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의 마디

엇박자의 마디

$17.00
Description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이차원의 악보를 연주하면 삼차원의 음악이 펼쳐지듯이
후회와 희망을 받아들여 지금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건
삶의 연주자인 우리라는 것을.” _김연수(소설가)

무대공포증으로 활 대신 펜을 든 바이올리니스트의
음악과 시간, 상처와 사랑에 관한 눈부신 기록

음악만큼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이 있을까? 우리는 운전하면서 듣는 음악 재생 시간으로 시간의 길이를 인식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 박자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들 때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엇박자의 마디』의 저자 내털리 호지스는 이러한 시간의 감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한 호지스는 시간의 압박에 쫓기는 무대공포증 때문에 이십 년 가까이 해왔던 음악을 그만둔다. 하지만 호지스는 활 대신 펜을 들고 과거를 마주하며 그 의미를 재정의한다.
『엇박자의 마디』는 상처의 기록이자, 시간에 대한 탐구이자, 음악을 향한 사랑의 고백이다. 호지스는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물리학과 양자역학까지 파고들어 시간과 음악의 관계를 탐구한다. 또한 자신을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준 어머니의 이야기, 클래식을 전공하는 아시아인에게 따라붙는 차별, 한국계 미국인 이민자의 애환, 아버지에 관한 가슴 아픈 가족사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꿈을 포기해야 했던 좌절과 개인적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는 음악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보내온 특별 서문에서는 미국으로 건너온 조부모의 이야기를 밝히며 자신의 뿌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내털리 호지스의 데뷔작 『엇박자의 마디』는 전미도서상 후보와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NPR과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시인의 영혼을 지닌 음악가이자, 음악가의 심장을 지닌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호지스는 과거에 일어난 일은 얼마든지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대상에게 배신당했을 때조차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엇박자에도 리듬과 선율이 있듯이
엇나간 삶에도 의미가 있다

어머니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시작한 호지스는 여러 차례 지역 대회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드러내지만, 열여섯 살 때 참가한 음악 캠프에서 처음으로 높은 벽을 마주한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주말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다녔고, 평일에는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아왔다. 심지어 캠프의 어느 선생은 “너는 솔리스트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니 지금부터 학교 공부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라고 혹평을 던진다. 이에 호지스는 새벽까지 연습을 거듭하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악착같이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음악을 그만둬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생 노력해도 영원히 부족할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랑하는 바이올린에게도,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게도.
물론 음악을 하는 동안 쓰라린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오케스트라 동료들과의 연대, 어머니와 함께 연습했던 애틋한 새벽녘의 시간, 몸과 마음이 음악과 합일을 이루었던 감각은 그가 바이올린을 삶의 일부로 포용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호지스는 마음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과거를 다시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음악가가 될 기회를 상실했다거나 스스로 포기했다고 느끼기보다 음악가로 사는 삶이 그 당시 꼭 필요하고 놀라운 일이었음을, 그러나 결국에는 그 시간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음을” 받아들인다. 또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음악의 시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글에 신빙성과 보편성을 더한다.
호지스의 지난 여정을 누군가는 정해진 악보에서 벗어난 엇박자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엇박자에도 나름의 리듬과 선율이 있듯이, 엇나간 삶에도 의미는 있기 마련이다. 또는 엇나갔기에 비로소 보이는 것도 있다. 한때 바이올린에 모든 것을 바친 음악가였다가 이제는 주목받는 작가가 된 호지스는, 한쪽 문이 닫히면 또다른 문이 열린다는 교훈을 몸소 보여준다.

과거를 재구성하고 치유하는 글쓰기의 힘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경이로운 여정

시간 순서대로 책을 쓰다보면 과거를 달리 읽게 된다. 일어난 사건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그에 대한 의미와 그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한 번의 삶을 구성하는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뒤섞이고 합쳐진다. 그러는 동안 우리 안에 잠재된 의식은 기억의 여백에다 시간을 거듭 고쳐 쓰며 연대표에서 서사를, 시간의 혼돈 속에서 질서를 끄집어낸다. 기록하고, 쓰고, 기억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특정한 궤적에다 이야기들을 풀어넣는다. 어쩌면 그것이 선택하지 않은 과거의 무한한 궤적들을 인간의 유한한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우리의 시간 감각을 왜곡하는 동시에 시간 속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 「전주곡」, 16~17쪽

호지스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삶의 경이로움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바이올린과 함께했던 지난날의 가치를 인정한 것도,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은 것도, 일평생 몰랐던 과학의 세계를 알게 된 것도 모두 글쓰기 덕분이었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그 자체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바뀐 과거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그저 책의 첫 문장처럼, “과거를 바꾸고 싶으면 과거에 일어난 일을 기록해보기만 하면 된다”.
저자

내털리호지스

저자:내털리호지스(NatalieHodges)
미국의작가,바이올리니스트.한국인어머니와미국인아버지사이에서태어났다.다섯살때부터바이올린을배우기시작해뉴욕,보스턴,파리,피에몬테등에서클래식바이올리니스트로활동했다.하버드대학교에서음악과영문학을전공했으며음악,과학,문화적동화,한국계미국인역사에대한글을썼다.2022년발표한첫에세이『엇박자의마디』가전미도서상후보와윌리엄사로얀국제문학상최종후보에오르며주목받는신예작가로떠올랐다.현재콜로라도에살면서라이트하우스작가워크숍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역자:송예슬
대학에서영문학과국제정치학을공부했고,대학원에서비교문학을전공했다.바른번역소속번역가로활동하며의미있는책들을우리말로옮기고있다.옮긴책으로『궤도』『최적화라는환상』『매니악』『친구와연인,그리고무시무시한그것』『언캐니밸리』등이있다.

목차


한국독자를위한서문·9

전주곡·15
훈련지우기·21
여섯번째감각:즉흥연주에관한노트·53
대칭붕괴·87
샤콘·123
회전하는세계의정지점·157
코다:기억은홀로그램이다·191

감사의말·199
옮긴이의말·205

주·209
자료출처·215
참고문헌·216

출판사 서평

엇박자에도리듬과선율이있듯이
엇나간삶에도의미가있다

어머니의권유로바이올린을시작한호지스는여러차례지역대회에서입상하며두각을드러내지만,열여섯살때참가한음악캠프에서처음으로높은벽을마주한다.그곳에서만난친구들은주말마다줄리아드예비학교에다녔고,평일에는유럽에서열리는대회에나가상을받아왔다.심지어캠프의어느선생은“너는솔리스트가될가능성은희박하니지금부터학교공부에집중하는게낫겠다”라고혹평을던진다.이에호지스는새벽까지연습을거듭하고오케스트라와협연하는등악착같이노력하지만,어느순간음악을그만둬야할때가왔다는것을깨닫는다.평생노력해도영원히부족할거란생각이든것이다.사랑하는바이올린에게도,가족을버리고떠난아버지에게도.
물론음악을하는동안쓰라린추억만있었던건아니다.오케스트라동료들과의연대,어머니와함께연습했던애틋한새벽녘의시간,몸과마음이음악과합일을이루었던감각은그가바이올린을삶의일부로포용할수있는힘이되었다.호지스는마음속에서정리되지않은과거를다시이해하기위해글을쓰기시작했고,“음악가가될기회를상실했다거나스스로포기했다고느끼기보다음악가로사는삶이그당시꼭필요하고놀라운일이었음을,그러나결국에는그시간에마침표를찍어야했음을”받아들인다.또한과학적근거를바탕으로음악의시간성에대해이야기하면서글에신빙성과보편성을더한다.
호지스의지난여정을누군가는정해진악보에서벗어난엇박자라말할수도있다.하지만엇박자에도나름의리듬과선율이있듯이,엇나간삶에도의미는있기마련이다.또는엇나갔기에비로소보이는것도있다.한때바이올린에모든것을바친음악가였다가이제는주목받는작가가된호지스는,한쪽문이닫히면또다른문이열린다는교훈을몸소보여준다.

과거를재구성하고치유하는글쓰기의힘
있는그대로의삶을받아들이는경이로운여정

시간순서대로책을쓰다보면과거를달리읽게된다.일어난사건자체가달라지지는않겠으나적어도그에대한의미와그일이어떻게,왜일어났는지에대한인식이바뀐다.한번의삶을구성하는이야기들은끊임없이뒤섞이고합쳐진다.그러는동안우리안에잠재된의식은기억의여백에다시간을거듭고쳐쓰며연대표에서서사를,시간의혼돈속에서질서를끄집어낸다.기록하고,쓰고,기억하는행위를통해우리는특정한궤적에다이야기들을풀어넣는다.어쩌면그것이선택하지않은과거의무한한궤적들을인간의유한한관점으로받아들이는방식인지도모른다.글쓰기는우리의시간감각을왜곡하는동시에시간속에서방향을잡아주고,시간에의미를부여한다.「전주곡」,16~17쪽

호지스는글쓰기를통해자신의과거를이해하고,현재의삶을있는그대로바라보기위해노력하는과정에서삶의경이로움을발견했다고말한다.바이올린과함께했던지난날의가치를인정한것도,어머니의사랑을깨달은것도,일평생몰랐던과학의세계를알게된것도모두글쓰기덕분이었다.과거에일어난사건은그자체로달라지지않는다.그러나우리가사건을어떻게생각하느냐에따라의미는얼마든지달라질수있다.그렇게바뀐과거에대한인식은우리의현재와미래를전혀다른방향으로이끈다.그저책의첫문장처럼,“과거를바꾸고싶으면과거에일어난일을기록해보기만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