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고선경 산문)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고선경 산문)

$16.80
Description
“너무도 찰나여서 영원에 가까운, 반짝반짝 허무한”
젊음이라는 새큼달큼한 시절에 관한 감각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첫 산문집!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출간 이후 뜨겁게 주목받으며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고선경의 첫 산문집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가 출간되었다. 시인이 수년간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기에 때때로 기록한 메모, 새로 쓴 원고들을 더해 엮은 이 책에는 이십대 청년으로서 그가 줄곧 그려온 알록달록한 마음의 무늬들이 수놓여 있다. 심상한 듯하다가도 때때로 일상을 압도하는 고뇌, 등단을 준비하며 겪었던 자신과의 치열한 사투, 마침내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시인으로 발돋움한 뒤에도 왜인지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괴로움이 두루 담겼다.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센 우울이 역풍처럼 찾아오지만, 그것에 함락당하지 않고 버텨내려 애쓰는 고선경만의 꼿꼿한 긍정의 자세가 글자의 틈새마다 시리게 빛난다.
모든 감정이 예민하고 생생하게 감각되는 시기. 삶의 가장 찬란한 구간을 통과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시시각각 실감하지는 못한 채로 스스로를 실컷 망쳐본 뒤에야 끝나는 청춘이라는 시절. 그 불완전한 삶의 구간을 고선경은 ‘꿈’이라는 단어로 빚어본다.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서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시인의 말’에서)며 황홀한 비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던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허무맹랑하고 허점투성이인, 불완전한, 우리 누구나 지닌 그 엉망진창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꿈’에 빗대어 털어놓는다. 시인이 감각하는 ‘꿈’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간밤에 꾼 꿈, 그리고 미래를 저당 잡는 꿈. 평소에 떠올리는 대부분의 생각과 계획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꿈만 같기에, 둘은 거의 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뒤섞인 빨래와 읽다 만 책, 펼쳐진 노트북,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베개, 수치심과 슬픔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던 이십대 초반의 자취방”처럼 어딘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완의 느낌으로 남겨지는 것이 청춘의 특성이라면, 고선경은 청춘의 세부를 샅샅이 뒤져보며 최대치로 감각하려는 자다. 주어진 것이 고통이라면 힘껏 아파하고, 즐거움이라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할 줄 안다. 그러는 동시에 현실에 착실하게도 매여 있는 사람이다. 경제적인 문제에 골몰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는 와중 남겨둘 것과 떠나보낼 것을 꼼꼼하게 구별해낸다. 일상의 틈에서 작은 즐거움들을 건져내는 데 선수이며, 사랑과 우정을 지키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 “요란하고 고요한 엉망진창” 속에서 부지런히 시까지 써내며 삶이 건조하고 척박한 것으로 방치되지 않도록 꾸준히 가꾼다. 이토록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에서, 고선경이 그려내는 젊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현실 감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저자

고선경

저자:고선경

2022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샤워젤과소다수』『심장보다단단한토마토한알』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_005

1부아침에일기를쓰는건기분에좋다

분홍색우산장식처럼_015
언제시작되었는지알수없는상상_016
아이셔좋아해?_017
게임오버가떴을때는다시하기버튼을누르면된다_021
젖은머리카락이마르기를기다리며_025
내가당신의이웃이아닐지라도_026
BestLife_034
아침에일기를쓰는건기분에좋다_037
싫은것을생각하다가도약해지는마음_040
가벼운외출_043
왜나에게는언제나치사량인가_045
도쿄여행기1_049
도쿄여행기2_056
속초일기_062
실은열쇠따위필요하지도않다_066

2부시는써야겠고,슬프네

하루살이가알전구주위를맴돌고_077
계절과기분이라는착각들_078
좋아하는걸좋아하기를멈추고싶지않았다_082
등단직전까지쓴일기들_088
불이꺼지기를기다리며더운비를맞고서있던날들_095
최선의차선_097
취중진담이라는농담_100
긴긴여름_102
운명적여름_106
우리의낭만이같지는않지만_109
열세살의여름방학_115
손거울을꺼내들여다보듯이_119
나가이오야스미_120
날씨가좋으면슬픈생각을하게되어있다_124
긴여름_125

3부심장을꺼내보이지않아도괜찮아

가능성_129
백수일지_130
나의행운을빌었다그것이세상에쓸모가있으리라믿으면서_136
죽지는않겠지만항복입니다_142
희망하게하는희망_145
영원성_146
각자의도시,도시의각자_147
소진앞에서구차한사람_150
마음샌드는안먹어봤지만마음이샌드되어있다고생각하면왠지좀부담스럽다!_154
첫시집출간을앞두고_159
이상과현실_163
중학생의기분과귀여운음식_166
겨울보다여름에가까운심장_170
현실은싸워야할대상이아니에요_175
스티커를붙이는센스가인생의센스이기도한거다_179

4부그래,이것을첫눈으로여기기로한다

친구가많다는건외롭지않다는게아니라내가외로운걸아는사람이많다는것_185
가을볕에물웅덩이말라갈무렵_186
도쿄산보_188
네일이나내일이나_194
주인공은망상가_195
지구일기_199
이사일기_203
너무너무보고싶다_209
어떤블루스_212
오산하에게1_213
오산하에게2_219
쿠마와함께한모든시간_225
이쯤에서쿠마가궁금할여러분을위해_233
철지난커플티셔츠는잠옷으로도입지말것_234
첫눈이내렸다고한다_238
끝나지않는여름_244

나가는글_249

출판사 서평

“이렇게뻔히들여다보이는데도아름답네.
겪고나면이것도나의세계에편입된다는게.”
어설픈과거와불확실한미래사이를
리드미컬하게오가는나자신과의경쾌한담화

이책에는일기나메모형태로적힌과거와과거이후의시간들이뒤섞여있다.불투명한현실과구체적인망상이,동사할것같은여름과화염에휩싸인듯한겨울이,목적지없는여정과목적지가뚜렷한방황이뒤엉켜있다.나는이제그것들을일일이구분지으려하지않는다.단지그모든것위에두발을붙이고싶다._‘들어가는글’에서

방황과헤맴의여정을청춘이라는단어로단정짓기이전에그면면을상세히들여다본시인은모든의식의밑바탕에주변의관심과사랑을갈구하는어린마음이남아있음을알게된다.그러한속내를솔직하게드러내면서시작하는1부‘아침에일기를쓰는건기분에좋다’에는기대와는달리매몰찬세상에대응하기위한방책으로글쓰기를택한시인의모습이담겼다.그가고른주무대는블로그였다.원할때접속했다가언제든지비공개로전환할수있어불특정다수앞에노출되고싶다는욕망을충족하면서도,예측불가능한위험으로부터자신을감출수있는비교적안전한공간.그속에서만난독자들과가상으로나마연결되어있다는느슨한유대감에기대어,고선경은자신을관찰하고표현하는수단으로서글쓰기를계속한다.

그렇게적어낸무수한글들은훗날지면을얻어시와산문이되었다.2부‘시는써야겠고,슬프네’에는본격적으로시쓰기에몰두하는고선경이있다.누구보다치열한습작생시절을보냈다고자부하면서도,매번쓸때마다새로운난관에부딪혀괴로워하는내밀한모습이고스란히담겼다.몰아치는수치심과자기혐오속에서도“좋아하는걸좋아하기를멈추고싶지않은마음”을지켜내려노력하는그의태도에서는삶에관한애착이묻어난다.자신의허술함을누구보다잘알고있지만,그약점을사랑스러운매력으로승화시키는능청스러움도엿보인다.타인의시선과평가아래서‘잘해내는사람’이되고싶다는조바심과긴장감에시달리다가도“너무능숙하면사람들이또싫어하거든”하며빠져나갈탈출구를하나씩남겨놓는다.무더위,그리고무력감.주로뜨거운여름에발동되곤했던수많은망상과착각들.근거없는기대와희망으로진땀을흘리는그는그러나뙤약볕아래서있는듯한괴로움에단련된사람이다.암울한시절의일기들이암울하게만읽히지않는이유가여기에있다.

이어지는3부‘심장을꺼내보이지않아도괜찮아’에서고선경은타인의평가에지나치게연연하며의기소침해지는스스로를인지하면서,이제는무언가를증명해내야만할것같은강박에서벗어나고싶다고밝힌다.시쓰기는여전히영원한숙제처럼남아열패감과절망감을선사하고,때때로지난시간에대한후회가덮쳐와속절없이자책의늪에빠지기도하지만학생들을위한강연을준비하고묵묵히두번째시집을엮을채비까지마친그는어느덧“훌쩍성장”해있다.누군가의신랄한비판에얽매이기보다는“또해볼게요.이번에는더잘해볼게요”라고말하며선선히다음을기약하는강인함마저갖추고있다.

매일이이별이라면그럼에도매일을겪어내는것이요술같지않나?문장속에서사랑하는이들을만날수있는것이.그런문장을내가얼마든지써낼수있는것도._「이사일기」에서

4부‘그래,이것을첫눈으로여기기로한다’에서는영영떠나버린상대를향한진득한그리움이묻어난다.소중한줄도모르고흘려보낸이십대.“남부럽지않게치열했고외로웠고”“이따금짜릿했던”,“너무찰나여서영원에가까운”그시간들을곁에서함께해주었던모두가저마다의자리에서즐겁게살아가기를간절히바라면서,그리운얼굴을다시마주하게될날이오기를손꼽아기다리면서,아끼는모든존재를그러모아문장으로죽나열해본다.앓고난뒤에말끔해진사람의태도로,생일파티초대장을건네듯무겁지않은투로,그러나얼마간의절실함이녹아있는목소리로고선경은우리를그문장의세계로기꺼이초대한다.자주는말고“가끔만오라고”청한뒤에뒤늦게덧붙인다.“안녕,여기가나의세계야.물론전부는아니야.”이망설임의틈새에서다채로운일상을함께경유하게될독자분들을환영한다.어수룩해서애달팠던과거의나를맹렬하게통과해간,‘청춘’이라뭉뚱그려명명하기아까울정도로소중했던삶의낱장들을저마다되짚어볼수있기를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