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

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

$17.50
Description
흩어진 시간 위에 새로운 목소리를 입히는 ‘뉴-제너레이션’ 소설
신예 작가 김본 첫 소설집 출간!
새로운 세기(世紀)에 대한 기대가 넘실거리던 2020년, 1,374편의 소설이 응모된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의 심사대에는 보통의 단편소설 길이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묵직한 중편소설도 올랐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미국 여행을 방문하게 된 어린 ‘나’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그 소설은, 환영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에서 타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내일’도 ‘집’도 없이 궁지에 몰린 사람의 처지를 섬세하게 감각하게 해 역설적으로 타자를 환대하는 일이란 무엇인지를 장면화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필요한 감각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그 소설에 대해 심사위원은 “씩씩하고 성실하며 진지하다”(소설가 김성중), “곱씹을수록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소설가 김이설), “독자로서 장면에 참여하고 관찰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소설가 편혜영)는 찬사를 보내며 그해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풍성한 화젯거리가 담긴 이야기성이 돋보이는 그 소설은 김본의 데뷔작 「내일의 집」이다.
작가는 데뷔작에 쏟아진 기대에 부응하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선보여왔다. 과거의 어느 시간을 오감으로 되살리는 뛰어난 묘사, 어딘가 모나고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종내에 이해하게 하는 정제된 문장이 돋보이는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엮은 『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쓸려나가고 지워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기말”(1999년)도 “새천년”(2000년)도 아닌 ‘1996년’이라는,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연도에 태어난 자신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정의하는 「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의 주인공은 김본 소설을 대표하는 화자로 보인다. 화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급변하던 시기, 불안정한 경제 환경과 극심한 입시 경쟁을 지나온 소위 ‘90년생’이다. 계획 없이 태어나 누구의 주목도 받아본 적 없는 화자가 동세대의 풍경뿐 아니라 이전 세대의 가족, 친구, 이웃 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그러한 화자가 묘사하는 소설 속 잡음 섞인 라디오, 유행이 지난 유행가, 녹음기, 중고 만화책 등 복고적인 소재는 독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현재의 위치에서 과거를 들여다봄으로써 미래를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를 비춰주는 반사경의 역할도 하는 듯하다. 『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은 과거의 흩어진 시간 위에 새로운 목소리를 입히는 ‘뉴-제너레이션’ 소설이라 칭할 만한, 신예 작가 김본의 야심 있는 첫 소설집이다.

김본의 세계엔 조금씩 비뚜름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세상과 주파수가 미묘하게 어긋난 이들, 표준에서 고작 ‘한 뼘 떨어져 있음에도’ 괴짜, 별종으로 불리는 이들이 홀로 넘어지거나 함께 휘청이며 산다. 시대가 잃거나 잊은 이들의 목소리를 김본은 지우고 덮는 대신, 삑사리와 거친 잡음까지 겹겹이 살려 우리에게 흘려보낸다. (…) 뭉개지고 바랜 로-파이 속에서 삶의 잔향을 찾아내는 아날로그적 서사.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그렇게 읽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일으켜세운다. 느슨하게 늘어진 테이프처럼, 가늘게 흐르는 희망과 함께. _성해나(소설가)
저자

김본

저자:김본
2020년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슬픔은자라지않는다…007
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055
차라리잠든밤…109
내일의집…161
뱀이쫓아온다…229
안개가시작된다…277
숙희의미래…323

해설|전승민(문학평론가)
비장소(atopos)의사랑…377

작가의말419

출판사 서평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들려오는한밤의사연처럼
웃음을안기면서도이상하게먹먹하다.”_성해나(소설가)

“역사가멋대로기록한,혹은기록에도남기지않은
이들에게이야기의자리를내어준다.”_한소범(기자,작가)

흩어진시간위에새로운목소리를입히는‘뉴-제너레이션’소설
신예작가김본첫소설집출간!

새로운세기(世紀)에대한기대가넘실거리던2020년,1,374편의소설이응모된문학동네신인상소설부문의심사대에는보통의단편소설길이를두배이상뛰어넘은묵직한중편소설도올랐다.어린시절엄마를따라미국여행을방문하게된어린‘나’의시선에서전개되는그소설은,환영하는사람이없는나라에서타자가된다는것이무엇인지를보여줌으로써‘내일’도‘집’도없이궁지에몰린사람의처지를섬세하게감각하게해역설적으로타자를환대하는일이란무엇인지를장면화한이야기였다.새로운세기를맞이한우리에게필요한감각이무엇인지를질문한그소설에대해심사위원은“씩씩하고성실하며진지하다”(소설가김성중),“곱씹을수록소설읽기의즐거움을주는작품”(소설가김이설),“독자로서장면에참여하고관찰하고의미를발견하는기쁨을누리게해준다”(소설가편혜영)는찬사를보내며그해당선작으로결정했다.풍성한화젯거리가담긴이야기성이돋보이는그소설은김본의데뷔작「내일의집」이다.
작가는데뷔작에쏟아진기대에부응하며꾸준한작품활동을선보여왔다.과거의어느시간을오감으로되살리는뛰어난묘사,어딘가모나고우스꽝스러운인물을종내에이해하게하는정제된문장이돋보이는일곱편의중단편소설을엮은『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은시간의흐름속에서쓸려나가고지워진사람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세기말”(1999년)도“새천년”(2000년)도아닌‘1996년’이라는,뭐라규정하기어려운연도에태어난자신을“잃어버린세대”라고정의하는「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의주인공은김본소설을대표하는화자로보인다.화자는아날로그에서디지털시대로급변하던시기,불안정한경제환경과극심한입시경쟁을지나온소위‘90년생’이다.계획없이태어나누구의주목도받아본적없는화자가동세대의풍경뿐아니라이전세대의가족,친구,이웃들의모습을그린다는점은의미심장해보인다.그러한화자가묘사하는소설속잡음섞인라디오,유행이지난유행가,녹음기,중고만화책등복고적인소재는독자의향수를불러일으키는한편,현재의위치에서과거를들여다봄으로써미래를어떻게살아나가야할지를비춰주는반사경의역할도하는듯하다.『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은과거의흩어진시간위에새로운목소리를입히는‘뉴-제너레이션’소설이라칭할만한,신예작가김본의야심있는첫소설집이다.

김본의세계엔조금씩비뚜름한사람들이모여산다.세상과주파수가미묘하게어긋난이들,표준에서고작‘한뼘떨어져있음에도’괴짜,별종으로불리는이들이홀로넘어지거나함께휘청이며산다.시대가잃거나잊은이들의목소리를김본은지우고덮는대신,삑사리와거친잡음까지겹겹이살려우리에게흘려보낸다.(…)뭉개지고바랜로-파이속에서삶의잔향을찾아내는아날로그적서사.이일곱편의이야기는그렇게읽는이의마음을조용히일으켜세운다.느슨하게늘어진테이프처럼,가늘게흐르는희망과함께._성해나(소설가)

“우리,완전잃어버린세대다”

잡음섞인라디오,찢어진만화중고책,낡은도서대출카드…
아날로그의향수와디지털의속도사이에서
아무도모르게지워진가족,친구,그리고나의이야기

소설집의문을여는「슬픔은자라지않는다」는대학생선주가동기와함께삼대삼미팅을하는장면에서시작해,미팅에함께하기로약속한소위‘퀸카’대신자신을‘폭탄’이라칭하는인물이등장하면서의외의재미를안긴다.이십대시절교분을나누었으나십수년의시간이지나고점차관계가시들해진선주와친구들의모습을통해나이든다는것과어른이된다는것의과정을찬찬히보여주는이야기이다.한편,선주가오래도록잊고있던‘폭탄’이라는존재의흔적을맞닥뜨리는중반부를통해시간의흐름에도‘자라지않는’것은존재한다는사실,과거의슬픔은극복하기보다는그저“보존서고”(29쪽)처럼간직할수밖에없으며그것이바로성장일지도모른다는것을일깨워준다.
「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은방송국구성작가로일하는화자‘나’가어릴적에는어렴풋이만알고있었던삼촌과관련된비극적인가족사를들려주는작품이다.한때세간을떠들썩하게했던‘내귀에도청장치’난입사건을일으킨사람을둘째삼촌으로두었다는허구의상상력에그시절횡행한독재정권의국가폭력문제를결합해역사가기록하지않은개인의아픔을생생하게재구성해낸감동적인소설이다.
해설을쓴문학평론가전승민은김본의소설에는“‘이야기’나‘기록’과관련된직업을지닌이들이주요하게등장”(399쪽)한다고말한다.「슬픔은자라지않는다」의선주가도서관서고를관리하는사서,「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의주인공‘나’가방송국구성작가라면,「차라리잠든밤」의‘나’는방송국PD이다.‘나’가전속계약종료를앞둔동료성우재하의더빙오디션을돕는이야기인「차라리잠든밤」은두사람이각자지닌남모를상처를서로를통해치유해나가는모습을아름답게그린다.한때커다란반향을일으킨영화<더퍼스트슬램덩크>의텔레비전판인만화<슬램덩크>가재하의더빙오디션의대상작품으로등장하는데,여러판본이존재하는만화속작중인물은성우에따라목소리가달라서시청자는늘“혼합되고편집된〈슬램덩크〉만을감상할수밖에없”(133쪽)다는설정은흥미를유발한다.이는‘나’가재하와함께하는더빙연습,그‘목소리들의겹침’과도연결되면서‘나’가과거트라우마로남은엄마와의어떤사건을수용할수있는기억으로변화시켜나가는과정이깊은여운을남긴다.

살아온세월이담긴사람의얼굴,
그얼굴을닮은가족들의다채로운모습들

「슬픔은자라지않는다」「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차라리잠든밤」이김본소설의복고적인매력을엿보게한다면,「내일의집」「뱀이쫓아온다」「안개가시작된다」는가족을키워드로하는김본소설의또하나의특징을살피게한다.
「내일의집」은어린시절엄마를따라미국을세번방문했던‘나’의이야기이다.소책자『라디오스타가사라진다음에는』뉴페이스북에서작가가편집자와의인터뷰를통해밝힌바「내일의집」에는어린시절엄마를따라다녀온미국여행의기억을되살려낸작가의자전적인경험이담겨있다.아메리칸드림이번번이좌절되고끝내‘자기만의집’을갖지못하는엄마의실패기를어린‘나’의시선에서그려낸이소설은한국문학의한지류인강렬한여성성장소설의계보를잇는것처럼보인다.
「내일의집」이고모할머니와엄마,엄마의친구,자식세대인‘나’와동생의모습을낯선타국을배경으로보여준다면「뱀이쫓아온다」는할아버지,할머니,고모와삼촌,그리고부모삼대의이야기를한국을배경으로펼친다.할아버지의집에보관된오래된뱀술로인해가족에게“액운”(273쪽)이닥쳤다고믿는‘나’는실제로가족안에도사린죽음과불행을겪으며성인이된다.그런‘나’가그미신을떨쳐버리며비로소‘가족’이라는혈육공동체에서벗어나는결말부는커다란울림을전한다.
「안개가시작된다」는어릴적이혼한부모양측이모두양육권을포기하는바람에이모네집에서길러진‘나’의이야기를그린다.이른나이에명을달리한사촌언니를떠나보낸‘나’는남겨진사촌언니의배우자원규오빠와딸슬기에게복잡미묘한감정을느낀다.그런‘나’의내면은사회가규정한소위‘정상가족’이라는틀에서는설명하기어려운감정으로,그것을무엇으로불러야할지를안개와같은여백으로독자에게남긴채가족의의미를다시한번생각하게하는매혹적인작품이다.

새로운이름으로살수있다면무엇을택할수있을까?

소설집의대미를장식하는「숙희의미래」는전(前)세대인‘미래’와후(後)세대인‘숙희’두여성의이야기를교차하며“새로운이름으로살수있다면무엇을택할수있을까?”(360쪽)라는질문아래이름이주는운명에서벗어나려는여성들의모습을보여준다.직장을관두고어머니를돌보게된미래,무명가수로살고있는숙희의이야기는각각개별적으로존재하는듯하다가어느순간절묘하게포개지는데,전승민은해설에서“우리는과거를일방적으로상속받기만하는것이아니라바로그과거를다시새로고침하며당시에는조명되지못한진실을드러내고새롭게긍정”(408~409쪽)하게된다고해석한다.“삶이우리를더나쁜쪽으로데리고갈거야”(354쪽)라는부정적인생각이들때마다선대여성의삶을떠올리며자신의현재를다잡는숙희는기억할만한또하나의여성인물일것이다.
나와가장가깝게여겨지는가족의삶을실은타인의그것보다도알지못하고있었다는자각이들때,그래서가족의삶을다시한번깊이들여다봄으로써가족과그역사뿐아니라그사회의모습을,무엇보다나자신을조망하게하는김본의소설은‘기록’과‘보존’이라는문학의한역할을수행하는동시에우리가잊고있던주위소중한사람들의손을잡고싶게하는애틋한마음을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