늘밤그녀의집으로갈만큼그새를사랑하지않는다”(88쪽)고,“이런고통을느낄만큼사랑한적도없다”(152쪽)고고개를저으면서도어쩌지못하고그사랑에손을내밀어기어이고통을택하는것이,그것만이오직인간이인간일수있는길이라고소설은말하는지도모른다.그것만이절멸로부터삶을지켜내는길이리라고.어쩌면실은그부름은이미언제나우리앞에와있었는지도모른다.그사랑을사랑으로알아보고그손을잡는것이우리의일이라는듯이.그앞에조심스레손을내밀때,그마음이닿은자리가눈송이처럼차갑고동시에불꽃처럼뜨거워영영잊히지않는것은한강의소설만이전할수있는경험이아닐까.이렇게한강의소설이우리앞에와있다.

*

몇년전누군가‘다음에무엇을쓸것이냐’고물었을때사랑에대한소설이기를바란다고대답했던것을기억한다.지금의내마음도같다.이것이지극한사랑에대한소설이기를빈다.
_‘작가의말’중에서

*

작가가소재를택하는것이아니라그반대일지도모른다는생각을,한강은하게만든다.‘5월광주’에이어‘제주4·3’에도한강의문장을통해서만표현될수있는영역이있었다고믿게된다.
학살이후실종된가족을찾기위한생존자의길고고요한투쟁의서사가있다.공간적으로는제주에서경산에이르고,시간적으로는반세기를넘긴다.폭력에훼손되고공포에짓눌려도인간은포기하지않는다.작별할수없다는것이다.
이모든것이딸의눈과입을통해전해진다.폭력은육체의절멸을기도하지만기억은육체없이영원하다.죽은이를살려낼수는없지만죽음을계속살아있게할수는있다.작별하지않겠다는것이다.
이들곁의소설가‘나’는생사의경계혹은그너머에도달하고서야그들의이야기를듣는다.이만한고통만이진실에이를자격을준다는듯이,고통에도달하는길은고통뿐이라는듯이.재현의윤리에대한가장결연한답변이여기에있다.
언젠가부터그의새소설앞에서는숙연한마음이된다.누구나노력이라는것을하고작가들도물론그렇다.그러나한강은매번사력을다하고있다._신형철(문학평론가)



흰
소설

인터내셔널부커상최종후보

*
“『흰』은자전적인요소가많이들어간매우개인적인책으로추천합니다.”
_노벨위원회인터뷰에서

“애도와부활,인간영혼의강인함에대한책.”
_부커상운영위원회


고독과고요,그리고용기.
이책이나에게숨처럼불어넣어준것은그것들이었다.

1.
이책의끝에붙일‘작가의말’을쓰겠느냐고편집자가물었던2016년사월에,나는그러지않겠다고대답했다.이책전체가작가의말이라고웃으며이야기했던기억이난다.이제이년이지나개정판을준비하며,비로소어떤말을조용히덧붙여쓰고싶다는-쓸수있겠다는-생각이든다._‘작가의말’에서

2.
다시만나게된한강작가의소설『흰』은수를놓듯땀을세어가며지은책,그런땀방울로얼룩진책입니다.이참이아니라면‘흰’이라는한글자에매달려그가파생시킨세상모든‘흰것’들의안팎을헤집어볼수가있었을까요.‘흰’이라는한글자를뚫어지게쳐다보고있노라니‘흰’이라는한글자의생김과발음에서끓어넘친숭늉처럼찐득찐득한슬픔같은게밀려듭니다.‘흰’,익숙한듯편안했다가낯선듯생경스러워지는이느낌의근원은어디에서비롯될까요.안다고말할수도,또모른다고말할수도없는이기묘하고미묘한‘흰’의세계속에서한강이끌어올린서사는놀라우리만치넓고깊습니다.예민하면서도섬세한특유의감각으로예리하게건져올린사유는얼음처럼차갑고막빻아져나온뼛가루처럼뜨겁습니다.우리는모두‘흰’에서와서‘흰’으로돌아가지않던가요.한강이백지위에힘껏눌러쓴소설『흰』.그밖의모든흰것을말하는소설『흰』.『흰』은결코더럽혀지지않는,절대로더럽혀질수가없는어떤흰것에관한이야기입니다.

3.
“흰것에대해쓰겠다고결심한봄에내가처음한일은목록을만든것이었다.”

그렇게작가로부터불려나온흰것의목록은총65개의이야기로파생되어‘나’와‘그녀’와‘모든흰’이라는세개의장아래스미어있습니다.한권의소설이지만때론65편의시가실린한권의시집으로읽힘에손색이없는것이각소제목아래각각의이야기들이그자체로밀도있는완성도를자랑하기때문입니다.비교적얇은볼륨감을가진이한권의소설은쉽게읽혀버리지않습니다.천천히아주느릿느릿읽게하다가,흐린연필한자루를들어문장에혹은단어에실금을긋게하다가,다시금앞서읽은페이지로돌아가그앞선데서부터다시금읽기시작하게만듭니다.내마음의멍울같은게책장에스미면서점점묵직해져가는소설『흰』의무게감을받치기위해불려나온흰것들.예컨대강보,배내옷,달떡,안개,흰도시,젖,초,성에,서리,각설탕,흰돌,흰뼈,백발,구름,백열전구,백야,얇은종이의하얀뒷면,흰나비,쌀과밥,수의,소복,연기,아랫니,눈,눈송이들,만년설,파도,진눈깨비,흰개,눈보라,재,소금,달,레이스커튼,입김,흰새들,손수건,은하수,백목련,당의정……등등온통무참히도흰것들의이름을나지막하게발음해봅니다.이소설은이렇듯눈으로읽고입으로읽는두가지과정속에불현듯진정한제속내를들켜주기도한다지요.흰것을떠올리고불러내고불러주고글로쓰는일련의과정이결국은흰것을보고흰것을읽는우리를치유시켜주는일이아닐까요.

4.
“익숙하고도지독한친구같은편두통”에시달리는‘나’가있습니다.나에게는죽은제어머니가스물세살에낳았다태어난지두시간만에죽었다는‘언니’의사연이있습니다.지난봄누군가나에게물었지요.“당신이어릴때,슬픔과가까워지는어떤경험을했느냐고.”그순간나는그죽음을떠올립니다.“어린짐승들중에서도가장무력한짐승.달떡처럼희고어여뻤던아기.그이가죽은자리에내가태어나자랐다는이야기.”
나는지구반대편의오래된한도시로옮겨온뒤에도자꾸만떠오르는오래된기억들에사로잡힙니다.그러다우연히1945년봄미군항공기가촬영한이도시의영상을보게되지요.“유럽에서유일하게나치에저항하여봉기를일으켰던이도시를(…)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