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모든 장소 (건축 기자 아빠의 미국 소도시 생활기)

모든 날 모든 장소 (건축 기자 아빠의 미국 소도시 생활기)

$19.17
Description
이방인 생활자이자 건축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의 새로운 발견, 익숙한 공간으로의 모험

“좋은 공간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우리 삶을 구성한 익숙하지만 낯선 13곳의 풍경
집, 학교, 슈퍼마켓, 식당, 공원, 도서관… 우리는 수많은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늘 우리 주변에 있기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그 공간이 우리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미처 인식하지 못한다. 건축 기자로 일하며 국내외 다양한 건축물을 소개해온 채민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2021년 코로나19로 혼란하던 시기, 그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지내게 돼 미국으로 떠난다. 1년간 여섯 살 난 딸과 단둘이서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일상 속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하게 되고 거기서 얻은 통찰을 『모든 날 모든 장소』에 담았다. 이방인 생활자이자 건축 기자, 양육자라는 다채로운 렌즈를 통해 바라본 익숙한 공간에 대한 특별한 시선. 우리를 둘러싼 장소가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해간다.
미국에서 자발적, 한시적 싱글 대디로 지내는 동안 그는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미국살이에 적응해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서의 삶을 한 발짝 떨어져서 이해하게 된다.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면서 시작되는 이 독특한 여정은 학교, 슈퍼마켓, 다이너, 도서관, 공원, 놀이터 등 13곳의 생활 공간을 통해 건축과 장소에 대한 이해를 더해가는 생활 밀착형 안내서다. 공간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직접 부딪힌 미국인들의 다양한 면모를 전하는 관찰기이기도 하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환대를 나누는 분위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세심하게 유지하려는 고집, 좋은 공간을 위해서라면 타협하지 않는 태도. 평범한 생활 공간에서 미국 사회를 다각도로 경험하며 저자는 ‘공간이 우리 삶을 구성한다’는 걸 체감한다. 때로는 내밀하게, 때로는 거시적으로 저자와 함께 일상을 새롭게 읽어가다보면 관점만 바꾸어도 우리 주변이 그 어떤 장소보다도 낯설어질 수 있음을, 일상의 공간이 때로는 그 어떤 건축물보다 경이로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탑승구 유리창 밖에 대한항공 KE093편이 서 있었다. 그걸 타고 13시간 반을 비행한 뒤에는 그때까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언젠가 우주여행 시대가 열리면 다른 은하로 가는 포털(portal)에서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될까. 숱하게 공항을 이용하는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익숙한 장소가 주는 낯선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날 이후 미국에서 보낸 한 해도 결국은 이방인이자 어린아이의 유일한 보호자로서 장소를 새롭게 느끼는 과정이었다. 슈퍼마켓, 도서관, 학교, 놀이터처럼 익숙한 일상의 장소들이 다른 느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그 느낌과 모습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 배경과 개인적 감상을 교직해서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 장소를 느낀다는 것은 삶을 보다 예민하게 감각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_프롤로그에서
저자

채민기

신문에실리는글을쓰고매만지는일을한다.조선일보문화부에서건축분야를취재하던2021년,초등학교입학을앞둔딸과둘이서미국워싱턴D.C.로건너가조지워싱턴대학교의방문연구원이자자발적·한시적싱글대디로한해를보냈다.지금은국제부에서세계각국소식을독자에게전한다.기자와아빠라는역할사이에서균형을잃지않으려애쓰고있다.

목차

프롤로그.공항에서

집.미국아파트
학교.“KeepSchoolsOpenSafely”
다이너.고향의맛보다도포근한
슈퍼마켓.이제는돌아와대파앞에선
놀이터.아이가자라는곳
도서관.언제나누구에게나열려있는
놀이공원.세상에상상력이사라지지않는한
자연.호연지기를영어로설명하지는못해도
별하늘.낯선홈그라운드
길.동행이된다는것
박물관.미국인은누구인가
미술관.경의로얼룩진이름앞에서
우주.더높은곳을향해서

출판사 서평

미술관,학교,놀이터,식당…
일상의건축에서발견한예술의힘,공간의언어

단기여행이아닌생활을위해떠난1년간의여정은‘집’이라는베이스캠프부터시작해슈퍼마켓,도서관,공원등점차넓은세상으로확장된다.당장장을어디서봐야할지같은,생존에필요한장소를하나씩개척해가고이방인으로커뮤니티에적응해가는동안조금씩경계는사라지고감각은점차확장된다.우리를둘러싼공간은건축자재로구성된단순한건물이아니라각각의기능에맞게설계된,사회의가치관이나신념을비추는거울과도같다.『모든날모든장소』는도시가어떻게인간의삶을반영해가는지를유명건축가의철학이아닌무명씨들의배려와사회적합의로이해한다.
‘집이란어떤곳인가’라는질문을예로들어보자.한국에서는고민해본적없었던이문제를그는낯선미국땅에서적응해가면서자연스럽게떠올리게된다.불완전한영어를쓰는이방인이자딸아이의유일한보호자로어딜가든약간방어적인태세였던그에게집은안식처이자피난처였다.어디서든경계를늦추지않다가집에돌아오면그제야긴장이풀렸다.한국에서는생각지못한집의기능이었다.꽃무늬벽지나체리색몰딩같은취향에맞지않은인테리어대신에작은부분하나까지도내마음대로채워가면서공간을아름답게가꾸는일이삶의질에의외로막대한영향을미친다는사실도실감하게된다.우리의생활공간을낯설게보고새롭게접근하는『모든날모든장소』를통해우리의일상은좀더소중하고풍요로운시간으로완성된다.

동관에는피카소초기작만으로꾸민방도있고로스코작품만걸어놓은전시실도있으며에드워드호퍼도칸딘스키도있지만관람하다보면가장중요한작품은미술관건축이라는점이자연스럽게느껴진다.눈에띄지않는곳에도건축가의손길이묻어있었다.가령복도에깔린이등변삼각형타일5장의줄눈이벽의모서리와오차없이한점에서만나는모습이라든가,내벽마감재의모듈이유리창너머외벽석재의규격과정확하게맞아떨어지는장면을보면좋은공간을위해타협하지않았던태도가느껴졌다.집념이사람들의마음을움직인다._243쪽

건축기자와아빠사이,아이와어른사이
경계를넘나들며‘인생공간’을이해하다

미국생활도처음이었지만그보다더낯선세계는싱글대디의세계였다.한국에서는아내와함께였다면1년동안육아는오롯이그의몫이었다.살림과양육,연구원생활까지도맡은상황에적응해가며그는아이와함께성장한다.하루가다르게커가는아이의시간을놓치지않았다는것도의미가있었지만양육자로서아이의눈높이에서생활공간을이해하는눈을갖게되었다는것도큰수확이었다.학교,도서관,놀이터같은시설이어떻게설계되었는지,미국인들은아이들을사회구성원으로어떻게대하는지를경험한다.그러면서그동안당연하게생각해온고정관념에서조금씩벗어나‘왜’라는질문을던지게된다.
철제울타리와철문으로가로막힌한국의학교와달리주말에농산물장터가열릴정도로지역사회와연결된학교,모세혈관처럼도시구석구석까지자리해곳곳에생기를전달하는놀이터,책을보지않더라도남녀노소누구든편하게방문할수있는도서관,인간의편의보다자연을철저히우선해‘통화권이탈’이당연한옐로스톤공원,인류의기원부터먼우주까지미국의정체성을보여주는전시물로채워진여러박물관등등.구체적인생활공간을하나씩짚어가다보면미국사회가어떤가치를우선하는지가명료해진다.오늘날미국사회의모습뿐아니라슈퍼마켓,놀이공원,다이너등의역사까지아우르며과거와현재를연결짓고비일상과일상의경계를넘나들며모험해간1년간의기록을통해‘인생공간’을이해하는새로운관점을갖게될것이다.

한국학교는폐쇄적이다.폐쇄적일수록좋은학교라고,또는좋은학교일수록폐쇄적이라고여기는게아닐까싶을정도다.좋은아파트의기준중하나가‘초품아’(초등학교를품은아파트)인데,이말을뒤집어보면아파트로둘러싸여있어야좋은초등학교라는의미도된다.더정확히말하면주위에아무아파트나많이서있으면되는게아니라한단지의부속시설로학교가자리잡고있어야한다.다른단지,다른동네아이들과섞이지않고우리단지아이들끼리만어울릴수있어야좋은학교인것이다.건축을취재하다보면한국학교공간에대한이야기를자주듣는다.의외로가장보수적이고획일적인공간이학교라고들말한다.구체적으로말하면‘막사-사열대-연병장’으로이루어진병영과,‘교사(校舍)-조회대-운동장’으로이어지는학교가예나지금이나전국어디를가나신기할정도로똑같다는뜻이다.운동장넓이와교실수가다를뿐학교를짓는방법은동일하기때문에학교를‘디자인’한다는생각은우리에게낯설다.우리에게익숙한건천막교실에서도,콩나물시루교실에서도잘만공부했다는형설지공의서사다._4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