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빛 (존 밴빌 장편소설)

오래된 빛 (존 밴빌 장편소설)

$17.06
Description
존 밴빌이 시간의 틈새에서 포착해낸 아련한 빛
사랑과 상실, 기억의 속임수에 대한 섬세한 탐구
기억 저편에서 되살아나는 과거의 첫사랑
열다섯 살, 친구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소년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언어의 마법사’로 불리는 존 밴빌이 사랑과 상실, 기억이라는 주제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전작 『이클립스』 『수의』에도 등장했던 앨릭스 클리브와 캐스 클리브 부녀(父女)가 다시금 등장하는 『오래된 빛』이다.
『오래된 빛』은 과거와 현재, 크게 두 갈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앨릭스의 회상으로 이뤄지는 과거 부분은 앨릭스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 친구의 어머니인 서른다섯 살 미시즈 그레이와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다. 이웃을 서로 잘 아는 작은 타운에서, 그것도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자의식이 형성되고 성적 욕망에 사로잡히는 청소년기의 앨릭스는 위험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에 급격히 빠져든다. 그러면서도 미시즈 그레이의 가족들에게, 혹은 타운 사람들에게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걱정과 자기 어머니를 배신한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힌다.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나이든 연극배우로서의 현재
아버지를 잃은 여배우와 함께하는 인생 첫 영화 촬영

한편 반백 년이 지난 현재의 앨릭스는 나이 지긋한 배우로, 딸 캐스의 죽음으로 인해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런 그에게 〈과거의 발명〉이라는 제목의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온다. 평생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앨릭스로서는 처음 있는 영화 촬영이다. 그의 상대역을 맡은 유명 여배우 돈 데번포트는 최근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읜 상태이고, 여러모로 캐스를 연상시킨다.
애도와 회상에 잠긴 앨릭스를 흔들어 깨우듯, 소설의 1부는 돈 데번포트의 자살 시도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끝이 난다. 2부에서 앨릭스는 영화 촬영을 중단시킨 채 돈 데번포트를 데리고 캐스가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해안을 찾아간다. “다시 데려오지 못해”라는 아내의 예언 같은 한마디와 함께.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면서 작가 역시 주제를 한층 깊이 탐구해나가며, 그 과정에서 신화와 성경, 다양한 예술작품, 때로는 과학까지 끌어와 사유를 풍성하게 만든다.

교차하고 조응하며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과거와 현재
한 사람의 인생을 섬세하고 정밀하게 묘사한 밴빌의 문장들

소설은 앨릭스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고, 이야기들은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다른 빛을 받으며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앨릭스의 말처럼 “시간과 기억은 야단스러운 실내장식 회사와 같아서, 늘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고 방을 다시 디자인하고 심지어 재배정하기까지” 하고, “기억 여사께서는 은근한 속임수에 대단히 능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연극이라는 설정에도 주목해야 한다. 오랜 세월 연극배우로 살았던 앨릭스는 존재의 비일관성과 다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난생처음 경험하는 영화 촬영은 “단편과 분절”로 이뤄져 있고,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기존의 경험처럼 자아가 여럿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아가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새로운 경험은 흥미로우면서도 혼란스럽고, 전율과 불안을 동시에 일으킨다.
이렇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단편과 분절을 강조한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은 복잡한 윤곽을 파악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빛이 비치지 않은, 즉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에 관해서는 그저 짐작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나하나 시적 효과로 가득하고, 유머와 통찰까지 갖춘 문장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도착해 있을 테니 말이다. 밴빌은 섬세하고 정밀한 필치로 과거와 현재를 엮어낸다. 경지에 이른 문장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 한 사람의 존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또 재구성되는지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놀라운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밴빌은 오십 년이 넘도록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맨부커상, 프란츠 카프카 상, 유럽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오래된 빛』은 성실히 자신만의 문학적 스타일을 구축해온 그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 2011년 프란츠 카프카 상 ★ 2012년 아일랜드 도서상 ★ 2013년 오스트리아 유럽문학상 ★ 2014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
저자

존밴빌

저자:존밴빌(JohnBanville)
1945년아일랜드웩스퍼드에서태어났다.열두살때제임스조이스의『더블린사람들』을읽고영향받아처음으로소설을쓰기시작했고,미술과건축에관심을쏟았다.세인트피터스칼리지를졸업한뒤아일랜드항공에취직했고,1969년<아이리시프레스>에입사해<아이리시타임스>로이직,1999년까지기자생활과작품활동을병행했다.1970년작품집『롱랭킨』을발표하며작가로서첫발을내디뎠다.이후발표한두편의장편소설에‘아일랜드소설’이라는평가가따르자새로운작풍과주제에몰두하며‘과학4부작’『닥터코페르니쿠스』『케플러』『뉴턴레터』『메피스토』와‘예술3부작’『증거의책』『유령들』『아테나』를잇달아출간해평단과독자의지지를얻었다.2005년발표한장편소설『바다』로유례없이경합이치열했던그해맨부커상을수상하며,제임스조이스와사뮈엘베케트의뒤를잇는아일랜드최고의작가로자리매김했다.2006년부터‘벤저민블랙’이라는필명으로범죄소설과대체역사소설을발표하다가,2020년『눈』부터는모든소설을존밴빌명의로출간하고있다.
2012년『오래된빛』으로‘앨릭스와캐스클리브3부작’을마무리하며다시금평단의찬사와함께아일랜드도서상을받았다.가디언소설상,래넌문학상,프란츠카프카상,유럽문학상,아스투리아스왕세자상등을수상한밴빌은매년노벨문학상후보로도거론되고있다.

역자:정영목
번역가로활동하며현재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완전한번역에서완전한언어로』『소설이국경을건너는방법』이있다.옮긴책으로는존밴빌의『바다』외에도『로드』『선셋리미티드』『신의아이』『패신저』『스텔라마리스』『제5도살장』『바르도의링컨』『호밀밭의파수꾼』『에브리맨』『울분』『포트노이의불평』『미국의목가』『굿바이,콜럼버스』『새버스의극장』『아버지의유산』『왜쓰는가』『킬리만자로의눈』등이있다.『로드』로제3회유영번역상을,『유럽문화사』(공역)로제53회한국출판문화상(번역부문)을수상했다.

목차


1부11
2부193

해설|신화의새로운문법357
존밴빌연보367

출판사 서평


기억저편에서되살아나는과거의첫사랑
열다섯살,친구의어머니와사랑에빠진소년

아일랜드를대표하는작가이자‘언어의마법사’로불리는존밴빌이사랑과상실,기억이라는주제로장편소설을발표했다.전작『이클립스』『수의』에도등장했던앨릭스클리브와캐스클리브부녀(父女)가다시금등장하는『오래된빛』이다.
『오래된빛』은과거와현재,크게두갈래의이야기로구성되어있다.주인공앨릭스의회상으로이뤄지는과거부분은앨릭스가열다섯살이었을때,친구의어머니인서른다섯살미시즈그레이와사랑에빠졌던이야기다.이웃을서로잘아는작은타운에서,그것도절친한친구의어머니와불륜을저지르게된것이다.자의식이형성되고성적욕망에사로잡히는청소년기의앨릭스는위험하고비밀스러운사랑에급격히빠져든다.그러면서도미시즈그레이의가족들에게,혹은타운사람들에게언제들킬지모른다는걱정과자기어머니를배신한다는죄책감이그를괴롭힌다.

딸을잃고상실감에빠진나이든연극배우로서의현재
아버지를잃은여배우와함께하는인생첫영화촬영

한편반백년이지난현재의앨릭스는나이지긋한배우로,딸캐스의죽음으로인해깊은슬픔에잠겨있다.그런그에게<과거의발명>이라는제목의영화에출연해달라는제의가들어온다.평생연극무대에서활동했던앨릭스로서는처음있는영화촬영이다.그의상대역을맡은유명여배우돈데번포트는최근갑작스럽게아버지를여읜상태이고,여러모로캐스를연상시킨다.
애도와회상에잠긴앨릭스를흔들어깨우듯,소설의1부는돈데번포트의자살시도라는충격적인사건으로끝이난다.2부에서앨릭스는영화촬영을중단시킨채돈데번포트를데리고캐스가생을마감한이탈리아해안을찾아간다.“다시데려오지못해”라는아내의예언같은한마디와함께.등장인물들이움직이면서작가역시주제를한층깊이탐구해나가며,그과정에서신화와성경,다양한예술작품,때로는과학까지끌어와사유를풍성하게만든다.

교차하고조응하며새로운모습을드러내는과거와현재
한사람의인생을섬세하고정밀하게묘사한밴빌의문장들

소설은앨릭스의의식의흐름을따라과거와현재를자유롭게오가고,이야기들은여러번에걸쳐조금씩다른빛을받으며다른모습을드러낸다.앨릭스의말처럼“시간과기억은야단스러운실내장식회사와같아서,늘가구를이리저리옮기고방을다시디자인하고심지어재배정하기까지”하고,“기억여사께서는은근한속임수에대단히능하”기때문이다.

영화와연극이라는설정에도주목해야한다.오랜세월연극배우로살았던앨릭스는존재의비일관성과다면성을충분히인식하고있다.그러나난생처음경험하는영화촬영은“단편과분절”로이뤄져있고,“믿을수가없”을만큼빠르게움직인다.기존의경험처럼자아가여럿있는것이아니라하나의자아가여러조각으로쪼개지는새로운경험은흥미로우면서도혼란스럽고,전율과불안을동시에일으킨다.
이렇듯과거와현재를오가는구성,단편과분절을강조한설정때문에이소설은복잡한윤곽을파악하기까지다소시간이걸린다.빛이비치지않은,즉드러나지않은이야기에관해서는그저짐작하며따라갈수밖에없다.그러나걱정할필요는없다.하나하나시적효과로가득하고,유머와통찰까지갖춘문장들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결말에도착해있을테니말이다.밴빌은섬세하고정밀한필치로과거와현재를엮어낸다.경지에이른문장들을통해한사람의인생,한사람의존재가어떻게구성되고또재구성되는지를눈앞에서보는것은놀라운체험이아닐수없다.

밴빌은오십년이넘도록꾸준히작품을발표하며맨부커상,프란츠카프카상,유럽문학상,아스투리아스왕세자상등주요문학상을수상했으며,노벨문학상후보로도언급되고있다.『오래된빛』은성실히자신만의문학적스타일을구축해온그의진면모가드러나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