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상속인 (한상운 장편소설)

데이터 상속인 (한상운 장편소설)

$17.00
Description
피습당해 쓰러진 대기업 회장,
프로그램 속 데이터로 남겨지다

베일에 싸인 재벌가 내부의 비밀을 밝혀내고
막대한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암투극!
심리적 긴장감과 더불어 빛을 발하는 SF적 상상력
“의식이 머릿속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도 꿈을 꿀까.
그렇다면 아버진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있을까.
지금의 현실이 진짜임을 알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12년 만에 복간된 장편소설 『인플루엔자』(드라마 〈뉴토피아〉 원작 소설)의 뒤를 이어 독자들에게 또 한번 파격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한상운 작가의 신작 『데이터 상속인』이 출간되었다. 다수의 드라마ㆍ영화 각본 작업으로 다져진 특유의 재치와 입담,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쾌감, 예측 불가능한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대범한 서사로 무장한 이번 작품은 재벌가의 유산상속 분쟁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낯선 SF적 설정과 연결해 스릴러로서의 새로운 궤적을 그려 보인다.
한국의 거대 기업체를 소유한 가족 경영진을 통칭하는 용어인 재벌(chaebol)의 사전적 풀이로 시작되는 이번 소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무일그룹’의 회장이 피습당해 의식불명에 빠지자 그가 남긴 재산을 차지하려 사투를 벌이는 삼 남매의 행적을 따라 전개된다. 회장 살해를 사주한 범인의 뒤를 쫓는 동시에 은닉된 유산의 행방을 밝혀내고자 밤낮없이 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인물들은 뜻밖에도 저마다의 상처와 결핍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비인간적이고 강압적이었던 회장의 슬하에서 상처로 점철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던 삼남매뿐 아니라 회장의 비서실장인 진혁, 가사도우미인 상연까지 휘말리게 되면서 지위나 권력 따위는 무용해지는 공정한 게임판이 펼쳐진다.

“이번 일만 잘되면 달라질 수 있다.
그에겐 계획이 있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획.”

어느 새벽, 갑작스러운 정전이 찾아들고 몇 시간 뒤 김백식 회장이 자신의 저택 내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다. 이를 처음 목격한 사람은 회장을 깨우기 위해 방을 찾은 상연과 집안의 태블릿 PC로 이를 함께 지켜보고 있었던 진혁이다. “돌아가신 것 같다”는 상연의 말에도 불구하고, 진혁은 곧장 구급차를 부르는 대신 무일그룹 산하의 병원으로 회장을 비밀스럽게 이송한다. 놀라거나 걱정하는 기색 없이 태연하게 담배를 빼 무는 진혁의 모습에서는 상황을 빤히 꿰고 있는 자만의 여유가 느껴진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회장의 신념 덕에 하청기업 파견직에서 비서실장으로 격상된 뒤, 주변에서 쏟아지는 경멸어린 시선을 그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회장의 비자금 때문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조 단위의 돈. 그 돈의 실체를 아는 것도, 영생을 꿈꿔온 회장이 ‘마인드 업로딩’ 기술을 통해 뇌 스캔을 받아둔 사실을 아는 것도 진혁뿐이다. 의식 잃은 회장을 병실로 옮긴 뒤 진혁은 회장의 신체 데이터를 관리하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건잠머리 랩스’를 불러들인다.
평소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유언장을 바꾸곤 했던 김회장은 쓰러지기 일주일 전에도 내용을 고쳤다. 바뀐 유언장에 따라 유산 상속 비중이 달라질 터. 그 내용을 알아낼 방법은 단 하나, 데이터화된 회장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입을 열게 하는 것뿐이다. 진혁은 삼 남매 중 가장 입지가 불안정하고 그만큼 절박한 여옥에게 접근해 유산 싸움을 부추기고, 한편에서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작전을 수행해나간다.

“꼭대기는 한 명이야, 그게 왕이든 회장이든.
사람 수대로 나눠 가지면 셋 다 약해지고 작아지는 거야.”

재벌이라는 단어가 한국만의 기업 문화를 통칭하는 명사로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거대한 자본이 주로 소수 가족 구성원의 지배를 받는다는 독특한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이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적고 비밀스러우며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 흥미로운 성격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속 단골 소재로도 등장해왔다. 소설 속 무일그룹 일가의 모습 역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재벌가의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성격의 김백식 회장, 장남으로서 자기선택권 없이 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야 했던 무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장녀 여옥, 방랑아 취급을 받으며 아버지의 죄를 뒤집어써 감옥까지 드나들 정도로 멸시받아온 차남 무영. 무준은 자신이 이룬 가족만은 평탄하게 살 수 있기를, 여옥은 능력을 인정받고 경영권을 거머쥐기를, 무영은 자유가 보장되는 삶을 얻게 되기를 꿈꾸며 저마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분투한다. 각자가 지닌 인맥, 재력, 작전을 총동원해 펼치는 이들의 암투가 자신을 비호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이야기의 몰입감과 입체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 감독하듯 지켜보면서도 진혁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다. 바로 가사도우미인 상연이다. 지체 없이 제거하거나 돈을 주고 잠재울 수 있는 보통의 적들과 다르게, 상연은 이십대 특유의 맹랑함과 호기심으로 무장한 채 진혁이 쌓아놓은 단단한 방어벽을 무리 없이 뚫고 들어온다. 진혁이 상연을 예측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건 그녀에게서 거창한 목표나 야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파티시에를 꿈꾸는, 유학비를 벌기 위해 저택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그저 평범한 청년일 뿐인 상연의 활약은 소설을 예측할 수 없는 결말에 다다르게 한다.

“인간은 그저 데이터 덩어리일 뿐이야.
인공지능이든 인간이든 다를 바 없어.”

권력을 남용하며 주변을 호령하는 대기업 총수의 뇌를 빼내어 프로그램에 심는다는 설정을 통해 작가는 평범해지기 쉬운 재벌 서사를 비틀어 뜻밖의 위치에 올려놓는다. 포악했던 현실에서의 성격과는 달리 컴퓨터에 이식된 회장은 마치 본성이 제거된 것처럼 온순한 모습을 보인다.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갇힌 회장을 두고 오히려 인간적으로 바뀌었다며 만족스러워하는 삼 남매의 모습은 인간이 인간답지 않은 형태로 존속을 꿈꾸는 일이 얼마나 무용한지,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게 만든다.
누군가의 호출을 통해서만 깨어나는 무(無)의 차원에 갇힌 채로, 김회장은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영생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그가 원하던 불사가 맞을까.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고 전자기기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 시대, “데이터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아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펼쳐 보이면서, 소설은 파국에 가까워진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욕망을 향해 달려나가는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무한한 게임의 굴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

한상운

저자:한상운
소설가이자각본가.『양각양』『비정강호』『특공무림』『무림사계』등의무협소설과경찰소설『무심한듯시크하게』,미스터리소년추격전시리즈『게임의왕』『소년들의밤』,소설집『보라의트렁크』,장편소설『인플루엔자』『비주류연애블루스』『친애하는나의적』등을출간했다.영화〈내연애의기억〉,드라마〈뉴토피아〉원작자이자〈백야행〉〈청년경찰〉을각색했고드라마〈텍사스안타〉〈완벽한스파이〉〈굿와이프〉〈왓쳐〉〈해피니스〉등의각본을썼다.

목차


가사도우미
비서실장
재벌가딸
야합
세앙스
아들들
저택의문제
외부자들
오욕칠정
진실
결말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피습당해쓰러진대기업회장,
프로그램속데이터로남겨지다
베일에싸인재벌가내부의비밀을밝혀내고
막대한유산을차지하기위해벌이는암투극!
심리적긴장감과더불어빛을발하는SF적상상력

“의식이머릿속에갇혀있는상태에서도꿈을꿀까.
그렇다면아버진꿈과현실을구별할수있을까.
지금의현실이진짜임을알고있을까.”

지난해12월,12년만에복간된장편소설『인플루엔자』(드라마<뉴토피아>원작소설)의뒤를이어독자들에게또한번파격적인즐거움을선사할한상운작가의신작『데이터상속인』이출간되었다.다수의드라마·영화각본작업으로다져진특유의재치와입담,인물들이주고받는대사에서느껴지는쾌감,예측불가능한결말을향해거침없이나아가는대범한서사로무장한이번작품은재벌가의유산상속분쟁이라는친숙한소재를낯선SF적설정과연결해스릴러로서의새로운궤적을그려보인다.
한국의거대기업체를소유한가족경영진을통칭하는용어인재벌(chaebol)의사전적풀이로시작되는이번소설은,국내굴지의대기업‘무일그룹’의회장이피습당해의식불명에빠지자그가남긴재산을차지하려사투를벌이는삼남매의행적을따라전개된다.회장살해를사주한범인의뒤를쫓는동시에은닉된유산의행방을밝혀내고자밤낮없이분투하는과정속에서,인물들은뜻밖에도저마다의상처와결핍에한발짝다가서게된다.비인간적이고강압적이었던회장의슬하에서상처로점철된유년시절을보내야했던삼남매뿐아니라회장의비서실장인진혁,가사도우미인상연까지휘말리게되면서지위나권력따위는무용해지는공정한게임판이펼쳐진다.

“이번일만잘되면달라질수있다.
그에겐계획이있었다.새로운삶을시작할계획.”

어느새벽,갑작스러운정전이찾아들고몇시간뒤김백식회장이자신의저택내부에서쓰러진채발견된다.이를처음목격한사람은회장을깨우기위해방을찾은상연과집안의태블릿PC로이를함께지켜보고있었던진혁이다.“돌아가신것같다”는상연의말에도불구하고,진혁은곧장구급차를부르는대신무일그룹산하의병원으로회장을비밀스럽게이송한다.놀라거나걱정하는기색없이태연하게담배를빼무는진혁의모습에서는상황을빤히꿰고있는자만의여유가느껴진다.
“흰고양이든검은고양이든쥐만잡으면된다”는회장의신념덕에하청기업파견직에서비서실장으로격상된뒤,주변에서쏟아지는경멸어린시선을그가견딜수있었던것은오로지회장의비자금때문이었다.출처를알수없는조단위의돈.그돈의실체를아는것도,영생을꿈꿔온회장이‘마인드업로딩’기술을통해뇌스캔을받아둔사실을아는것도진혁뿐이다.의식잃은회장을병실로옮긴뒤진혁은회장의신체데이터를관리하는생명공학스타트업‘건잠머리랩스’를불러들인다.
평소기분에따라즉흥적으로유언장을바꾸곤했던김회장은쓰러지기일주일전에도내용을고쳤다.바뀐유언장에따라유산상속비중이달라질터.그내용을알아낼방법은단하나,데이터화된회장이컴퓨터프로그램을통해입을열게하는것뿐이다.진혁은삼남매중가장입지가불안정하고그만큼절박한여옥에게접근해유산싸움을부추기고,한편에서자신만의비밀스러운작전을수행해나간다.

“꼭대기는한명이야,그게왕이든회장이든.
사람수대로나눠가지면셋다약해지고작아지는거야.”

재벌이라는단어가한국만의기업문화를통칭하는명사로서전세계적으로통용되기시작한것은거대한자본이주로소수가족구성원의지배를받는다는독특한특성때문인것으로보인다.외부인이경영에개입할여지가적고비밀스러우며정치·경제·사회적으로막대한영향력을끼치는그흥미로운성격때문에영화나드라마속단골소재로도등장해왔다.소설속무일그룹일가의모습역시미디어를통해알려진재벌가의구조를충실하게따르고있다.
가부장적이며권위적인성격의김백식회장,장남으로서자기선택권없이늘강압적인지시에따라야했던무준,딸이라는이유만으로능력을인정받지못했던장녀여옥,방랑아취급을받으며아버지의죄를뒤집어써감옥까지드나들정도로멸시받아온차남무영.무준은자신이이룬가족만은평탄하게살수있기를,여옥은능력을인정받고경영권을거머쥐기를,무영은자유가보장되는삶을얻게되기를꿈꾸며저마다의존재가치를증명하기위해분투한다.각자가지닌인맥,재력,작전을총동원해펼치는이들의암투가자신을비호하려는노력에서비롯된다는점은이야기의몰입감과입체감을높이는요소로작용한다.
이모든과정을마치감독하듯지켜보면서도진혁이미처고려하지못했던변수가있다.바로가사도우미인상연이다.지체없이제거하거나돈을주고잠재울수있는보통의적들과다르게,상연은이십대특유의맹랑함과호기심으로무장한채진혁이쌓아놓은단단한방어벽을무리없이뚫고들어온다.진혁이상연을예측할수도거부할수도없는건그녀에게서거창한목표나야욕이보이지않기때문이다.전공이적성에맞지않아파티시에를꿈꾸는,유학비를벌기위해저택에서일하기시작했다는,그저평범한청년일뿐인상연의활약은소설을예측할수없는결말에다다르게한다.

“인간은그저데이터덩어리일뿐이야.
인공지능이든인간이든다를바없어.”

권력을남용하며주변을호령하는대기업총수의뇌를빼내어프로그램에심는다는설정을통해작가는평범해지기쉬운재벌서사를비틀어뜻밖의위치에올려놓는다.포악했던현실에서의성격과는달리컴퓨터에이식된회장은마치본성이제거된것처럼온순한모습을보인다.비인간적인시스템에갇힌회장을두고오히려인간적으로바뀌었다며만족스러워하는삼남매의모습은인간이인간답지않은형태로존속을꿈꾸는일이얼마나무용한지,인간다움이란과연무엇인지를고민해보게만든다.
누군가의호출을통해서만깨어나는무(無)의차원에갇힌채로,김회장은자신이그토록꿈꾸던영생을이루게되었다.그러나그것이과연그가원하던불사가맞을까.인공지능이사람을대체하고전자기기의도움없이는생활이거의불가능해진시대,“데이터덩어리”에불과한것이아닌진정한자기자신으로서살아가는일이얼마나중요한지를펼쳐보이면서,소설은파국에가까워진상황속에서도각자의욕망을향해달려나가는인물들을그려냄으로써끝날듯끝나지않는무한한게임의굴레로독자들을초대한다.

*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
‘읽는’소설에서‘보는’소설로

국내최고의작가들이만들어나가는
무수한취향의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몰입감높으며,독자의마음에감동을남기는
웰메이드장편소설의퍼레이드가펼쳐집니다.

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는‘플레이(PLAY)’라는이름에서확인할수있듯,소설읽기를‘놀이’로즐길수있도록다양한장르를망라하는문학테마파크를지향한다.또한한장면한장면허투루쓰이지않은감각적이고탄탄한장편소설을엄선해다양한매체를통해‘재생’함으로써오감을통해구체적으로체험하는문학을선보이고자한다.앞으로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는평단과독자에게인정받는국내최고의작가들과함께하며재미와감동을함께전하는뛰어난작품들로채워질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