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미래 (편혜영 첫 짧은소설)

어른의 미래 (편혜영 첫 짧은소설)

$16.00
Description
할리우드 영화화 확정, 『홀』의 편혜영의 소설세계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한 보너스 트랙

한순간의 막힘 없이 쫀쫀하게 이어지는 편혜영의 일상 서스펜스
단편소설 「식물 애호」가 〈뉴요커〉에 게재되고 장편소설 『홀』로 한국인 최초 셜리 잭슨 상을 수상하며 “매우 독창적인 작가의 걸작 서스펜스”(소설가 로라 밴덴버그), “교묘하고 분위기 있는 스릴러”(〈가디언〉), “인간관계에 대한 사려 깊고 우아한 탐구. 갈수록 불안해진다”(〈옵서버〉)는 등의 평과 함께 ‘한국형 서스펜스’로 큰 주목을 받아온 편혜영 작가가 데뷔 후 처음으로 짧은소설집을 선보인다. 편혜영 작가만큼 소설세계의 굵직한 변화를 그려온 이도 드물다. 일명 ‘하드고어 월드’라 불리는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문학과지성사, 2005)과 “정확한 디테일, 적절한 상징, 공감어린 시선, 깊은 여운이 어우러진 이 소설은 우리가 편혜영이라는 작가에게 경탄하게 될 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놀랍게 알려준다”는 평을 받으며 김승옥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최근 단편 「포도밭 묘지」(『악스트』 2022년 5/6월호)의 간극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 『홀』이 김지운 감독의 연출과 정호연, 염혜란, 테오 제임스의 주연으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편혜영의 소설세계에 새로이 관심이 모아진 지금, 『어른의 미래』는 ‘일상 서스펜스’라고 할 만한 장르를 통해 서스펜스라는 장치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끊임없는 도약으로 소설적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소설세계를 압축적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저자

편혜영

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소년이로』『어쩌면스무번』,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죽은자로하여금』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셜리잭슨상,김유정문학상,김승옥문학상대상,제1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냉장고007
어른의호의029
깊고검은구멍049
그것만생각해071
한밤의새089
비닐하우스111
이윽고밤이다시125
신발이마를동안145
아는사람167
앨리스옆집에살았다185
모든고요205

출판사 서평

“불에데본사람만이불을아는법이다.
그게경험이라는것이다.”

회사를찾아오는낯선방문자,정적을깨는한밤의전화…
어린시절한번도꿈꾼적없던우리의붉은빛미래

총11편의짧은소설이수록된『어른의미래』에는흔히긴장감과공포심을자아내는이야기에동반되는세가지가없다.첫번째는피.『어른의미래』속인물들은끈적하고축축한피의세계에서훌쩍비켜나평범하고고요한일상을살아간다.그들은여느날과다름없이출근을위해집밖을나서고,일과가끝나면피로를풀고자가볍게술한잔을들이켠다.아무일도일어나지않아일견단조롭게느껴지는나날은그러나아주작은사건에의해무너져내리기시작한다.단단한지반이실은허방이었음이밝혀지듯,인물들이서있는일상이한개의줄에의지해가까스로지탱되어왔다는사실이드러나는것이다.편혜영의서스펜스는바로그허방,그한개의줄을둘러싸고작동된다.
“용모와태도,취향과경험에있어모두중산층으로제대로자리잡은”(34~35쪽)「어른의호의」속기명은느닷없이등장해끈질기게따라다니는한남자로인해그동안자신이누군가에게원한살만한행동을한적은없는지불안감속에서돌이켜고,「이윽고밤이다시」의장이수는한밤에갑자기전화를걸어와“내가누구인지생각해내야할거야”(131쪽)라고겁을주듯말하는여자때문에자신이가까스로외면해왔던과거의실수들이한순간에떠밀려오는것을막지못한다.
두번째는비명.삶의난데없는기습앞에서편혜영의인물들은크게소리를지르지않는다.그것은이번책에서가장공포심이극대화되는소설「깊고검은구멍」의‘나’도마찬가지이다.구둣방을운영하다우연한계기로금니매입을겸하게된‘나’는변변치않은매출에낙심하던중한남자의방문을받는다.남자가이런것도파느냐는말과함께내미는건작게접어뭉쳐진손수건으로,그안에는여러개의금니가담겨있다.당연히‘나’에게는횡재나다름없는일이다.하지만소설은“인생의저울은계속행운쪽으로만기울지않”(64쪽)는다는사실을증명하듯‘나’가그행운을어떤식으로다시빼앗기는지보여준다.인상적인점은긴장과위기감으로소설을가득채워넣으며결말을향해치닫는동안,호들갑스러운비명은한번도새어나오지않는다는것이다.마치예의바르고점잖은모습으로다가와손수건을건네던남자의모습처럼.
어릴적우리가바라는미래의풍경으로위와같은장면을떠올린이는없을것이다.시간이흐른다는것은곧우리가꿈꿔온모습에서점차멀어지는일이라는듯『어른의미래』속인물들은직장에서의부진한실적탓에차마사무실자리에앉지못하고도망치듯화장실에숨어버리고(「한밤의새」),“개들만큼이나인생이안풀”(114쪽)려새로운삶을도모하고자지방으로떠나왔으나오히려더빠져나오기어려운진창에처박힐위기에처하기도한다(「비닐하우스」).먹고일하고사랑하는우리의평범한삶이언제든거꾸러질수있다는것.『어른의미래』를읽어나가는동안우리의호흡이가빠지고문득스산함을느끼게되는건작가특유의간결한단문으로피한방울흘리지않고긴장감을자아내기때문이기도하지만,바로편혜영소설의서스펜스는인생의연약함과연동되어일어나기때문일것이다.


잠깐의농담과웃음,그후오래지속되는비밀과슬픔
신비롭고불가해한삶을받아들이는
방법에대한11편의짧은이야기

한편으로연약한삶에대한그관심은이번책에서예외적인순간을만들어낸다.『어른의미래』에없는마지막세번째는회복불가능한비극이다.그건편혜영의소설이지금껏우리에게익숙했던방향과는다른곳을향해뻗어나간다는의미이기도하다.특히후반부에배치된「신발이마를동안」과「아는사람」이그점을선명하게보여준다.비가세차게내리던날,상사들이출근하지않아혼자사무실을지키고있던「신발이마를동안」속스무살의사회초년생은불쑥문안으로들어와세계문학전집을홍보하는외판원과마주하는데,빗물에어깨가잔뜩젖은데다낡은신발이눈에밟혀쉽사리그를쫓아내지못하는초년생의모습은편혜영의소설에예상치못한온기를불어넣는다.마지막에이르러반전처럼밝혀지는사회초년생과외판원의관계는우리의삶이불운만으로구성되지않는다는것을알려주며뭉클함을불러일으킨다.
부모때문에빈번하게이사를해야했던탓에제대로친구를사귈수없던승주의이야기인「아는사람」또한오랜세월불안함과외로움속에서지내온승주에게선물같은순간을건넨다.인생은승주로하여금자신의의지와는무관하게부모의상황에따라휩쓸리게만들었지만,인생의그통제불가능한속성은승주로서는전혀예측하지못한만남을마련해놓기도하는것이다.
책의첫장을열면우리는함성을지르며야구경기를즐기는사람들과는대조적으로집안에서혼자숨죽여우는중학생의무진을만나게된다.무진은겨우울음을삼키고친구일우에게연락해할아버지가돌아가셨다고,도와달라고말한다.과연무진이무엇을부탁했는지추측해나가는사이일우가집에도착하고,이어서불청객이나타난다.야구부에서활동하는무진과일우의감독인최도영이불시에집을방문한것이다.그는무진에게할아버지는어디가셨냐고물으며쉽게집안을떠날생각을하지않는다.할아버지의행방을집요하게추적하는최도영과그에게들켜서는안되는비밀을손에쥐고있는무진과일우사이에흐르는숨막히는정적을깨는건,오래되고낡은냉장고에서나는소리이다.최도영은냉장고가평소에도이렇게요란했느냐며,급습하듯그앞으로다가간다.
불현듯벌어진사건,초대하지않은불청객,인생을알기에는어린두소년.서스펜스의조건은모두갖춰졌다.과연냉장고에는무엇이들어있을까.이제문을열어편혜영이감춰놓은그것을확인해보자.소리와크기만으로는짐작할수없는,기어코문을열어야만알수있는것들이이번소설집에는가득하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