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정

어떤 가정

$16.80
저자

민병훈

저자:민병훈
1986년생.2015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버티고(vertigo)」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달력뒤에쓴유서』『어떤가정』,중편소설『금속성』,소설집『재구성』『겨울에대한감각』이있다.

목차

어떤가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여전히쓰이고있는어느시절에관하여

테이블끝에앉은아이는누나가가위로잘라준고기를한점씩받아먹고있었다.투정을하거나보채지않았다.간혹눈이마주치면나를오래바라봤다.아이를어떻게대하면좋을지아직판단이서질않았다.피가섞이진않았지만,우린곧가족이된다.그사실만머릿속에맴돌았다._56쪽

아버지가스스로세상을떠난뒤‘나’의엄마와누나는서로를탓하고상처를입히며몇년간인연을끊고지낸다.그러던어느날누나는둘에게갑작스레연락해초등학생아이가있는남자와결혼할예정이며임신까지했다는소식을전한다.누나가자신의방식으로새로운가정을꾸리는모습을지켜보며‘나’는자신의여자친구인‘준’과의관계를되짚기시작한다.‘준’과함께살며그의가족들을만나고결혼까지생각하는사이이지만,‘나’는어느순간부터둘의관계가조금씩어긋나기시작했음을직감한다.주어진현실을벗어나변화를꿈꾸는‘준’과새로운경험을함께하고자노력하며그의마음을돌려보려하지만,엇나가기시작한마음은좀처럼돌이키기어렵다.‘나’는원가족과누나가새로꾸려나가고있는가족그리고자신이꿈꾸는가족의형태를곱씹으며과연스스로가새로운가족을만들수있는사람인지근본적인질문을던진다.내가속한,속하고싶었던,막꾸려지고있는,꾸려나가고싶은,이네가지형태의가정은‘나’의욕망과뒤엉키며‘나’와읽는이모두에게가족이란대체무엇인지자문하게한다.지금의모습이아닐수도있었을여러가능성을가정하는과정속에서가족을꾸린다는것과누군가의가족으로있어준다는것,그보편적인어려움을섬세하게되짚는다.

“그누구의잘못도,과오도아닌어떤시절의도착지.”

나는그를잊고살았다.아니,정확히말하면그를지우고살았다는표현이맞을것이다.그일이후로나의삶은그를어떻게지울수있을지,다시말해내삶에서어떻게그기억을덜어낼수있을지혼자분투하던시간이었다.그를떠올리는것자체가내게는발바닥에땀이날정도로공포스럽고두려운일이었다._159쪽

소설은‘나’의과거와현재,이두시절을포개어놓으며어긋나고빗나가는순간들을들여다본다.그빗나가는지점들에이유를묻고때론달라질수도있었을모습을가정하며화자는외로운길을향해걸어간다.이와같은이해의여정은과거를되짚으며현실을받아들여보려는‘나’의슬픈노력이자,민병훈이소설쓰기로보여주는작가로서의서사적·미학적시도다.그모든물음을천천히곱씹다마침내과거의기억과현재가조우하는순간,‘나’는이모든빗나감에는이유를따져물을필요가없음을깨닫는다.민병훈이그려내는두시절의흐릿한실루엣은결말부로향하며느리게그러나확실히각자의형태를갖게된다.이처럼기억을헤집어이유와방법을고뇌하다“여기에있”기를택하는‘나’의태도는,이지난한과정이결국“죽음과이별을통과하며돌아보는방식으로삶과사랑을가꾸”(최진영)기위함이었음을아프게보여주며반짝이는여운을남긴다.동시에『어떤가정』은애틋하고선명하게남아있던어느시절의기억을소설로써묶어떠나보내려는강인한노력의산물이자,읽는이역시“문득잊고지낸기억을반갑게떠올”(‘작가의말’에서)리며마침내인사할수있기를바라는응원의소설이라할수있다.“변화를발견할때마다반가웠고의지를확인할때마다놀라웠다”는박혜진문학평론가의말이비단민병훈의소설에만해당되는것이아니라,독자또한소설을통해자신의희망을마주하고스스로에게도조심스레건네볼다정한인사가되기를바란다.


추천사

사랑의발생이그렇듯이별에도이유는없다.이별을예감한다고막을도리는없다.예감한이별이라고예상치못한이별보다덜고통스럽다고말할수도없다.죽음과이별에대하여,민병훈은소설을쓰며여러가정을해본다.결말을바꾸기위해서가아니다.의미나이유를찾기위해서도아니다.현실을받아들이기위해서다.그래야만비로소미래를묻고답할수있기때문이다.『어떤가정』은죽음과이별을통과하며돌아보는방식으로삶과사랑을가꾸는소설이다.두팔벌려삶을껴안을때죽음은온전해진다.돌이킬수없는이별까지받아들일때사랑은완전해진다.그모든과정을담담하게수행한뒤다음을향해나아가는사람의진심어린이야기가여기있다.
-최진영(작가,소설가)

가족의자살로상징되는해독불가한고통의피해자는민병훈의문학적페르소나다.이가면을통해표현되는것은고통그자체가아니라고통앞에선자의결벽증적태도다.자신에게주어진불행의암호를풀지않고서는다가올어떤삶도믿지못하는이‘고통근본주의자’의병변은과거에시달리는현재의모습으로나타난다.그의과거에트라우마로서의가정이있다면그의현재엔기대와의심으로서의가정이있다.그사이에서겪는방황이가리키는바,작가민병훈의문학적주제는독립이다.시간으로부터,관계로부터.오래혼잣말하던민병훈이기나긴독백의터널을지나드디어세상으로나왔다.이소설은그가터널속에서쓴최후의소설이자세상속에서쓴최초의소설이다.정직한불안과적나라한불화의언어로쓴고백록이자소설을쓰듯인생을쓰고인생을살듯소설을사는독자적방법론으로완성한비망록이다.변화를발견할때마다반가웠고의지를확인할때마다놀라웠다.작가의변화를지켜보는일은작가와의첫만남보다더가슴뛰는사건이다.
-박혜진(문학평론가,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