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 박완서 산문집 10 (양장)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 박완서 산문집 10 (양장)

$16.80
Description
“내 나름으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의외로 많다”

미출간 원고 5편 첫 수록!
박완서 타계 14주기 여행 산문집 완전판 출간
한국문단의 거장, 작가 박완서의 타계 14주기를 맞이하여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을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박완서는 1913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조국의 광복과 육이오전쟁, 남북 분단, 4ㆍ19혁명, 그리고 IMF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랑을 몸소 견뎌내고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단편소설, 장편소설, 동화, 산문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수많은 걸작을 선보여왔다.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그러한 작가가 생전에 남한산성과 강릉 등의 국내 지역부터 바티칸, 티베트, 에티오피아 등의 미지의 해외, 그리고 우리에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개성과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남긴 생생한 여행기이다. 2005년에 발간된 『잃어버린 여행가방』(실천문학사)을 재편집하되 지금껏 책으로 엮인 적 없는 미수록 원고 다섯 편을 더하여 가히 ‘박완서 여행 산문집 완전판’이라 할 수 있다. 걸출한 산문가로서의 박완서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문학동네에서 2015년에 출간한 ‘박완서 산문집’ 시리즈의 첫 권 『쑥스러운 고백』 이후 10년이 되는 해에 출간하는 열번째 책으로서 그 의미가 값지다.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어머니 박완서의 곁에서 늘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던 맏딸 호원숙 작가의 서문 「엄마의 여행 가방」이 수록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성찰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의 소설과는 또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의 표지로도 꾸려진 어머니의 여행 가방에는 아직도 빨간 크리스마스 리본이 달려 있다. 평범한 캐리어이지만 그걸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 미소가 나온다. 어머니가 어딘가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쓰신 게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것치고 어머니는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기에. _호원숙, 서문 「엄마의 여행 가방」, 4쪽

저자

박완서

저자:박완서
1931년경기도개풍출생.1970년불혹의나이에『나목(裸木)』으로『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당선되어문단에나온이래2011년영면에들기까지40여년간수많은걸작들을선보였다.『부끄러움을가르칩니다』『배반의여름』『엄마의말뚝』『그해겨울은따뜻했네』『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친절한복희씨』『기나긴하루』『미망』등다수의작품이있고,한국문학작가상이상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이산문학상중앙문화대상현대문학상동인문학상한무숙문학상대산문학상만해문학상인촌상황순원문학상호암상금관문화훈장등을수상했다.2006년,서울대명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

목차

서문|엄마의여행가방

1부꿈처럼독창적인것
겨울나무같은사람이되자,삶의봄을만들자
내나름으로누리는기쁨
어린시절,7월의뱀장어
미망(未忘)에서비롯된것들
잃어버린여행가방

2부선하고관대한평화
아,참좋은울음터로구나―중국만주기행
천지,소천지,그리고어랑촌가는길―백두산기행
상해와의인연―상해기행
십시일반의도움을바라며―몽골기행

3부왜인간이냐고묻는것
그자리에내가있다는감동―바티칸기행
숨쉬지않는땅―에티오피아방문기
그래도삶은계속된다―인도네시아방문기
모독冒瀆―티베트기행
신들의도시―카트만두기행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산엔겨울만가장오래남아있는줄알았는데봄도가장먼저와있다.”
어둠과추위를지나,활기찬봄을불러오는글

1부‘꿈처럼독창적인것’에는호원숙작가가우연히발견한네편의반가운미출간원고「겨울나무같은사람이되자,삶의봄을만들자」「내나름으로누리는기쁨」「어린시절,7월의뱀장어」「미망(未忘)에서비롯된것들」을비롯하여다섯편의글이수록돼있다.

「겨울나무같은사람이되자,삶의봄을만들자」는작가가잠실에살았을때자주다닌남한산성에서“마음놓고흐르는시냇물소리와아이들의재잘거림”이라는“활기찬봄의소리”(18쪽)를듣고풀어낸이야기로,어둠과추위를견뎌내고맞이할새해를기다리는우리네마음을다잡게하는힘있는글이다.

친구와강릉으로떠난당일치기여행,그리고길을잘못든동네에서우연히발견한맛있는백반집일화를들려주면서“남나름으로생각하던걸내나름으로생각함으로써누릴수있는기쁨”(26쪽)이바로“호강”(25쪽)이라는깨달음을길어올리는「내나름으로누리는기쁨」,가난했던어린시절숙부가시골에서잡아준뱀장어를구워먹었던한편의애틋한삽화같은기억을통해옛날고향사람들을향한그리움을표현한「어린시절,7월의뱀장어」,대하소설『미망』을쓰게된내밀한회상을통해소설쓰기란무엇인지를생각하게하는「미망(未忘)에서비롯된것들」은모두독자로하여금잊고지내온과거의순수함을그리워하게하고,때로는수치심을반성하게하며,그를통해앞으로살아갈미래를성찰하게한다.

한국문단의거장박완서가말하는‘여행’,
그것은타인을통해자기자신을되비쳐보는일
우리가지금다시박완서를읽어야하는이유

2부‘선하고관대한평화’는유구한역사를지닌이웃나라중국을바라보는작가의깊고너른시선이돋보인다.「아,참좋은울음터로구나―중국만주기행」은일제강점기시절독립군이활동했던드넓은무대만주를생생하게묘사함으로써조국을되찾기위해고군분투했던선조에대한존경이묻어나는감동적인글이다.또다른미출간원고인「천지,소천지,그리고어랑촌가는길―백두산기행」은백두산천지에다다르며목도한장엄한풍경을작가고유의천상적인표현력으로그려낸글이다.“변화무쌍하면서도영적”인“구름”이“봉우리와봉우리사이의골짜기를통로삼아너울너울천지상공으로이동”(80쪽)하는신비로운백두산맥의모습과그풍경을떠받치고사는아랫마을조선족동포의친숙한‘부뚜막’이라는공간적대비가대자연을경배하는인간의겸허함을느끼게하는한편,만주와연변등지에거주하는동포들을향한작가의연민과유대감은큰울림으로다가온다.

작가의그러한감정선은2부마지막에수록된「십시일반의도움을바라며―몽골기행」에서유니세프방문단자격으로몽골에간작가가“외국에왔다는사실을종종잊어먹을정도로우리하고똑같”(94쪽)이생긴몽골민족에게느끼게되는“육친애적인애정”(99쪽)으로이어지는듯하다.그들의“취학문제”“위생문제”“식수문제”(97쪽)를통해한때개발도상국이었던한국의열악한생활환경을떠올리며안타까워하는작가의절절한마음이읽는이에게도오롯이전해진다.타국을돌아보는일은그곳을살아가는타인을들여다보는일이며,그를거울삼아자기자신을되비쳐보는일이기도할것이다.바로그자리에서보는것이작가가말하는‘여행자’가된다는것의의미이리라.사람간,세계간의교류가과거보다활발해졌지만그만큼고립과불안도심화된지금,박완서를읽는다는것은자기자신의품을넓혀세상을더확장된시선으로본다는것아닐까.

남의정치체제나문화,국민소득들을우리와비교하지않고그나름대로사는양상으로그냥바라볼수는없는것일까?될수있으면자신이한국인이라는것까지도잊어버리고다만여행자가될수있다면,그리하여외국이나외국인앞에서마음을도사려먹지않고그저부드러운시선으로남의좋은것이나나쁜것을있는그대로바라보고즐길수있다면그거야말로새로운경험이될터였다._「아,참좋은울음터로구나―중국만주기행」,58쪽

먼이국땅에새겨진작가의발자취,
숨결같은언어로되살아나다

우리나라와근접해있는동아시아여행을통해우리네과거와현재를돌아보게하는2부와달리,3부‘왜인간이냐고묻는것’은바티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티베트와네팔등좀더멀고낯선이국땅을체험함으로써인간과신,종교와믿음이란무엇인지를사유하게한다.

「그자리에내가있다는감동―바티칸기행」은교황요한바오로2세의서거를기리기위해조문사절단으로바티칸에다녀온작가가“인간이라면누구에게나,신분의귀천,인종이나종족,피부색이나문화의다름과는상관없이공통으로내재하는존재에대한존엄성”(109쪽)의가치를길어올리는아름다운글이다.

「숨쉬지않는땅―에티오피아방문기」는오랜내전과군사독재로파괴된에티오피아와소말리아의접경난민촌을,「그래도삶은계속된다―인도네시아방문기」는극심한해일피해를입은인도네시아를유니세프자격으로방문한작가의참담한슬픔과고뇌가담긴글이다.“사람이목숨을부지하기가얼마나가혹한것인가를”(113쪽)목격한작가가인간이인간답게살수있기를간절히기도하는데서그치지않고,지하수개발같은“유니세프의중점적인사업”(128쪽)이얼마나중요한지를역설하는지극히현실적인목소리또한인상적이다.

「모독(冒瀆)―티베트기행」과「신들의도시―카트만두기행」은히말라야인근의땅,순례자들의성지라불리는티베트와네팔을방문한기록이다.“부처와인간,성(聖)과속(俗)”(143~144쪽)이한데섞여더욱“인간적으로”(144쪽)느껴지는티베트불교,그리고윤회사상을믿는네팔의힌두교문화를겪으며“상대방의문화를있는그대로신기해하며인정”(239쪽)하는것의놀라운충만함을노래한다.고산지대라는험지를여행한작가는마침내그대장정을마치며“뛰는사람보다도,달리는사람보다도,기는사람보다도,걷는사람이”“제일좋다”(239쪽)라고고백한다.먼이국땅을다만한걸음한걸음내디딘거장의호방한발자취는그의숨결같은언어로써한권의책으로되살아났다.『다만여행자가될수있다면』은독자에게잊지못할새로운여행지로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