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마지막 손님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

$13.50
Description
오실랑가 오실랑가
우리 손님 오실랑가
기별 없이도 오는 손님
오늘은 오실랑가

아무도 수고했다고 말하지 않는,
이름 없는 할머니의 마지막 노래
“할머니의 삶은 그 자체가 아프고 어두운 우리의 근현대사이자, 맨얼굴이었습니다. 할머니 이야기를 들은 후, 단단하게 뭉쳐진 뭔가가 제 마음속에 얹혔습니다. 달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썼습니다.” _임정자

동백나무 우거진 섬마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할머니는, 오늘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 일제강점기, 해방, 이념 갈등, 산업화 등 혼란스러운 근현대사를 헤쳐 나가며 할머니는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고 가족을 하나둘 떠나보냈다. 홀로 섬마을에 남은 할머니는 마을의 수호신인 당할머니 나무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소원을 들어주느라 힘들었을 당할머니를 위해 소원을 빈다. “당할머니,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오이.”

제8회 권정생문학상을 수상한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이 10여 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내 동생 싸게 팔아요』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 『하루와 미요』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물이, 길 떠나는 아이』 『흰산 도로랑』 등 굵직한 작품으로 아동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임정자 작가가 수년간의 취재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장마다 반복되는 할머니의 노래는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을 하나의 리듬으로 읽도록 만든다. 독자들은 할머니의 가만한 흥얼거림 속에서 작가가 채록한 실제 할머니들의 모진 세월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새롭게 그림을 그린 이인아 화가는 노래와 함께 흘러가는 할머니의 삶을 하나의 거대한 물길로 포착해 작품에 깊은 의미와 생동감을 더했다.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도 이름을 줬으면서
우째 사람인 나에게는 이름을 안 줬어라?”

할머니는 이름이 없다. ‘가이나’,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다. 이름이 없다고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는 모두가 할머니를 ‘가이나’라고 불렀다. 결혼하고 나니 시아버지는 ‘며늘애기’, 남편은 ‘여보’라고 불렀다. 동네 사람들은 ‘새댁’이라고 부르다가 아들을 낳으니 ‘정수 엄마’라고 불렀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다. 오롯한 이름이 없어서였을까. 할머니는 평생을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아야 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할머니의 남편도, 시댁 식구들도 영문을 모른 채 끌려간다. 할머니 곁에 남은 건 벌벌 떠는 아이 넷과 넋을 잃은 손위 동서뿐. 할머니는 이들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아는 이 하나 없는 섬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갖은 고생을 견디며 서서히 정착한다. 젖은 낙엽처럼 들러붙은 가난, 이어지는 가족의 죽음에도 할머니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낸다.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어쩌면 옛이야기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의 삶은 우리 이웃과 선대의 이야기로 여전히 지근거리에서 숨 쉬고 있다.


“가이나야, 너는 내 손님이었느니라.
그것도 아주 귀한 손님.”

마지막 손님이 오시기 전, 할머니는 뒷산 들머리에 있는 오래된 나무인 ‘당할머니’를 찾아간다. 당할머니는 섬사람들의 수호신이자 기댈 곳 없던 할머니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남들보다 몇 배로 일하며 가족을 지켜야 했던 할머니가 마음껏 울 수 있는 곳은 오직 당할머니 앞뿐이었다. 당할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할머니를 향해 굵직하고 긴 두 팔을 펼쳐 든다. 그리고 말한다. “가이나야. 고생 많았다. 사느라 용썼다.” 당할머니가 할머니에게 건넨 위로의 말은, 임정자 작가가 우리 할머니들께 드리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사람은 역사적 존재”라고 임정자 작가는 말한다. 삶의 고단함을 버틴 할머니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살아간다. 작가는 할머니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담아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을 정성 다해 썼다. 이인아 화가는 동백꽃빛 물길을 할머니의 노래와 함께 작품 전반에 흐르도록 했다. 하나의 리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와 그림은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으로 초대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쉽지만 진중하게 다루며,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렸다. 어느새 도착한 영원한 안식 앞에서 할머니는 평온하게 웃는다. 가장 춥고 황량할 때 피어나는 동백꽃을 닮은 웃음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제8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저자

임정자

저자:임정자
월간『어린이문학』에단편동화「흰곰인형」을발표한이래,동화책『무지무지힘이세고,대단히똑똑하고,아주아주용감한당글공주』『하루와미요』『어두운계단에서도깨비가』『오국봉은왜쥐도새도모르게사라졌나』『동동김동』『물이,길떠나는아이』『흰산도로랑』등을썼습니다.이밖에어린강아지수호가어엿한개가되기까지의시간을담은사진이야기책『진도에서온수호』,그림책『내동생싸게팔아요』『발자국개』를냈습니다.

그림:이인아
대학에서애니메이션을전공했습니다.그림이라는언어로나누는대화가즐거워좋은영향을끼치는대화에대해고민하며그립니다.『잉아의순우리말그림사전』을쓰고그렸으며,『그곳에한아이가있었다』『2024봄제3회우리나라좋은동화』『카메라와워커』『나의낯선가족』『딱한마디영화사』등에그림을그렸습니다.

목차


작가의말…04
칙간은저짝에있어라…10
가난은연이아니제…16
이름이머시랑가요…24
엄니,배가새는갑네요이…35
뭔구경거리라고찍는당가…51
갯돌은갈수록동글거린당께…60
모두다제겐손님이었어라…72
초판작가의말…90

출판사 서평

“집에서기르는개에게도이름을줬으면서
우째사람인나에게는이름을안줬어라?”

할머니는이름이없다.‘가이나’,여자아이이기때문에아버지가이름을지어주지않았다.이름이없다고사는게불편하지는않았다.어렸을때는모두가할머니를‘가이나’라고불렀다.결혼하고나니시아버지는‘며늘애기’,남편은‘여보’라고불렀다.동네사람들은‘새댁’이라고부르다가아들을낳으니‘정수엄마’라고불렀다.그리고세월이흐른지금은‘할머니’가되었다.오롯한이름이없어서였을까.할머니는평생을자기자신보다는가족을위해살아야했다.

한국전쟁이발발하자할머니의남편도,시댁식구들도영문을모른채끌려간다.할머니곁에남은건벌벌떠는아이넷과넋을잃은손위동서뿐.할머니는이들을이끌고천신만고끝에아는이하나없는섬으로간다.그리고그곳에서갖은고생을견디며서서히정착한다.젖은낙엽처럼들러붙은가난,이어지는가족의죽음에도할머니는강인한생명력으로하루하루를살아낸다.지금의어린이들에게는어쩌면옛이야기처럼느껴질지모른다.하지만할머니의삶은우리이웃과선대의이야기로여전히지근거리에서숨쉬고있다.

“가이나야,너는내손님이었느니라.
그것도아주귀한손님.”

마지막손님이오시기전,할머니는뒷산들머리에있는오래된나무인‘당할머니’를찾아간다.당할머니는섬사람들의수호신이자기댈곳없던할머니의유일한안식처였다.남들보다몇배로일하며가족을지켜야했던할머니가마음껏울수있는곳은오직당할머니앞뿐이었다.당할머니는예나지금이나할머니를향해굵직하고긴두팔을펼쳐든다.그리고말한다.“가이나야.고생많았다.사느라용썼다.”당할머니가할머니에게건넨위로의말은,임정자작가가우리할머니들께드리고싶었던말일것이다.

“사람은역사적존재”라고임정자작가는말한다.삶의고단함을버틴할머니들이있었기에지금의우리가살아간다.작가는할머니들을향한존경과감사의인사를담아『할머니의마지막손님』을정성다해썼다.이인아화가는동백꽃빛물길을할머니의노래와함께작품전반에흐르도록했다.하나의리듬으로흘러가는이야기와그림은자연스럽게독자들을할머니의마지막순간으로초대한다.‘죽음’이라는무거운주제를쉽지만진중하게다루며,한사람이죽음을맞이하는과정을아름답게그렸다.어느새도착한영원한안식앞에서할머니는평온하게웃는다.가장춥고황량할때피어나는동백꽃을닮은웃음이다.

“무거운주제를아이들의눈높이에맞추어쉽고아름답게그렸을뿐만아니라,
할머니삶의궤적찾아우주를여행하듯오지를다니며
살아온이야기들을수집하고,녹여냈다.
권정생선생의문학정신에가장합당한작품이다.”
_권정생문학상심사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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