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 나의 날씨 (이신조 소설)

너의 계절, 나의 날씨 (이신조 소설)

$17.00
Description
가없이 사적인 이야기가 때마침의 언어를 입는 시간
삶이라는 거대한 기후 아래 각자의 계절을 살아가는 인물들
30년에 가까운 작가생활 내내 인간 삶의 다채로움을 폭넓게 탐구해온 소설가 이신조의 다섯번째 소설집 『너의 계절, 나의 날씨』가 출간되었다. 일곱 편의 수록작들은 작가가 처음부터 ‘날씨-계절-시간-변화-존재’들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의식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인간을 가능한 한 넉넉히 포괄하기 위해 미리감치 기획되었다. 책의 첫머리에 놓인 제사, “대자연은 날씨 물후의 수많은 변화를 통해 우리 몸의 직관과 영감을 회복하도록 이끈다”(위스춘, 『시간의 서』)는 문장처럼, 이신조는 삶이라는 거대한 기후 아래 각자의 계절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밀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저자

이신조

저자:이신조
1998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의검정그물스타킹』『새로운천사』『감각의시절』『다른소년』,장편소설『기대어앉은오후』『가상도시백서』『29세라운지』『우선권은밤에게』『크리에이터』가있다.문학동네작가상을수상했다.현재한양여자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봄밤의번개와질소
여름철기압배치
펫로스,겨울편지
오늘서울은하루종일맑음
세탁기속의그녀─『인어공주』외전(外傳)
숲그늘의개와비
스필버그와나

해설|너는날씨를바꾼다
양윤의(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신조의인물들은종종돌이킬수없는상실의기억을안고현재를살아간다.그기억은때로는개인적인트라우마로,때로는역사의상흔으로남아이들의삶에깊은영향을미친다.소설집의문을여는「봄밤의번개와질소」는전남편의제사를지내겠다는아내의말로시작된다.아내가제사를준비하는동안화자는“우울증,알코올의존증,공황장애”로얼룩져어떻게“더욱빨리더욱확실하게죽을수있는지”만을탐구하던자신이,4년전아내의전남편에게일어난불의의사고이후로자신역시달라졌음을깨닫는다.“아내와나,함께보낸시간과함께보낼시간,얼마든지없을수도있었던이모든,꿈같은실체들”은질소고정을통해존재에숨을불어넣는봄밤의번개와대지처럼인간이예지할수없는관계와시간으로부터비롯한다는것을느끼면서.

이어지는「여름철기압배치」는관계에대한고찰을연대기의차원으로확장하여,개개인의날씨를집어삼키는역사의모습과그끝에솟아오르는생명의경이를돌올하게선보인다.쌍둥이딸의탄생을앞두고설렘과동시에알수없는두려움을느끼는남자‘한솔’이있다.단순히초보아빠로서의막막함만이아닌그의불안위에분명그가겪어보지못했을,친할머니‘김난옥’이겪어야했던6·25전쟁의참혹한기억이오버랩된다.그고통들을생생히망라하면서도소설은할머니난옥의등에업혔던한솔의“생의첫기억”과막태어난쌍둥이딸들의울음소리를교차시키며끊어질듯이어지는생명의고리를그려낸다.
애끊는이별과결코끝날수없는애도에대해서라면「펫로스,겨울편지」가일곱편의소설들중에서도가장곡진한마음을내어보인다.추운겨울길위에서태어나‘나’에게온아기고양이‘묘조’,그작은존재가깊은어둠속에파묻혀있던‘나’를어떻게구원했는지.그러나상상조차할수없었던묘조의마지막순간이닥쳐오고,그후로절절하게이어지는애도의과정이격렬하면서도절제된파토스를동반해펼쳐진다.13년간함께했다가떠나보낸반려묘에게보내는2인칭편지형식의소설은‘펫로스증후군’이라는오늘날더욱시의적인공적경험을다룸으로써지금우리에게필요한‘돌봄’이무엇인지헤아리게한다.

너와나는십삼년간서로를낱낱이샅샅이보고또본다.보지않을때도본다.서로를보지않을수없이살아간다.우리는눈(眼)이아닌것으로도본다.존재전체를사용해서로를감지하고파악하고인식한다.계절이나날씨처럼그것이우리의자연이다._「펫로스,겨울편지」에서

“이사랑과섭리만을위한다른언어가필요하다.”
너와내가함께쓴내밀한역사로서의일기日記/日氣

『너의계절,나의날씨』의특별함은서로다른정체성을지닌존재들을따스하게아울러내는넓은품에있다.「오늘서울은하루종일맑음」에서눈부시게맑은5월의한강을따라걷는‘지수’의머릿속은지난겨울겪었던교통사고의트라우마,예상치못한임신,“통증과충격과고립감이느껴지는청혼”,그리고“사는것처럼살고싶어”서울로왔지만끝내비극적인죽음을맞은‘하늘’에대한생각으로복잡하다.얼핏인간을환대하는듯한강변의화창한풍경과는달리연약한이들을잔혹하게집어삼키는도시의생리,돌이킬수없는과거에대한후회와그럼에도불구하고미래는포기하지않겠다는의지가한폭의유화처럼어우러져인간에대한너른묘사를전한다.

「세탁기속의그녀─『인어공주』외전(外傳)」은고전동화를신화적상상력으로이어쓴다.물거품이된후에도266년간물처럼흘러다니며세상을관찰해온인어공주는어느늦은밤,코인빨래방에서피묻은침대시트를세탁하는한젊은여성을발견한다.목소리를잃고인간의다리를얻었지만결국사랑에실패했던인어공주의비극이빨래방에앉아밤도시의풍경을바라보는그녀에게투사될때,시대를초월하여반복되는여성들만의역사가파문을일으키기시작한다.

한편「숲그늘의개와비」의‘나경’은아버지와자신의커리어에연이어찾아온커다란스캔들로삶의최저점에다다랐을때,외딴숲속펜션을찾는다.그곳에서그녀는7년전맞선상대였던의사‘인준’과조우하는데,당시나경을밀어냈던그는이제약초꾼이되어은둔자처럼살아가고있다.아직그들사이에는“어둠그자체”같은커다란검은개,계곡과숲길,섣불리넘어가기에는서로너무나다른아픔의역사가있지만,오직단둘이남는어떤밤이이윽고찾아온다.

『너의계절,나의날씨』를닫는소설은스쳐지나간인연들,떠나보낸소중한존재들과의사적인역사를영화를매개로풀어낸이야기「스필버그와나」이다.소설은우리에게영화는단순히괴로움을덜고즐거움을주는오락이아니라실로“영화필름처럼흘러”가는현재의시공간을기억하게하고과거에생기를부여하는예술임을증명하는동시에,어느누구의생이든수많은관계와사연들을통해마치영화처럼정교하고도근사하게이루어져있다는진실을설득하는데까지나아간다.

이신조의소설은고요한정동으로가득하다.고요하지만격렬하고잔잔하지만끊임없이요동하는그것은보이지않으면서도지상에머무르는공기와도같다.(…)그런데『너의계절,나의날씨』에서날씨나계절은특정한정념이나주제를암시하거나은유하는것을넘어서,소설을구성하는로직이기도하다.날씨가정념을불러오는것이아니라,날씨자체가정념의소유자인것이다.따라서이신조에게날씨나계절은소설의행위자이기도하다._양윤의해설,「너는날씨를바꾼다」에서

『너의계절,나의날씨』전체를감싸는날씨와계절의은유는단순한배경을넘어,인간의내면과삶의조건을형성하는중요한요소로작용한다.이때인물들은날씨의변화에영향을받으면서도,때로는서로에게서로의날씨를바꾸는존재가되어준다.“어긋난인사(人事)를감싸안”고“서로가서로의돌봄의주체”(해설에서)가되어갈때,마침내“겨울을통과해봄에닿”(「펫로스,겨울편지」)을수있을것이므로.인간은누구나각자의자리에서불어오는날씨를느끼고최선을다해자신의몫만큼의삶을살아내려애쓸것이다.다만『너의계절,나의날씨』가그러하듯유형무형의고난들끝에아스라하게불을밝히는삶의의지까지도능숙하게감각할때에야독자는비로소인간이란어떤존재인지오래곱씹고마음에담아둘수있을것이다.그렇게『너의계절,나의날씨』는변화무쌍한삶의기후속에서길을찾아나서는우리모두에게,다정하고도든든한우산이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