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사람들

보스턴 사람들

$21.37
Description
심리적 사실주의의 대가이자 모더니즘의 선구자
헨리 제임스가 정치·사회 문제에 도전한 중기 대표작

개혁과 진보의 도시 보스턴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퀴어한 사랑과 욕망, 그리고 좌절의 장대한 드라마
18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대서양 양안을 오가며 활약하다 영국인으로 귀화한 이듬해인 1916년 세상을 떠난 ‘국제적 작가’이자 ‘코즈모폴리턴’ 헨리 제임스.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세밀히 묘사하는 ‘심리적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로, 문학의 주제와 형식에서 대담한 실험을 시도해 모더니즘으로의 본격적인 이행을 예고한 그는 『여인의 초상』 『비둘기의 날개』 『대사들』 등의 장편은 물론, 수많은 중단편, 희곡, 여행기, 수필, 평론을 쓰며 방대한 작품세계를 구축해냈다.
그의 작가 이력상 중기에 해당하는 1886년 발표한 『보스턴 사람들』은 당대 한창 전개되던 여성참정권 운동을 주요 소재로 하여 다양한 사상과 세력이 경합하던 미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구현한 대작이다. 남부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을 지닌 변호사 배질 랜섬, 그의 먼 친척으로 여성운동에 투신한 올리브 챈슬러가 젊고 아름다운 연설가 버리나 태런트를 두고 경쟁하는, 즉 한 여자를 두고 남자와 여자가 경쟁하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파격적이다. 버리나를 차지하려는 배질과 올리브가 치열히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여성운동가, 언론인, 최면치료사, 의사, 강연 기획자 등 각양각색의 인물이 등장하고 얽히면서 사회개혁 운동을 둘러싼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여성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해방과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분투에 주목한 헨리 제임스는 이 소설을 통해 특유의 치밀하고 집요한 심리묘사와 신랄한 풍자로 인물들의 내적 외적 동기와 욕망을 낱낱이 해부하며 1870~1880년대 미국 사회를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출간 당시에는 평가가 엇갈렸으나, 『보스턴 사람들』은 전통적 성역할과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퀴어한 욕망을 다뤘다는 점에서 오늘날 시대를 앞선 통찰이 담긴 작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헨리 제임스의 문학과 젠더 연구에 오랫동안 열중해온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윤조원 교수의 충실한 번역과 주석, 그리고 상세한 해설은 한동안 저평가된 논쟁적인 작품 『보스턴 사람들』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제대로 음미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저자

헨리제임스

저자:헨리제임스헨리제임스
1843년뉴욕의워싱턴플레이스에서태어났다.아버지는저명한신학자이자철학자였으며,형윌리엄제임스역시철학자및심리학자로유명하다.신학과철학을연구하던아버지의개방적인교육방식에따라여러차례유럽여행을하며자란제임스는유럽의문화와전통을자연스럽게접하는행운을누린다.이러한경험을토대로그는평생동안'축적된지혜를가지고있으나부패한구세계와순진한신세계양쪽문화의충돌과상호융화'를문학적주제로삼게된다.뉴욕을비롯하여,런던,파리,제네바에서학교를다녔으며,열일곱살에벽화가래파지와인연을맺고,그를통해프랑스문학과호손의세계에발을들여놓는다.그리고1862년하버드법과대학에입학했다.하지만문학에뜻을두고오노레드발자크,너새니얼호손등의작품을탐독하던그는1864년부터미국잡지에서평과단편소설을기고하기시작했다.20대중반에이미미국에서가장뛰어난단편소설작가로이름을떨쳤으며,친구이자조언자인윌리엄딘하우얼스와친교를나누면서미국의사실주의시대를이끌었다.어린시절부터여러차례유럽을경험한그는1875년파리로이주했고,그곳에서플로베르와투르게네프를포함하여여러문학계인사들을만났다.1년후에는런던으로건너가,빅토리아시대의대표적작가들로부터주목을받으며예술계와사교계의명사가되었다.1898년런던을떠나서식스의라이에있는램하우스로가서살았다.1915년영국에귀화했으며,1916년메리트훈장을받았다.같은해2월사망했다.그는수많은단편소설과희곡,비평서,전기와자서전,여행기,그리고20여편의장편소설을썼다.묘비에'대서양양편의한세대를해석해낸사람'이라는비문이새겨졌을만큼그의작품은대부분구세계(유럽)와신세계(미국)의충돌이라는국제적인주제를다루고있다.그중에서도'데이지밀러'(1878)는그를영국과미국양쪽에서문학계의거물로우뚝서게한초기걸작이며,또다른대표작인'여인의초상'(1881)은가장뛰어난현대소설가운데하나로평가받는다.그외에도'로더릭허드슨'(1875),'미국인'(1877),'유럽인'(1878),'워싱턴스퀘어'(1880),'보스턴사람들'(1886),'캐서매시머공작부인'(1886),'비극의뮤즈'(1890),'포인턴저택의수집품'(1897),'메이지가알고있었던일'(1897),'미숙한사춘기'(1899),'비둘기의날개'(1902),'대사들'(1903),'황금의잔'(1904)등인간에대한심오한이해를담은여러작품을남겼다.헨리제임스는소설의형식을확대하고독창적인문체를완성한산문소설의대가이자,미국문학사상가장영향력있는작가가운데한명이다.그리고'의식의흐름'기법의선구자로서,제임스조이스,조셉콘래드,버지니아울프등에게영향을미쳤다.뿐만아니라현대소설비평의기본적인용어대부분이그에게서나왔을정도로소설이론의측면에서도위대한업적을남겼다.

역자:윤조원
고려대학교영어영문학과교수.미국문학전공으로,19세기미국소설,여성문학,흑인문학,페미니즘,젠더연구분야를연구하고강의한다.주요저서로『페미니즘:차이와사이』(2011,공저)가있으며,주요논문으로「타자/텍스트의불가사의와퀴어한읽기:“바틀비”와바틀비」(2019),「리오버사니의퀴어한부정성」(2017)등이있고,주요역서로『프로이트의몸』(2021),『위태로운삶』(2018)이있다.

목차


제1권_7/제2권_265/제3권_491

해설|퀴어한사랑과실패의드라마_641
헨리제임스연보_671

출판사 서평

국제적주제에몰두하던헨리제임스가
미국의현실을집중적으로다룬실험작이자문제작

생애의대부분을영국에서보낸데다투르게네프,플로베르,졸라,도데,엘리엇과같은유럽작가들과교유한헨리제임스는미국과의끈도놓지않고두대륙을오가며국제적명성을떨친작가다.신비주의에경도되면서미국제도권의기독교식교육에회의를품었던아버지의영향으로,그는어려서부터런던,파리,제네바,본등유럽각국의도시를옮겨다니며여러언어와예술·문화에대한감수성을자연스레익혔다.하버드대법과대학에입학하지만열달만에그만두고창작에전념해온그는,삼십대초반본격적인장편소설『로더릭허드슨』을발표한직후파리에이어런던으로이주함으로써일대전기를맞이한다.1876년런던에정착한이후로발표한「데이지밀러」『유럽인들』『여인의초상』등을통해영국과미국에서호평받으며인기작가로등극한것이다.작가이력상초기에해당하는이시기에그는주로신생국(미국)과구세계(유럽)의문화차이,전통과인습의무게같은주제들을사실적인필치로형상화해냈다.
한편,1882년한해동안어머니와아버지를차례로여읜헨리제임스는집안일을처리하기위해미국에머무르며한동안떠나있던고국을외부인의시선으로관조할기회를얻었다.급격한산업화와자본주의의발전속에서여러사회개혁을향한열망이들끓던당대의면면을목격하게된것이다.특히그는남북전쟁(1861~1865)의결과로해방된노예들처럼,가부장제적억압과속박에서벗어나현실정치에적극적으로참여하고자목소리를높였던여성들의참정권운동에주목했다.그리고자신이“매우미국적인이야기를쓸수있음을보여주려는”시도이자“뉴잉글랜드에서흔히볼수있던여성간우정에대한탐구”의결과물로『보스턴사람들』을착상해,이소설을1885년2월〈센추리매거진〉에연재하기시작했고,1886년2월연재를마치고당월에단행본으로출간했다.
『보스턴사람들』은국제적주제에한참몰두했던그가미국이당면한현실을충실히재현했을뿐만아니라정치·사회문제를전면적으로다뤘다는점에서야심작이라할만하다.그러나당시장황하다거나여성운동가를희화화한다는등의비판을받으며그다지성공적이지못한작품으로평가받기도했고,헨리제임스가필생의과업으로삼고1907년부터자신의작품을24권으로집대성한‘뉴욕판선집’에포함되지않은탓에20세기중반까지비교적중요치않은작품으로여겨지기도했다.그럼에도작가는『보스턴사람들』을두고,선집에“눈에띄게누락된”작품이라며“그럭저럭충실하고괜찮은”데도“어떤정당한대우를받지못했다”면서애정과아쉬움을드러냈다.
일찍이노예제폐지운동,여성참정권운동,금주운동같은각종사회개혁운동의거점역할을한도시보스턴을주무대로한이소설은도시를대표하는올리브와버리나,그리고이둘을위시한사람들을외부인의시각에서바라보는남부인배질을중심으로전개된다.여성운동에본격적으로뛰어들기위해한집에사는올리브와버리나의경우처럼,정서적유대관계에있는두독신여성이남성의개입이나재정적지원없이동거하는것을칭하는‘보스턴결혼Bostonmarriage’은이소설을계기로더욱널리회자되었다.『보스턴사람들』은19세기후반의여성문제를집중적으로다뤘기에페미니즘문학비평이성장한1980년대이후미국문학사에서중요한작품으로자리매김했고,버리나를독점하려는올리브의퀴어한욕망,그욕망을대놓고드러내지못한채겪는고통과좌절을그려냈다는점에서퀴어담론이활발해진2000년대이후로는더욱주목받았다.이처럼출간된지100년이훌쩍넘었음에도재해석을끊임없이자극해온이작품은페미니즘과젠더,퀴어와섹슈얼리티와관련한논의를촉발하며여전히유효한화두를던지고있다.

버리나에대한올리브의애착,버리나를향한배질의구애
페미니즘과반反페미니즘을상징하는두갈래의로맨스

미국남부미시시피출신의잘생기고매력적인청년배질랜섬.남북전쟁에참전했던그는,패전이후재산과노예를모두잃고집안이몰락하자뉴욕으로올라와변호사개업을하려한다.배질의먼친척으로사명감을갖고여성운동에뛰어든올리브챈슬러는그의이주소식을접하고는친족의도리를다하고자보스턴의자기집으로방문해달라고그를초대한다.이렇게처음만난두사람은식사하며나눈대화로서로생각하는바가아주다르다는걸금방깨닫지만,올리브는마침당일저녁에열린모임에배질을데려간다.원로여성운동가버즈아이양의거처에서열린그모임에서아름다운빨간머리소녀버리나태런트의연설을접한두사람은모두그녀에게매료되고만다.보수적인배질은여성해방을촉구하는연설의내용자체에는공감하지않지만버리나의미모와목소리에사로잡힌다.버리나의연설에깊이감화된올리브는자신의여정에동행할적임자라직감하고그녀를자기집에찾아오라고청한다.올리브는함께여성운동에적극적으로뛰어들자며버리나를설득하고,외동딸인버리나를이용해부와명예를쟁취하려꿈꿔왔던부모를매수하는과정을거쳐버리나와동거하게된다.마침내두여성은역사를공부하고유럽에건너가견문을넓히며여성해방운동에서승리를거두기위한작업에몰입한다.한편,배질은뉴욕의변호사사무실로돌아가일하지만일은순탄히풀리지않는다.그는다시보스턴을방문해버리나의안내로하버드대교정을거닐며서로를알아가는기회를누린다.이를계기로배질은버리나를한층더사랑하고집착하게되는데,버리나는올리브가알면충격을받을까싶어이만남을비밀에부친다.이후버리나를차지하려는올리브와배질의갈등과경쟁은나날이격화되고마는데……

젠더질서의변화에대한선구적통찰이담긴
퀴어한사랑과정치의소설

이소설에서헨리제임스는진보적지식인이면서특권의식을지닌전형적인보스턴사람올리브와남성우월주의와가부장적세계관을지닌남부인배질이버리나를사이에두고마치‘제2의남북전쟁’을벌이는것처럼첨예하게대립하고각축하는양상을보여주며이야기전체에걸쳐팽팽한긴장감을부여한다.친척지간인이둘의관계에서는남북전쟁이후에도지속되었던남부와북부사이의갈등과반목,남부의현실주의와북부의이상주의가두루읽힌다.순교자적열정으로여성운동에헌신하는올리브는배질의눈에“병적인노처녀”로비치는데,이는당시여성운동가를백안시하던사회의통념,반페미니즘적여성관을반영한다.스스로결혼할생각이없을뿐만아니라,아름답고사교적이어서여러남성에게청혼을받는버리나가결혼하게될까봐전전긍긍하는,버리나에게품은애정을대놓고드러내지못하고번뇌하는올리브에게서는동성애적욕망과함께,여성이가부장적남성에게종속되지않기를,관습적결혼의굴레에서벗어나대의를위한공적인삶을살길바라는마음이절절히느껴진다.이렇게기존질서에서확연히벗어난인물인올리브를등장시켜젠더와섹슈얼리티에대한규범적인식에의문을표한다는점에서『보스턴사람들』은급진적이고획기적이다.
이소설은여성참정권운동에뛰어든이들의열정과한계는물론이운동을폄하하고심지어저지하려하는,여성을가정이라는사적영역에묶어두고통제하려는반동적시선을함께문제시한다.더불어여성운동에무관심하거나비웃는반응을보이는이들,개혁을열망하는시류에편승해사리사욕을취하려는이들도아울러보여준다.이과정에서등장하는가지각색의인물을특유의집요하리만치세밀한묘사,유머러스하고풍자적인필치로형상화하는솜씨가일품이다.이야기중간에불쑥자신의존재를드러내는가하면인물에게감정이입을하는듯하다가도거리를두곤하는서술자는,관찰자이자기록자역할을하면서생경함과기묘한감흥을유발하곤한다.특히『보스턴사람들』과관련해“여성의상황,성별에관한정서의쇠락,여성측에서겪는동요”가미국의“사회적삶에서가장두드러지고독특한지점”이라고기록했던헨리제임스답게일찍이노예해방에힘썼던헌신적이고이타적인버즈아이양,여성의참정권획득과금주에대한강연을하러다니는현실적인여성운동지도자패린더여사,중성적외모를지닌냉소적인여의사닥터프랜스,올리브의언니로세속적이고여성운동에공감하지못하는루나부인등,제각기특징있는여성인물들을등장시켜서로다른입장과관점을지닌그들의모습을입체적으로구현해내고있다.
‘퀴어한사랑’을다룬『보스턴사람들』은영감의원천이되어,〈전망좋은방〉〈모리스〉로유명한감독이자〈콜미바이유어네임〉의각본가제임스아이보리에의해1984년영화화되기도했다.배우버네사레드그레이브와크리스토퍼리브가각각올리브와배질로분한이영화는,2019년4K복원판으로다시금공개되어새로운세대의관심을불러일으켰다.『보스턴사람들』은영미권소설중에서젠더정치를획기적으로다룬작품으로2016년중국,2022년타이완에소개되었고,2024년한국에도초역되었다.이렇게늦게나마번역·출간됨으로써헨리제임스작품세계에서그동안잘알려지지않았던또다른면모와색다른매력을새로이발견하게해주는작품으로호평받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