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7.00
Description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뜨거운 선과 악의 추격전
정의와 질서가 붕괴된 시대를 가르는 음울한 총성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원작 소설
서부의 셰익스피어, 코맥 매카시의 대표작
국경 3부작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코언 형제가 제작해 개봉 당시 이미 획기적인 팬덤을 형성했으며 어느덧 고전의 반열에 오른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꼭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아이코닉한 단발머리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앤턴 시거’가 상점 주인 앞에서 그의 목숨을 두고 동전 던지기를 하는 장면은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토미 리 존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한 이 영화는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4관왕, 골든글로브 2관왕에 오르며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운명의 잔혹함, 도덕적 정의의 붕괴와 노화의 무력감이라는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넘치는 속도감과 절제된 문장으로 정교하게 구현한 매카시의 대표작이다. “괴물 같은 책” “매카시의 모든 작품 중 오락적 재미로는 단연 최고”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문인 ‘No Country for Old Men’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 항행Sailing to Byzantium」의 첫 연에서 따온 것이다. 시의 맥락 속에서 이 문장은 정확히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라는 의미라기보다, 지금의 이 타락한 세상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에 가깝다. 시에서 노인의 이미지는 결코 부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어딘가 도달해야 할 곳(어쩌면 죽음, 혹은 예술의 이상향)에 그저 한발 앞서가고 있는 존재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는 작품의 에필로그 격인 13장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여기서 작중 화자인 늙은 보안관 벨은 죽은 아버지가 등불을 들고 자신의 앞을 묵묵히 지나가며 길을 안내해주는 듯한 꿈을 꾼다. 대표작 『로드』에서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통해 삶과 사랑을 역설한 매카시는 어쩌면 끝없는 사막의 풍경 속에 보이지 않는 길로 우리를 이끄는 작은 등불을 숨겨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속도감 있게 일직선으로 달리는 이야기 속에 무궁무진한 해석의 가능성을 품은 작품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때로는 기대를 배반하는 장르의 상쾌한 변주가 모두 담긴 매카시의 이 서부 누아르는 영화와는 또다른 즐거움의 세계를 활짝 열어줄 것이다.
저자

코맥매카시

CormacMcCarthy
미국현대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서부의셰익스피어’라불리며,윌리엄포크너와허먼멜빌,어니스트헤밍웨이의정신을계승한작가로평가받는다.개성적인인물묘사,시적인문체,대담한상상력으로유명하다.문학평론가해럴드블룸은코맥매카시를필립로스,토머스핀천,돈드릴로와함께미국현대문학의4대작가로꼽았다.
1965년첫소설『과수원지기』로문단에데뷔한이래『바깥의어둠』『서트리』등의작품을꾸준히발표하며작가로서의입지를다져갔다.본격적으로문학적명성을안겨준작품은1985년발표한『핏빛자오선』이다.이작품은〈타임〉지에서뽑은‘100대영문소설’로도선정되었다.서부를모태로한국경삼부작『모두다예쁜말들』『국경을넘어』『평원의도시들』을발표하며서부장르소설을고급문학으로끌어올렸다는평가를받았다.서부를배경으로한또다른대표작『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를코언형제가동명의영화로제작하며아카데미4관왕,골든글로브2관왕을비롯한놀라운기록을세웠다.코맥매카시최고의작품이라고평가받는『로드』는2007년퓰리처상,2006년제임스테이트블랙메모리얼상을수상했으며,미국에서만350만부이상판매되는성공을거두었고영화로도제작되었다.
2006년극형식의소설『선셋리미티드』를발표했으며,2009년에는“지속적인작업과한결같은성취로미국문학계에큰족적을남긴”작가에게수여되는펜/솔벨로상을받았다.2022년남매의이야기를다룬연작형식의장편소설『패신저』와『스텔라마리스』를출간했다.2023년89세를일기로세상을떠났다.

목차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7

해설|어둡고추운세상에피워낸불꽃한점345
코맥매카시연보359

출판사 서평

총알같은속도로질주하며
묵직한울림을선사하는
매카시식서부스릴러

마약밀매업자가판치고그옛날의질서는무너져작은마을들은무법지대가되어버린1980년대의텍사스-멕시코국경지대.베트남참전용사이자용접공출신인루엘린모스는건조지대에서사냥을하던도중여러구의시체와픽업트럭,헤로인과현금2백만달러를발견한다.그는돈을가지고달아나무사히집에숨기지만,유혈이낭자한현장에가까스로살아있던한사람의‘물을달라’는목소리가끝내그의발목을잡는다.그는목숨이위태로워보였던그사람에게물을주기위해그곳에돌아가게되고,돈과마약을찾던무리의눈에띄어돌이킬수없는폭력의연쇄에휘말리고만다.무리에더불어모스를쫓는또다른추격자는피도눈물도없는사이코패스킬러앤턴시거다.그는공기압총으로이마에구멍을뚫어사람을죽이며,수갑을찬채로도가뿐히부관을살해하고도망치고,동전던지기로누군가의생사를결정한다.한편늙은보안관벨은자신의관할구역에서일어난사건을해결하기위해이들을맹렬히뒤쫓는다.모스의목숨을지키고사태를수습하기위해애쓰지만사건을둘러싼악의거대함과불가해함앞에서점차무력감과허무함을느낀다.


삶이라는유혈사태
그벗어날수없는운명의수레바퀴속에서

‘서부의셰익스피어’매카시가그려내는메마른서부평원의풍경속온갖총기와말을탄보안관의생활은눈앞에그려질듯생생하다.피비린내나는추격전은단순한이미지들이교묘하게격화되는방식으로진행되며,마치살해조차하나의공정처럼느껴지는건조한문장들로이루어져있다.작중인물들이전면에감정을드러내는법은거의없으며,새로운장이시작될때마다등장하는보안관벨의독백이나인물간의대화속에서그들의심리를간신히유추할수있을뿐이다.

루엘린모스는“작은가방안에사십파운드짜리종이로압축된채들어있는”삶전체를,평생을살아도가져볼수없을돈이라는가능성을차마외면하지못했다.그는도망자의운명을짊어졌고,역시운명처럼비극적결말을맞이했다.앤턴시거는심지어설득력있게느껴지기까지하는자신만의논거에의해해야할일들을숙제처럼해내고어딘가로연기처럼사라져버렸다.이모든일을지켜본벨은간결하게선언한다.“사람들은자신이뭘원하는지안다고생각하지만보통은그렇지않다”라고.어쩌면도망치는자와쫓는자,그들을지켜보는자마저도이맹렬한추격의진짜의미를,스스로가무엇을선택한것인지를알지못한채폭력과혼란이라는운명의수레바퀴에몸을던진것일지도모른다는것.아니어쩌면삶을선택할수있다는생각자체가우리의거대한착각일지도모른다는것.매카시는이토록음울한총성같은이야기로써우리에게또한번삶과운명에대한거대한질문을던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