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고리오 영감

$16.72
Description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 발자크의 대표작
‘인간극’ 총서의 문을 열어젖힌 첫 소설이자
인류의 상승 의지에 바치는 근대의 서사시
치밀한 현실 묘사를 특기로 장대한 작품세계를 펼친 ‘근대소설의 창시자’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 여러 사업을 벌이고 사교계에 드나들면서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이어간 그는 무려 91편으로 이뤄진 ‘인간극’ 총서로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문학동네는 발자크의 작품으로 『나귀 가죽』 『루이 랑베르』 『13인당 이야기』를 출간한 데 이어, ‘인간극’으로 진입하는 주요 관문이라 할 대표작 『고리오 영감』을 선보인다. 오랫동안 발자크를 연구해온 역자 이철의 교수의 충실한 번역, ‘인간극’이란 틀 안에서 작품을 다각도로 감상하도록 돕는 상세한 해설, 작품 속의 주요 장소를 표시한 파리 지도, 번역 대본으로 삼은 ‘수정 퓌른판’에서는 삭제되었으나 발자크의 문학관을 잘 담아냈기에 수록한 초·재판 서문, 이 작품 이해의 관건인 당대 화폐와 금융에 대해 알려주는 부록은 『고리오 영감』을 보다 깊고 폭넓게 음미하는 데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오노레드발자크

저자:오노레드발자크
1799년5월20일프랑스투르(Tours)에서4남매중장남으로태어났다.발자크의모친은자녀에게무심한편이어서낳자마자아들을유모의집에서기르게했고,이어서그를오라토리오회수도원기숙학교에넣고서찾아보지않았다고한다.가족과떨어져유년기를보낸이시절의외로움과슬픔은그의소설《골짜기의백합(LeLysdanslaVallee)》에잘나타나있다.1814년가족이파리로거처를옮기게되자발자크는파리에서학업을이어가게된다.그는법학공부를하는이외에소송대리인과공증인사무소의수습서기로일하면서법률실무를익힌다.이시기에얻은법률지식과경험은이후그의소설창작의밑거름이되어《인간희극》에서는법률문제와관련한많은사건이등장하며풍부한법률지식이반영되어있다.그러나1819년발자크는법률가의길을포기하고파리의비좁은다락방에갇혀지내며문학습작하는생활에전념한다.첫작품은운문비극〈크롬웰〉이었고,이후몇몇소설들을발표하지만주목을받지못했다.생계를위해친구들과공동작업으로당시유행하던모험소설들을출간하기도했다.1825년문학활동으로두각을나타내지못한발자크는사업에뛰어들어재정적발판을마련하고자한다.출판사와인쇄및활자제조소운영으로이어지는발자크의사업은2년만에실패로끝났고발자크는파산에이르러막대한부채를짊어진다.이후문학의길로되돌아왔으나그는평생빚에쫓기면서돈을벌기위해소설을써야하는고달픈생활을계속하게된다.이후《인간희극》에포함된《마지막올빼미당원(LeDernierChouan)》이1829년발표되면서발자크의작품은드디어빛을보기시작한다.이해에나온《결혼생리학(LaPhysiologiedumariage)》은세간의큰주목을받으며호응을얻었다.1830년부터는파리의여러살롱을다니면서사치스러운생활을추구했다.1833년부터1835년에이르는동안발자크는소설가로서당시낭만주의문학을벗어나자신의확고한창작세계를형성한다.이시기에《고리오영감(LePereGoriot)》을비롯해《외제니그랑데(EugenieGrandet)》,《루이랑베르(LouisLambert)》,《세라피타(Seraphita)》등많은소설이발표되었다.발자크는앞선작품에등장했던인물을재등장시키는독특한기법을《고리오영감》에서처음시도한이후이기법을계속사용하면서자신이이미쓴작품들과앞으로쓸작품들을연계해하나의거대한체계로완성할계획을했다.1841년이총서의제목을《인간희극》으로정하고첫권에서문(Avant-Propos)을붙여소설에대한자신의개념과작품들이이어지는원칙을밝힌다.그러나애초에130여편의소설들로구상했던작품집은1850년발자크가서거하면서미완성으로남겨진다.한편발자크의건강은과도한집필활동과재정적압박으로인해차츰소진되어가고있었다.1850년1월결혼을앞두고우크라이나에머물고있던발자크의건강은돌이킬수없을정도로악화되었다.그해3월결혼식을올리고5월우크라이나를떠나파리로돌아왔다.하지만신혼집에도착한뒤발자크는더이상병석에서일어나지못한채3개월만에숨을거둔다.

역자:이철의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상명대학교프랑스어권지역학전공교수로재직중이다.옮긴책으로오노레드발자크의『나귀가죽』『회개한멜모스·아듀』,에밀졸라의『인간짐승』등이있고,논문으로「발자크와건축」「발자크와시간」「발자크와정치」「발자크와돈」등이있다.

목차

고리오영감_7

초판서문(1835)_421
재판추가서문(1835)_435

해설|『인간극』이라는“거대한건물”의현관,『고리오영감』_439
부록|발자크시대의화폐_499
오노레드발자크연보_505

출판사 서평

19세기프랑스사실주의문학의대가발자크의대표작
‘인간극’총서의문을열어젖힌첫소설이자
인류의상승의지에바치는근대의서사시

치밀한현실묘사를특기로장대한작품세계를펼친‘근대소설의창시자’오노레드발자크(1799~1850).여러사업을벌이고사교계에드나들면서도왕성한집필활동을이어간그는무려91편으로이뤄진‘인간극’총서로문학사에서독보적인이정표를세웠다.문학동네는발자크의작품으로『나귀가죽』『루이랑베르』『13인당이야기』를출간한데이어,‘인간극’으로진입하는주요관문이라할대표작『고리오영감』을선보인다.오랫동안발자크를연구해온역자이철의교수의충실한번역,‘인간극’이란틀안에서작품을다각도로감상하도록돕는상세한해설,작품속의주요장소를표시한파리지도,번역대본으로삼은‘수정퓌른판’에서는삭제되었으나발자크의문학관을잘담아냈기에수록한초·재판서문,이작품이해의관건인당대화폐와금융에대해알려주는부록은『고리오영감』을보다깊고폭넓게음미하는데유익한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

★노벨연구소선정‘100대세계문학’★가디언선정‘역대세계최고의소설100’
★서머싯몸선정‘세계10대소설’★시카고대학선정그레이트북스

“여기서부터시작해야한다”
발자크의야망과역량이응축된대표작

프랑스대혁명10주년을맞이한1799년에태어난오노레드발자크는나폴레옹의제1제정,왕정복고,7월혁명등으로이어지는대격변기를온몸으로겪어낸작가다.그는절대왕정과구체제가무너지면서평민이재산과결혼을통해신분상승하거나귀족일지라도영락해빈곤한처지에내몰리는일이비일비재한혼란스러운시대를살았다.이변화무쌍한시대를목격한증언자이자미래를내다본예언자로서,발자크는단테의『신곡』을본받아“서양의『천일야화』”가될방대한작품집『인간극』을구상했다.1839년경,그동안발표해온작품들에질서를부여해체계적으로재편성하는한편,앞으로집필해나가야할방향을정립한것이다.그가호적부와경쟁하겠다는야심을품고인간과사회의갖가지면모를사실적으로그려낸‘인간극’의소설들은각각독립되어있으면서도‘인물의재등장기법’등을통해유기적으로연결되어움직이는거대한세계와도같다.인간사의‘결과’‘원인’‘원칙’에해당하는‘풍속연구’‘철학연구’‘분석연구’로구성된『인간극』은훗날에밀졸라의‘루공마카르’총서와마르셀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연작에지대한영향을미치기도했다.
‘인간극’총서의작품들중에서도‘인물의재등장기법’을본격적으로적용한첫소설이자총서집필에가속도를붙게해준『고리오영감』은발자크가천명한체계정신,총체성과통일성을향한의지가가장뚜렷이구현되었다는점에서결정적인작품으로꼽힌다.시와비극이주류를이루며소설의위상이그리높지않고,낭만주의운동이한창이던시기에집필된『고리오영감』은소설의새로운가능성을시험해온발자크의문학에대한진지한성찰,등장인물들하나하나의드라마를통해드러나는삶의진실을담아내면서,19세기를대표하는사실주의소설로평가받는다.

딸들에게헌신하는‘부성의그리스도’고리오
출세를꿈꾸는야심만만한청년라스티냐크
두사람의운명이극적으로교차하며빚어낸희비극

『고리오영감』은왕정복고기인1819년11월말에서이듬해2월21일까지약세달간파리의서민하숙집‘메종보케르’를중심으로펼쳐지는일들을담고있다.왕년에는부유한제면업자였으나고독하고궁핍한처지로전락한고리오가딸들을위해마지막남은재산까지탕진하고쓸쓸히죽어가는과정이이소설의큰줄기를이룬다.“영원한아버지의표본”이라고도일컬어지는고리오가보여주는부성애는그저숭고하다기보다는돈으로딸들의애정을구하고도착적인욕망을충족한다는점에서병적인열정에가깝다.그의성공과몰락은나폴레옹의흥망이라는정치적상황과도궤를같이하며,전통적인권위가무너지면서가치관의혼란을빚던시대상을반영하기도한다.
고리오못지않게중요한인물이하숙집4층의이웃방에살며그의마지막을함께하는법과대학생외젠드라스티냐크다.가난한귀족집안의기대를걸머지고파리로상경한그의“호기심어린관찰과파리의살롱을드나들수있던수완”“명민한지능과열의”덕분에이이야기는“진실한색조”를띠게된다.고리오가점점힘겨운상황에처하며비참한말로를맞이한다면,라스티냐크는간절히욕망해온사교계를뚫고들어가며밝은미래를예고한다.사촌인보제앙자작부인의이름을“아리아드네의실”로삼아상류사교계라는“미궁”에진입하고,거기서만난은행가뉘싱겐남작의아내이자고리오의둘째딸델핀의정부가됨으로써출세의발판을마련하는것이다.라스티냐크는이미『나귀가죽』(1831)에서“1829년12월초순”에주인공라파엘을사교계로인도하는능수능란한댄디로등장했는데,『고리오영감』에서는그보다십년앞서,사교계로막발을들이는신출내기로그려진셈이다.이후‘인간극’총서의『뉘싱겐은행』『금치산선고』『아르시의국회의원』『본의아닌코미디언들』등에재등장하는그는승승장구하며화려한편력을보이다가마침내법무부장관자리까지오른다.
이처럼몰락해가는노인과점점성공가도를걷게되는청년의상반된운명이엇갈리는『고리오영감』에서또하나주목해야할인물이하숙집3층에사는비밀스러운사십대남자보트랭이다.일명‘불사조’라불리는탈옥한도형수자크콜랭으로밝혀지는그는돈과사랑을거머쥐려는라스티냐크의욕망을꿰뚫어보곤출세하게해주겠다며유혹한다.하숙인미쇼노의밀고로체포되면서정체가탄로나는데,이작품에서는중간에사라지지만『잃어버린환상』과『매춘부의영광과비참』에재등장해에스파냐사제카를로스에레라,파리경찰청치안대장으로변신하는인물이다.목적을이루기위해서는범죄를불사하는무자비하고냉혹한보트랭은기성체제에대한‘반항’을상징하는존재다.
이세인물말고도『고리오영감』에는신분고하를막론한남녀노소인물들이각기다른개성을지닌모습으로등장한다.‘메종보케르’가자리한뇌브생트즈느비에브가와하숙집안팎의정경을상세히묘사한후,하숙집주인보케르부인을필두로일곱명의내부하숙인을소개하는도입부에서부터발자크특유의집요한묘사와박력넘치는필력이유감없이발휘된다.서로다른상황에처한인물들의드라마를능숙하게엮어내며희로애락을자아내는『고리오영감』은19세기전반의천태만상을생생히재현해낸사회소설이자,갓스물넘은청년라스티냐크가일련의사건들을경험하면서성숙해가는과정을그린성장소설이라고도할수있다.

“돈,그것은목숨과도같다.돈이면뭐든할수있다”

발자크는사업실패로진거금의빚을갚느라평생고생한작가다.돈에줄곧민감했던그의관심사가반영된탓인지이소설에서‘돈’은중요한위치를차지한다.고리오가배은망덕한두딸의관심을받으려오데사에가서전분을제조하려하는것도,라스티냐크가어머니와누이가보내준돈으로옷을사서빼입고사교계에입성하려는것도,보트랭이라스티냐크에게장차파리에서가장부유한상속녀가될빅토린에게접근하라고조언하는것도모두돈때문이다.
발자크는이소설을통해상속받은재산이나아내의지참금없이성실한노동만으로는부를이룩하기어려운현실,돈이없으면아버지마저외면하는,비정할정도로배금주의가만연한현실을낱낱이고발한다.이에착안한토마피케티는『21세기자본』에서19세기초노동소득과자산소득의현격한격차,부의불평등한분배를보여주기위해『고리오영감』속한장면,보트랭이라스티냐크에게출세에관한일장연설을펼치는부분을인용하며“보트랭의설교에서가장섬뜩한부분은이것이왕정복고사회의정확한특징들을생생하게묘사한점”이라고했다.역자이철의는돈이이작품이해의결정적요소라보고,당대통용되던여러화폐의단위와가치,어음,국채,은행,이자율등에대해정리한부록을해설뒤에추가했다.돈때문에가족관계가변하고,돈으로사랑과권력을쟁취하려는상황을그린『고리오영감』은물질만능주의가여전한지금을돌아보게하며씁쓸한여운을남긴다.

발자크의마지막손길이닿은‘수정퓌른판’을번역한결정판

『고리오영감』은사업실패후집필활동에다시금몰두해『나귀가죽』(1831)으로명성을얻고『샤베르대령』(1832),『외제니그랑데』(1833)등으로입지를다지던발자크가역량이한창무르익은1834년가을에집필하기시작해이듬해초에탈고한작품이다.1834~1835년주간문예지〈르뷔드파리〉에네차례에걸쳐게재되고1835년단행본으로묶여나왔는데,이번역본은발자크가“『인간극』의최종원고”라고선언한‘수정퓌른판’을따랐다.그래서초판의장구분없이쭉이어지는구성이지만,애초에총여섯장으로구성해낸서사의밀도높은짜임새로극적효과를거둔다.이점을보여주기위해각주로초판의장제목(1장서민하숙집,2장두번의방문,3장사교계입성,4장불사조,5장두딸,6장아버지의죽음)을밝혀놓았다.
『고리오영감』은1844년‘퓌른판’『인간극』전집에처음수록될때는‘풍속연구’의‘사생활’‘파리생활’‘지방생활’‘정치계’‘군대’‘농촌생활’중에서‘파리생활’장면으로분류되었다.그만큼파리가단순한배경에그치지않고이야기와밀접한관련을맺는장소로등장하는이소설은,파리를부지런히누비는라스티냐크의동선을따라하숙집이자리한남부의포부르생마르셀,전통귀족의거주지인포부르생제르맹,신흥귀족과부르주아지의거점인쇼세당탱등의서로다른장소로독자들을안내한다.『고리오영감』에서파리는무절제한욕망추구로인해타락이만연한“진흙구덩이”,깊이를알수없고수수께끼로가득한“대양”등으로비유되곤한다.‘수정퓌른판’에서『고리오영감』은,고리오를위시한인물들의드라마로무게중심을두려는의도에서인지‘사생활’장면에편입되었다.이렇듯‘인간극’이라는거대한체계안에서『고리오영감』이어떤위치를차지하는지도염두에두고읽는다면,작품을감상하는묘미가한층배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