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녀의 것

오직 그녀의 것

$16.80
Description
어쩌면 가족보다 가깝고, 때로는 연인보다 내밀한
‘편집’이라는 그림자 노동 혹은 종합-예술의 세계

『딸에 대하여』 『너라는 생활』 김혜진 신작 장편소설
소설가 김혜진의 열번째 소설책이자, 다섯번째 장편소설 『오직 그녀의 것』을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대산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물론, 『딸에 대하여』는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그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김혜진은 우리 사회의 자리할 곳 없는 존재, 마음 둘 데 없는 오늘날의 사람들, 외면하고 싶은 사각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소외의 장을 무대의 중심으로 바꾸어내는 소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신작 장편을 통해 그가 그려내는 필드는 ‘편집’이라는 그림자 노동 혹은 종합-예술의 세계다.

1990년대 초 교열자로 출판 생활을 시작해 일생을 문학 편집자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 소설은, 내성적이고 운명에 순종적인 주인공이 책을 만들며 만난 인연과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 역시 느리지만 꼼꼼하게 엮어나가는 모습을 잔잔하고도 단단한 필치로 담아냈다. 『오직 그녀의 것』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노동’이라는 단어로만 말해질 수 없는 ‘일’이 품고 있는 풍부한 의미와 결을 하나하나 살려낸 작품이다. “일의 얄궂음에 쉽게 마음 상하지 않고, 일의 곤란함을 일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일이 사는 시간을 본다”(김화진)는 추천의 말처럼, 일과 사랑과 사람 사이의 역학을 과장하거나 축소함 없이, 묵묵하게 그리하여 우아하게 펼쳐 보인다.
저자

김혜진

1983년대구에서태어나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어비』『너라는생활』『축복을비는마음』,장편소설『중앙역』『딸에대하여』『9번의일』『경청』『오직그녀의것』,중편소설『불과나의자서전』,짧은소설『완벽한케이크의맛』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대산문학상,제12회,제13회젊은작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오직그녀의것_007
작가의말_273

출판사 서평

“그건자신이멀리치워두었던마음,어쩔수없다고단념했던마음,
그러니까어떻게해도떨쳐지지않는이상한이끌림이었다.”

그녀가한것은일이었을까,사랑이었을까?

이야기는주인공‘석주’의대학생활로시작된다.소도시의한대학교사학과에재학중인그녀는“자신이배우는학문이죽음과닮았다고생각”(8쪽)한다.그판단은이내“지금은사라지고없는과거의시간과심오하고풍부한대화가가능하다는”(같은쪽)깨달음으로바뀌지만,무색무취한대학생활과자신의삶에불쑥생기가자리하지는않는다.그러나1학년2학기가끝날무렵문학창작동아리에가입하면서,또1년이지나소설창작수업을들으면서그녀의삶에조금씩색이덧입혀지기시작한다.주어진몫을받아들이는데전혀거부감이없는그녀였지만온가족이참석한자신의졸업식날,장차교사가될것이라믿어의심치않는부모에게석주는처음일지도모를반항을감행한다.“아니,교사말고,진짜하고싶은일이뭔지고민해보고싶어요.”(35쪽)그용기는문학에대한열정과애정에빚지고있었지만,봄이지나고,여름이지나갈때까지직장을구하지못한그녀는스물넷의나이로‘교한서가’의교열자로입사한다.

석주는어쩐지신출내기교열자를얕잡아보는듯한,좀처럼곁을내주지않는듯한원고에다가서고싶었다.한권의책으로출간될그글속에서넘치지도모자라지도않는,자신에게알맞은역할을찾고싶었다.(50쪽)

컴퓨터가보급되고있었으나여전히타자기를사용하던시절,대부분의책이활판인쇄로제작되던시대.석주는일에엄격하기로정평이난교열과장‘오기서’아래에서책의본문을제외한부속들을교정,교열하는업무로직장생활을시작한다.“적극적으로손을본원고에대해서는지나치다고질타”하고,“거의손을대지않은원고에대해서는무성의하다고호통”(50쪽)치는오기서는깐깐한사수이지만,석주의자질을처음으로알아본선배이기도했다.이후석주는그의추천을받아인문교양부의편집자로부서이동을하게되고,비슷해보이지만전혀다른‘편집’의세계에입문한다.도무지‘적응’이나‘타성’이불가능해보이는,“어떤기준도규칙도없”고,“우연적인동시에필연적”(95~96쪽)인편집일의매력에눈뜨면서그녀의내면에서고요하고도뜨거운또하나의열정이생겨난다.그리고용기를내어찾아간편집자소모임에서마찬가지로비슷하지만전혀다른일을하는잡지편집자‘조원호’를만난다.

계획할수있으나계획대로되지않고,예상할수있으나예상을비껴난형태로완성되는.두사람은그런우연적이고불완전한세계에매료된닮은꼴의서로를단번에알아본거였다.(211쪽)


첫사랑에완전히실패하는동시에
정확히성공해버리고마는한생애에대하여

“멀리서보면단조로워서똑같은하루를이어붙인것같은나날.그러나그녀에겐매일매일이새로웠”(115쪽)던건일때문이기도원호때문이기도했다.그녀에게일과사랑은닮은꼴이기에,“얼마간예상을비껴나있었으나그래서마음에”(131쪽)드는것이자,“다른모든것을압도하는방식”이아니라“오히려그모든것에스며드는방식으로”“언제나결과가아니라과정속에존재하는무엇”(211쪽)이다.석주는원호와여행같은연애가아니라매일의산책같은사랑을시작하고,더욱깊은관계로발전한다.더불어자신에게맞춤한문학편집자로일하면서,담당작가가생기면서그녀의일에도점점도톰한양감이생겨난다.물론일과사랑은삶의어깨를짓누르는것마저닮았다.

좋아하는게이렇게무섭습니다.밉고싫고그만두고싶어도꾸역꾸역해나가게되거든요.예전에제사수가그러더군요.뭘좋아한다는게원래그런거라고.더좋아하고많이좋아할수록마음다칠일이많다고.(253쪽)

일견잔잔하게흘러가는듯한이야기는후반부,장편소설만이선사할수있는스펙터클과압도적인울림을숨겨두었다.“대단할것도,내세울것도없는그여정”(264쪽)이다다른곳은과연어디일까?나아가이글을읽는독자들의여정은그녀와얼마나같고얼마나다를까?『오직그녀의것』은한사회초년생이제역할을찾아분투하는성장소설로,‘편집’과출판계를리얼하게다룬노동소설로,한남자와생활같은사랑을하는연애소설로도읽힌다.문학,일,나아가운명에대한사랑까지초월하는‘생애(生愛)’라고부를법한크고도너른사랑.대신할수도,대체할수도없는오직그녀(나)만의것을독자역시이소설속에서찾을수있기를간절히기대한다.

떨림과설렘,서투름과투박함,선망과두려움이뒤섞인마음.한번시작하면멈출수도,그만둘수도없는.백지와같은자신의삶에높이와깊이를만들고명암을부여한바로그것.(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