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나라는 통증 (비로소 나아가는 읽기, 쓰기 | 양장본 Hardcover)

지극히 나라는 통증 (비로소 나아가는 읽기, 쓰기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폭력, 불안, 중독, 폭식과 거식, 나이듦…… 우리 몸을 통과한 고통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까? 논픽션 작가 하재영은 스스로의 결핍과 상처를 온전히 직시하고 이를 사유의 시작점으로 삼고자 한다. “말이 되지 않는” 경험이 말해지기까지, 파편화된 사건이 ‘이야기’가 되기까지, 그를 지속하게 한 것은 책 읽기와 글쓰기였다. 리베카 솔닛, 캐럴라인 냅, 비비언 고닉, 주디스 허먼 등 앞선 작가들의 고투가 담긴 책 속에서 그는 지독히 언어를 찾아 헤맨다.
통증에 대한 작가의 예민한 감각은 비단 자신에게만 수렴되지 않는다. 그는 통증에 대한 공명을 매개로 우리와 한 장소를 점유하면서도 비가시화된 존재, ‘짐승’들의 이름을 부른다. 한때 그에게 동물은 “완전한 타자”였으나 도나 해러웨이 등의 철학에 기대어 지배-종속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하재영의 글에는 말 없는 존재의 고통을 쓸 때, 그 태도에 관한 질문을 놓지 않는 미덕이 있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개의 죽음』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누구의 위치에서 말하고 누구의 입장에서 들을 것인지, 무엇을 쓰고 무엇을 쓰지 않을 것인지 묻고, 이 질문들 사이에서 기꺼이 흔들린다. 그 주저함 끝에 그가 이르고자 하는 것은 이름 없는 존재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된 통증은 타자의 통증으로 연결된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 세계의 앓는 존재, 잊힌 존재들이 고유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보여준다.
저자

하재영

저자:하재영
2006년계간『아시아』에단편소설을발표하며등단했고2018년부터논픽션을썼다.버려진개들의삶과죽음을담은르포『아무도미워하지않는개의죽음』,집과여성에대한자전적에세이『친애하는나의집에게』,어머니의삶을인터뷰하고해석을붙여완성한공동회고록『나는결코어머니가없었다』,어린이를위한동물권이야기『운동화신은우탄이』를썼다.

목차

서문도착하지않은말로부터

1부책상위에서
얼어붙은기억:말이되지않은것을말하려는일
호두나무책상:비로소시작하는나의이야기
욕망의장소:그곳에서한여자가출발한다

2부거울앞에서
‘몸’이라는전쟁터:채워지지않는허기와분투하던날들
중독과불안:냉장고에술이없을때의기분
루바토바에서:거울속의‘저여자’와오래전의‘그여자’
목록들:사적인상처,공적인폭력

3부짐승곁에서
상실과애도:피피에게
반려종사유:아무에게도선택받지못한개로부터
고통을쓴다는것:‘말하지않음’이라는방식
노동하는동물:어디에나있고아무데도없는

4부언어속에서
통증의에세이즘:모두가아픈시대,나의아픔을쓴다는것
저주받은말:침묵하던자가입을열때
내면의유혈사태:잃어버린것을회고하는일


추천의글/이라영

출판사 서평

★문화평론가이라영강력추천★

“통증은나를움츠러들게하지만
동시에내가누구인지를자명하게밝힌다”

삶의지지대같은책에기대어
자신의목소리를탐구하는글쓰기

주제와형식면에서새로운영토를개척해온신뢰받는논픽션작가,하재영.그가이번에는자신의결핍과상처를사유의시작점으로삼은산문집을출간했다.폭력,불안,중독,폭식과거식,나이듦……과연온몸으로통과한통증은,결핍은어떻게이야기될수있는가?“말이되지않는”경험이말해지기까지,파편화된사건이‘이야기’가되기까지,그를추동한것은책읽기와글쓰기였다.리베카솔닛,캐럴라인냅,비비언고닉,주디스허먼등앞선작가들의고투가담긴글속에서그는지독히도자신을비출언어를찾아헤매왔다.
내몸이침탈당했다는무력감,알코올이아니면다스려지지않는불안,노화가가져다주는상실감,그럼에도이사건들을온전히쓰고자하는‘욕망’이이책의재료다.전작에비해작가의내밀한고백이책전체의바탕을이루는『지극히나라는통증』은가장개인적인이야기로시작해비로소나를받아들이는여정을향한다.그길에서하재영을이끄는힘은아이러니하게도‘통증’이다.그에게통증은“단순한병리적증상이아니라존재가세계와마찰하는순간에생겨나는미세한감각”이며,“이낯선감각은기억과몸,타자와언어의경계를가로지르며,내가지극히나일수밖에없는존재의방식으로드러난다”.작가는자신의통증을나침반삼아통증의실체를언어화하고,스스로를배반하지않는말들에이르고자한다.‘얼어붙은기억’을깨뜨리는말에관한글이첫번째장인이유다.

나의글쓰기는결핍속에서,통증에의해형성되었다.(…)통증은나를움츠러들게도,소스라치게도하지만동시에내가누구인지를자명하게밝힌다.그러니말해지지않은말,나의것이아닌언어,오래된침묵을기록한이글들을‘통증으로써내려간자기탐구’라불러도크게어긋나지않을것이다.
_「도착하지않은말로부터」,10~11쪽

“그들의이야기는나의이야기였고,
그들이침묵한이유는내가침묵한이유였다”

한없이사적이고정치적인,하재영의자기서사

허기란내가가지지못한몸이었고,내가가지지못한몸에대한욕망이었으며,내가가지지못한몸에대한욕망의좌절이었다.
_「거울앞에서」,70쪽

절식의고통과폭식의쾌락,충동적인알코올사용,몸에각인된차별·희롱·추행의역사,노화를확인하는무력감……『지극히나라는통증』에드러난작가의서사는개인적인것이지만,독자들은이를익숙하게자신의경험으로치환할수있다.그사건들을관통하는것은여성의몸인데,여기에는“공통적으로폭력의역사가배어”(이라영,「추천의글」)있기때문이다.이고통은“쉽게꺼내거나잘라낼수없기에흔적이남고”작가의“일부”일뿐만아니라,동시대여성들의일부가되기도한다.거울앞에선여성의몸은사회적기호의장이며,“그몸에서일어난사건들”을글로써다시겪어내는과정은단순한고통의토로가아니다.이는가부장적시선에서자유로울수없는양가성을직면하는일이자,그럼에도폭력의구조를통찰하려는시도다.억압의정체를비판하는것이그로부터완전한자유를뜻하는것은아닐지라도,저자는여성의몸을옥죄는‘목록들’을기억하고자한다.로라베이츠가기록한‘목록’으로부터저자가만난여성들의경험까지덧대어진‘목록’은폭력에강요된침묵의정체를드러낸다.

‘왜저마다다른여자들인데이야기는하나같이비슷한걸까?왜그들은누군가가묻기전에는이야기를꺼내지않았을까?’물론나는알고있었다.그들의이야기는나의이야기였고그들이침묵한이유는내가침묵한이유였으므로.
_「목록들」,127쪽

여성들의침묵이면에는몸에대한시선의폭력이,동시에경험을재현하는언어의한계가자리한다.“누구의목소리로이야기해야할지조차알지못했고”“더크게들리는목소리―가해자의목소리,권력의목소리,그들에게동조하는목소리―에억눌려있었다”(「호두나무책상」,41~42쪽).작가는제대로말할수도없고말이들리지도않았던시간,언어의영토가장자리에있던장소를언급하며이를‘말의결핍’이라고표현한다.“극단으로치달은결핍은침묵이되고침묵은존재를삭제”하기에그는“부서진언어”를붙잡고머뭇거리면서도여전히쓰기를반복한다.

우리의목록은분류를위한것이아니라,이야기가겹치는지점을찾아내고억압의뿌리를드러내기위한일이기때문이다.이목록은함구하거나묵살당한모든경험에대한이야기이며,스스로를믿지못하게만든세상을향한저항이다.우리에게는더많은목록이필요하다.
_「목록들」,127~128쪽

“나는당신이삭제한이야기”

고통을윤리적으로재현하는글쓰기
목소리없는자들과연결을꿈꾸는,저항으로서의글쓰기

통증에대한저자의예민한감각은비단자신에게만수렴되지않는다.그는통증에대한공명을매개로우리와한장소를점유하면서도비가시화된존재,‘짐승’들의이름을부른다.한때그에게동물은“완전한타자”였으나통증에대한공감을통해,윤리적고민은비인간동물에게로확장된다.도나해러웨이의철학은인간과비인간동물의관계가지배-종속을넘어‘서로를변화시키는존재자’들로서‘반려종사유’를모색하게하고,장애운동가이자동물권활동가인수나우라테일러의통찰은노동하는동물을향한시선을돌아보게한다.
무엇보다하재영의글에는말없는존재의고통을쓸때,그태도에관한윤리적질문을놓지않는미덕이있다.전작『아무도미워하지않은개의죽음』에서와마찬가지로그는누구의위치에서말하고누구의입장에서들을것인지,무엇을쓰고무엇을쓰지않을것인지묻고,이질문들사이에서기꺼이흔들린다.수전손택의사유를경유해글쓰기가고통의스펙터클이되지않도록,목소리없는존재에대한섣부른낙인이되지않도록,어떤순간에는말함보다말하지않음을택한다.그주저함끝에그가이르고자하는것은이름없는것들의얼굴을구체적으로상상하게하는것이다.그렇게‘나’로부터시작된통증은타인의통증과연결된다.『지극히나라는통증』은우리세계의앓는존재,잊힌존재들에게고유한이름을붙일수있는한가지길을보여준다.앓는자가글로써침묵을부숴온저항의현장에독자들을초대한다.

다른사람이나에게기대하지않았던가능성을스스로에게기대하며,내주위를감싸는거대한침묵을깨뜨릴방도를강구하며책상앞에앉는다.나는고통스러운기억속에서반복적으로절단되고훼손되는사람,조각난기억속에서길을잃고헤매는사람이다.그러나세상이나에게바라는대로숨거나사라지거나침묵하지않는사람이다.이제이책상에서,다른이들이시작한이야기에나의이야기를이어갈것이다.
_「호두나무책상」,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